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과 아마존의 전쟁이 점입가경이다. 인공지능(AI) 음성인식 스피커, 클라우드 서비스 등 신규 사업에서 아마존에 밀리고, 주력인 상품 검색에서도 추월당한 구글이 아마존의 가장 큰 라이벌인 미국 소매유통업체와 연합전선 구축에 나섰다.

올초 코스트코에 이어 지난 8월 월마트를 영입했고, 2~3위권 유통업체인 타깃과도 손잡았다. 거침없이 사업 영역을 확대 중인 아마존에 맞선 ‘구글 연합군’이 전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코스트코·월마트·타깃까지… 구글 연합군, 아마존에 정면승부
◆월마트 이어 타깃과도 제휴

구글과 타깃은 12일(현지시간) 구글의 쇼핑서비스인 ‘구글익스프레스’를 통해 상품 판매를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구글익스프레스를 통한 상품 판매를 타깃의 미 전역 1816개 점포로 늘리고, 음성인식을 활용한 쇼핑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또 내년부터는 구글익스프레스에서 타깃 회원 신용카드(레드카드)로 결제하면 기존 점포에서 주던 5% 할인 혜택도 제공하기로 했다. 양사는 가정용품과 의류, 여성용품 등 타깃의 주력 상품군에 걸맞은 맞춤형 디지털 쇼핑 기법도 개발하기로 했다. 마이클 맥나마라 타깃 최고정보책임자(CIO)는 “타깃과 구글이 팀을 이뤄 쇼핑하는 즐거움을 디지털 방식으로 재현하겠다”고 말했다.

구글과 타깃은 그동안 뉴욕시와 캘리포니아주(州)에서 타깃 점포망을 이용한 택배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해 왔다. 이번 제휴로 이제 구글익스프레스에서 물건을 사면 집 근처 타깃 점포에서 상품을 며칠 안에 받을 수 있다. 대니얼 알레그레 구글 소매·쇼핑부문 사장은 “구글익스프레스는 타깃 등 유통업체가 완벽한 쇼핑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이라며 “타깃과의 파트너십으로 플랫폼을 강화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구글은 그동안 음성인식 스피커인 ‘구글홈’과 안드로이드TV에서만 음성을 통한 쇼핑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조만간 안드로이드폰과 아이폰에 적용되는 음성인식 비서인 ‘구글어시스턴트’를 통해서도 쇼핑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1946년 설립된 타깃은 월마트, 코스트코 등과 함께 미국의 대표적인 소매유통업체다. 미니애폴리스에 기반을 두고 있다.

◆아마존에 밀리고 밀리고…

구글은 올해 2월 구글익스프레스 서비스를 출범하면서 코스트코와 콜스를 입점시켰다. 여기에 8월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를 추가했고, 이날 타깃과도 손을 잡았다. 구글은 미국 최대 건자재 유통업체인 홈디포와도 제휴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모두 미 전역에 수천 개씩 점포를 두고 있다. 아마존에 필적하는 오프라인 배송망을 갖춘 셈이다.

또 아마존은 스피커인 ‘아마존 에코’를 통해서만 음성 쇼핑이 가능하지만, 구글은 스피커인 구글홈뿐 아니라 스마트폰에 내장된 구글어시스턴트를 통해서도 주문을 받는다. 다만 구글 연합군이 한 회사인 아마존처럼 일관되고 통일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구글이 연합군을 구축한 건 혼자 아마존을 상대하기에 역부족이어서다. 시장조사업체 CIRP에 따르면 미국 음성인식 스피커 시장에서 구글홈 점유율은 24%로 아마존 에코(76%)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게다가 구글은 주력 ‘캐시카우’인 상품 검색에서 아마존에 역전당했다. 시장조사업체 블룸리치에 따르면 2016년 미국 소비자의 55%가 상품을 사기 위해 처음 검색하는 곳으로 아마존을 선택했다. 2015년(44%)보다 크게 높아진 것이다. 구글을 포함한 검색엔진을 꼽은 소비자는 2015년 34%에서 지난해 28%로 감소했다. 야후에서 찾는 일부 소비자까지 포함한 수치다.

성장성이 높은 클라우드 서비스에선 비교조차 안 된다. 아마존의 클라우드 시장점유율은 40%대에 달하지만 구글은 2%대에 불과하다. 스콧 갤러웨이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아마존이 구글 애플 페이스북을 넘어 ‘온리원(유일한 하나)’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