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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마을] "경제적 평등은 늘 비명과 울음 속에서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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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평등의 역사

    발터 샤이델 지음 / 조미현 옮김 / 에코리브르 / 768쪽 / 4만원
    [책마을] "경제적 평등은 늘 비명과 울음 속에서 탄생"
    2000년대 들어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학계에서 관련 연구가 급증했고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 등 불평등을 주제로 한 저서들도 쏟아져 나왔다. 이는 미국을 비롯한 고소득 국가들에서 1980년대 이후 소득 격차와 물질적 불평등이 심화돼온 현실을 반영한다. 단기적 분석뿐 아니라 인류의 기원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불평등의 원인과 양상을 밝히려는 장기적 관점의 불평등 연구도 탄력이 붙었다. 현대의 기후변화가 관련 역사 자료의 분석과 연구를 불러일으킨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불평등의 역사(원제:The Great Leveler)》는 이런 연구 흐름의 최신 저작물 중 하나다. 올 1월 미국에서 출간됐다. 전근대 사회·경제사와 인구통계학을 연구해온 발터 샤이델 미국 스탠퍼드대 역사학 교수가 썼다. 원제에 붙은 ‘석기시대부터 21세기까지 폭력과 불평등의 역사’란 부제가 책의 내용을 더 정확하게 알려준다. 샤이델 교수는 수렵·채집사회부터 현대사회까지, 유라시아부터 아메리카, 아프리카 대륙까지 시공간을 넘나들고 이전까지 나온 수많은 ‘소득과 부의 분배’에 대한 연구와 저작물을 거론하며 자신의 주장을 펼친다.

    핵심 논지는 이렇다. 수천년 동안 문명은 물질적 평등을 평화적으로 이뤄내는 데 적합하지 않았다. 다양한 사회와 각기 다른 발전 수준을 망라해 문명의 안정은 경제적 불평등을 ‘편애’했다. 역사를 통틀어 가장 강력하게 불평등이 완화된 경우는 예외 없이 네 가지 종류의 ‘강한 폭력적 충격’으로 발생했다. 저자가 ‘평준화의 네 기사(騎士)’로 표현하는 △총력전 형태의 대중 동원 전쟁 △피로 점철된 변혁적 혁명 △국가 또는 체제 붕괴 △흑사병 같은 치명적인 대유행병이다. 네 기사는 현대인에게는 묵시록이나 다름없는 인류의 고통을 가져온다. 천문학적인 숫자의 목숨을 앗아간다. 결과적으로 기존 질서가 흔들리고 소득과 부의 분배를 압박해 빈부 격차가 극적으로 줄어든다.

    저자는 ‘기사’별로 구체적인 실증 사례들을 풍부하게 제시한다. 이 중 역사상 강도나 범위에서 가장 큰 평등화 동력이 된 사례는 1, 2차 세계대전이다. 전쟁으로 유발된 물리적 파괴, 몰수나 다름없는 과세, 정부의 경제 개입, 인플레이션, 재화와 자본의 국제적 흐름 붕괴 등이 결합돼 엘리트의 부를 말살하고 자원을 재분배했다. 이들은 평등화를 추구하는 정책 변화에도 강력한 촉매제로 작용해 선거권 확대, 노동조합 설립, 복지 국가 확대에 추진력을 제공했다.

    지난 수십 년간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확대된 현상에 대해서도 이런 논지를 이어간다. 선진국에서 불평등을 심화시킨 세계화와 같은 변화에는 1, 2차 세계대전이란 ‘폭력적 충격’의 영향인 소득 분산과 부의 집중에 대한 견제가 약화되기 시작한 배경이 있었다고 설명한다.

    핵무기가 등장하고,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국가권력이 고도화된 오늘날의 세계에서 저자는 “네 기사는 말에서 내린 지 오래됐고 정신이 온전히 박힌 사람이라면 그들의 귀환을 바랄 리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네 기사’를 대체할 대안은 무엇일까. 저자는 지금까지 나온 소득과 부의 재분배를 위한 정책과 제안들을 일일이 검토한 뒤 “오늘날 불평등 문제를 풀기에 역부족”이라며 끝까지 일관된 주장을 펼친다. 새로운 해법도 내놓지 않는다. 800쪽 가까운 방대한 분량의 역사적인 불평등 대장정은 이렇게 끝난다. “더 커다란 경제적 평등은 극소수의 예외를 제외하면 항상 비명과 울음 속에서 탄생했음을 기억하는 게 좋을 것이다. 소원을 빌 때는 조심하시길.”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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