[대한민국 대표기업] 미래 스마트폰 주도권 경쟁… 삼성, AI 중심 모바일 생태계 넓힌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하지만 한정된 시장을 놓고 글로벌 업체 간 경쟁은 더욱 달아오르고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프리미엄폰 시장에서 선두 자리를 놓고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고, 중국 화웨이·오포·비보 등은 신흥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세력을 넓히는 중이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등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하던 전략을 바꿔 스마트폰 설계·제조에도 직접 나서며 하드웨어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구글의 스마트폰 시장 진출로 삼성전자 LG전자 화웨이 등 기존 안드로이드폰 제조사들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는 중국 업체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은 무서운 기세로 세계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스마트폰 글로벌 톱10 기업 가운데 7곳이 중국 업체이고, 이들 브랜드를 합한 세계 시장 점유율은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 삼성전자, 애플, LG전자를 제외하고는 중국 업체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 점유율은 4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 회사들은 2015년 2분기 39%, 2016년 2분기 43%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등 매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회사별로는 화웨이(10.5%), 오포(8.4%), 비보(6.6%), 샤오미(6.3%) 순이다. 삼성전자(22.0%)와 애플(11.2%)은 2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1위와 2위를 지켰지만 두 회사를 합한 점유율은 33.2%로 작년 같은 기간(34.5%)보다 1.3%포인트 떨어졌다.

중국 스마트폰 성장세는 화웨이와 신흥강자인 오포 비보 등이 이끌고 있다. 화웨이는 지난달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IFA) 2017’에서 무시못할 경쟁력을 보여줬다. 리처드 위 화웨이 컨슈머비즈니스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차세대 칩셋 ‘기린970’을 공개하며 “현재 스마트 디바이스를 지능형 디바이스로 발전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화웨이는 기린970으로 AI 컴퓨팅을 더 빠르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는 16일 독일 뮌헨에서 이 칩셋을 적용한 새 스마트폰을 공개할 예정이다. 오포와 비보는 2분기에 33%, 45%씩 판매량을 늘리며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갔다. 오포는 스마트폰 신제품 R11, 비보는 X9S 시리즈 등을 선보이며 점유율을 높였다. 지난해 점유율 추락으로 고전한 샤오미도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샤오미는 올해 2분기 중가 스마트폰 ‘미6’와 저가폰 ‘훙미노트4X’ 등을 앞세워 2320만 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 늘어난 규모다.

휴대폰 사업 강화하는 구글

구글도 휴대폰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대만 HTC의 스마트폰 사업부 일부를 11억달러(약 1조2500억원)에 사들였다. 인수가 최종 마무리되면 구글은 2014년 모토로라를 매각한 지 3년 만에 스마트폰 사업을 다시 시작하게 된다. 앞서 구글은 2011년 모토로라를 125억달러(약 14조800억원)에 인수한 뒤 직접 스마트폰 사업에 뛰어들기도 했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3년 만에 중국 레노버에 매각했다.

구글의 HTC 인수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AI, 클라우드, IoT 등 신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스마트폰이 단순한 통신기기를 넘어 AI, IoT 등의 핵심 플랫폼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이 앞으로 직접 스마트폰 제조·판매에 나서면 삼성전자 LG전자 등 기존 안드로이드폰 제조사들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프리미엄폰 시장에서 양강 체제를 유지하면서 스마트폰과 연계한 AI 서비스 등으로 모바일 생태계를 넓혀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AI 비서 ‘빅스비’를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TV, 냉장고 등 다양한 가전제품과 접목한다는 방침이다. 구글도 AI 비서 ‘구글 어시스턴트’ 서비스를 영어, 독일어, 한국어 등 다양한 언어로 확대하고 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