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기가스틸을 적용한 차체 ‘PBC-EV’ 프레임. 포스코 제공
포스코 기가스틸을 적용한 차체 ‘PBC-EV’ 프레임. 포스코 제공
◆기가스틸

1㎟ 면적당 100㎏ 이상의 하중을 견딜 수 있는 포스코의 차세대 초고장력 강판이다. 1t가량의 준중형차 1500대를 가로 10㎝, 세로 15㎝ 손바닥만한 크기의 기가스틸에 올려 놓아도 견딜 수 있다.


권오준 회장
권오준 회장
포스코는 지난 3월 세계 제일의 철강사업 수익력을 유지하고, 고유 기술과 차별화한 역량을 기반으로 미래성장 사업을 육성한다는 계획을 담은 ‘신(新)중기전략’을 발표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3월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대강당에서 열린 CEO 포럼에서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글로벌 철강산업의 경쟁 심화 등에 대비하고 새로운 50년 성공의 역사를 만들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올해 연임에 성공한 권 회장은 포스코가 지난 3년간의 성공적인 구조조정과 최고 수준의 철강 수익력 회복을 통해 강건한 재무구조를 갖췄다고 평가했다. 내년 창립 50주년을 앞둔 지금이 새로운 50년의 성공 역사를 위한 미래성장을 준비할 적기라고 판단하고 새로운 중기전략을 발표한 것이다.

2014년 권 회장 취임 당시 포스코는 글로벌 철강 공급 과잉 확대와 수요산업 부진 등 대내외 악재가 많았으나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확대와 1조원대 비용절감, 강력한 구조조정 노력 등을 통해 별도 영업이익률을 두 자릿수로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포스코는 앞으로 철강과 비철강사업의 수익 규모, 국내와 해외 사업 매출 비중이 균형을 이뤄 나가도록 할 계획이다. 기존 하드웨어형 사업영역에 소프트웨어를 접목한 스마트한 기업으로의 전환도 모색한다는 목표다.

포스코는 전기차 및 무인자동차 등 스마트카 시대에 발맞춰 자동차의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기가스틸’을 개발해 미래 소재로서 철강의 영향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포스코는 세계 자동차 강판의 10%가량(연 900만t 판매)을 담당하고 있다. 포스코가 개발한 기가스틸은 1㎟ 면적당 100㎏ 이상의 하중을 견딜 수 있는 차세대 강판이다. 양쪽 끝에서 강판을 잡아당겨서 찢어지기까지의 인장 강도가 980MPa(1기가파스칼) 이상이어서 ‘기가스틸’로 이름 붙였다. 기가스틸을 자동차 소재로 사용하면 알루미늄 등 대체 소재에 비해 경제성과 경량화는 물론 높은 강도로 안전성도 대폭 강화할 수 있다.

포스코는 자체적으로 설계·제작한 ‘PBC-EV’ 차체에 이를 적용해 경량 철강소재로서 기가스틸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2012년 자체 개발한 차체는 기존 중량을 약 26.4%(78㎏) 줄여 218㎏을 달성했다. 또 이를 개량한 모델을 통해 총 30% 감량에 성공한 207㎏짜리 차체도 개발했다. 기가스틸을 채용한 PBC-EV는 가벼울 뿐만 아니라 구조적인 강성도 함께 갖췄다.

국제자동차안전표준에 포함된 7가지 충격시험과 4가지 강성시험의 요구사항을 만족하도록 설계했다. 이는 자동차의 충돌 안전성을 평가하는 미국신차평가프로그램(NCAP)의 안전등급 별 5개와 동등한 수준이다.

포스코는 세계 일관제철소 중 유일하게 스마트공장을 성공적으로 운영한 경험이 있다. 포스코는 ‘그룹의 스마타이제이션(스마트화)’을 목표로 스마트 기술을 포스코건설과 포스코에너지 등 전 계열사에 확산시키고 있다. 스마트공장 건설 노하우를 별도 상품으로 구성해 제너럴일렉트릭(GE)이나 지멘스처럼 자체 브랜드로 판매하는 전략도 검토 중이다.

포스코는 미래 성장엔진 육성을 위한 비철강 신성장사업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포스코는 올해 초 기업설명회를 통해 연말까지 리튬과 니켈 등 각종 신소재 사업에 4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리튬, 니켈 등 에너지 소재는 포스코의 4대 중점 사업 중 하나다. 포스코는 지난 2월 초 광양에 연산 2500t 규모 리튬 추출 공장을 준공했으며, 이를 4만t까지 늘려 국내 주요 대기업 고객사에 공급할 계획이다. 포스코가 생산할 2차전지용 고순도 리튬 제품 원료시장은 2020년 13만5000t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유망 시장이다. 그동안 국내 2차전지 제조업체들은 국내 리튬 공급사가 없어 전량 수입에 의존했으나 포스코의 리튬 생산으로 원료 수급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포스코는 앞으로 탄산리튬의 원료인 인산리튬도 독자적으로 생산할 방침이다. 포스코는 2012년 양극재를 생산하는 포스코 ESM을 설립하고 올해 2월부터 LG화학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포스코 ESM은 용량, 수명 및 안전성을 대폭 개선한 2차전지 소재 고용량 양극재 ‘PG-NCM’을 양산, 공급에 성공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했다. 현재까지 니켈 80% 이상 고용량 양극재(NCM 방식) 양산이 가능한 업체는 세계적으로 포스코를 포함해 두 곳뿐이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