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국제기구 유네스코(UNESC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를 탈퇴하기로 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 국제기구 간 갈등이 잦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국무부는 12일 내년 말을 기점으로 유네스코를 탈퇴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유네스코가 지난 수년간 반(反)이스라엘 성향을 보인 것이 친(親)이스라엘 성향인 미국의 반감을 샀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유네스코는 이스라엘의 강한 반발에도 동예루살렘에 있는 이슬람과 유대교 공동성지 관리 문제에서 팔레스타인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지난 7월에는 요르단강 서안 헤브론 구시가지를 이스라엘이 아니라 팔레스타인 유산으로 등록했다. 미국은 유네스코를 탈퇴하면 ‘참관국가(observer state)’로서 기구에 참여한다.

미국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때인 1984년 소련 쪽으로 기운 이념 성향과 부패를 이유로 유네스코를 탈퇴했다가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인 2002년 재가입했다. 그러나 2011년 버락 오바마 정부는 유네스코가 팔레스타인을 회원국으로 받아들이자 유네스코 분담금 연 8000만달러(약 907억원) 이상을 삭감했다. 이는 미국이 유네스코에 내는 예산의 22%에 해당한다.

트럼프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과도 ‘불편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믹 멀베이니 미 백악관 예산국장은 지난 11일 “(IMF가) 앞으로 규제 강화와 증세를 주장하는 데 걸림돌이 될까 봐 (미국의) 세제개혁이 실패하는 쪽에 투자하고 있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10일 IMF가 세계 및 각국 경제성장률 전망을 발표하면서 미국의 세제개편을 전망치에 반영하지 않자 불만을 나타낸 것이다. IMF는 올해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2.2%로, 내년 전망치를 2.1%에서 2.3%로 올렸지만 세제개혁안 통과로 인한 경기부양 효과는 고려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모리스 옵스펠드 IMF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세제개혁안이 예산 부족을 심화하는 방향이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재정적자를 대규모로 확대한다면 미 달러 가치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성장과 경상수지 적자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멀베이니 국장과 미 재무부 등은 기자들에게 미국에서 세제개혁이 진행 중인데 그게 무산될 것으로 전망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정부 주요 인사와 IMF가 공방을 벌인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4월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적인 태도를 우려한다며 경고했을 때도 설전이 오갔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당시 FT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주요 경제권역 중 제일 보호무역적이지 않은 나라”라며 “각 지역과의 거래에서 무역적자를 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그들은 자유무역을 말하면서 보호무역을 하는 것”이라며 “쓰레기 같은(rubbish) 말”이라고 거칠게 비난했다.

IMF는 세계은행 등과 함께 1·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주도로 형성된 국제기구다. 하지만 미국이 주도권을 갖고 있고 총재도 선출하는 세계은행과 달리 IMF는 미국 지분율이 가장 높음에도 불구하고 유럽에서 총재를 배출하는 관행이 있다. IMF에 대한 유럽의 입김이 강하다는 점이 양측 간 갈등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김동윤/이상은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