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용 캠코 사장(가운데)은 지난 5월 캠코 서울지역본부에서 6개 해운사 대표들과 만나 선박펀드 본계약을 체결했다. 한돈석 두양리미티드 대표(왼쪽부터), 김용규 남성해운 대표, 추성엽 팬오션 대표, 문 사장, 김용완 대한해운 대표, 김칠봉 SM상선 대표, 오형훈 대한상선 이사가 본계약 서명서를 들고 있다. /캠코 제공
문창용 캠코 사장(가운데)은 지난 5월 캠코 서울지역본부에서 6개 해운사 대표들과 만나 선박펀드 본계약을 체결했다. 한돈석 두양리미티드 대표(왼쪽부터), 김용규 남성해운 대표, 추성엽 팬오션 대표, 문 사장, 김용완 대한해운 대표, 김칠봉 SM상선 대표, 오형훈 대한상선 이사가 본계약 서명서를 들고 있다. /캠코 제공
캠코, '자산매입 후 임대'로 기업회생 마중물…산업단지 입주기업 지원도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는 최근 ‘자산매입 후 임대 프로그램(세일앤드리스백)’을 통해 기업 회생의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성장성은 있으나 일시적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기업의 영업기반 유지와 유동성을 지원해주는 제도다. 캠코는 2015년부터 이 제도를 운영했다. 기업이 보유한 사옥이나 공장을 캠코가 사들인 뒤 해당 기업에 재임대하거나 우선매수권을 주는 방식이다.

캠코는 지난 8월 말까지 이 제도를 통해 16개 기업을 지원했다. 지원 규모는 2225억원에 달한다. 이들 기업은 캠코의 지원을 통해 영업을 계속하는 와중에도 차입금이 1770억원 감소하는 등 재무구조를 개선했다. 줄어든 차입금 규모는 평균 51.8%다. 약 1400명에 대한 고용유지 효과도 나타났다고 캠코 측은 설명했다. 캠코 관계자는 “기업 안정화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감소 방지 측면에서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캠코는 지난해 12월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이 개정된 이후산업단지 입주기업에 대한 지원도 늘리고 있다. 올해에도 산업단지 입주기업 6개사에 770억원을 지원했다. 캠코는 중소기업진흥공단, 금융회사 등과 협업을 통한 대출기한 만기연장, 이자상환유예, 분할상환 등 각종 금융지원을 추가했다.

이런 노력은 다양한 지표에서 경영실적 개선 효과로 나타나고 있다. 캠코가 2015년 이후 지원한 7개 기업 중 5곳이 매출이 늘었다. 영업이익이 증가한 기업은 5개사, 당기순이익이 늘어난 기업은 5개사였다. 이들 세 지표가 모두 증가한 기업도 4곳이나 됐다. 캠코 관계자는 “지원 기업 대부분이 1년여 만에 경영실적이 개선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유동성 위기 극복과 경영정상화 측면에서 많은 도움을 얻었다는 반응이 많다”고 말했다.

캠코 지원을 받은 모바일 부품업체 관계자는 “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자산을 매각해 회생채권을 상환한 뒤 매각자산을 재임대했다”며 “상환 일정에 쫓기지 않고 더 안정적인 환경에서 회사를 계속 운영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기업들에 이 프로그램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며 “기업이 다시 회생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이곳은 자산매입 후 임대프로그램을 이용해 195억원의 채무를 변제했다. 그 덕분에 부채비율은 100%포인트 감소했고 이자비용은 7억5000만원을 절감했다.

캠코는 제도의 실효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더 많은 기업이 자산매입 후 임대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도록 법원, 정책금융기관, 시중은행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관련부처와 협의해 법 개정도 했다. 캠코에 자산매각 시 발생하는 양도차익에 대한 법인세를 나중에 낼 수 있게 해 기업의 세금 부담을 완화했다. 올해부터는 지원 대상을 중소기업에서 대기업까지 넓히고 지원 규모도 연 1000억원에서 연 5000억원으로 확대했다.

캠코는 자산매입 후 임대프로그램의 효과를 발판 삼아 기업의 재기 지원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생산적 금융’을 실천하는 데 앞장서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기업구조조정 전담 조직도 신설했다. 캠코가 기업구조조정 시장에서 역할을 확대하면서 경제위기 극복을 이끌겠다는 취지다. 이 밖에 자산 매각을 원하는 기업이 직접, 적기에 신청할 수 있도록 캠코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자산인수접수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또 캠코는 지난 5월에는 3863억원 규모의 ‘캠코선박펀드’를 조성해 한진해운 소유 선박 등 20척을 인수했다. 캠코는 선박펀드를 통해 유동성 위기에 빠진 해운사의 선박을 인수하고, 해당 해운사에 재임대하고 있다. 해운사는 기존 고금리, 단기 선박금융을 상환하고 재무구조 안정을 도모할 수 있어 경영정상화에 도움이 된다. 캠코는 올해 선박펀드 재원을 연 2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확대하는 등 해운업계 위기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문창용 사장은 “경기 침체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에 캠코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라며 “한계기업이 재기할 수 있도록 경제적 지원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