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주주 지분율 낮은 상장사
자사주 매입해 적대적 M&A 방어
행동주의 펀드, 스튜어드십 코드 확산 타고 자사주 소각 요구
◆자사주로 경영권 방어하는 상장사들

기업의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유사시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이나 우호 주주에 매각하면 의결권이 되살아나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환인제약은 2009년 2대 주주인 외국계 사모펀드(PEF) 데칸밸류어드바이저리와 정기 주주총회에서 충돌했다. 이 회사 최대주주 등은 데칸이 추천한 사외이사와 비상근감사의 선임안을 놓고 주총에서 표 대결을 벌이기도 했다. 환인제약은 주총 이후 자사주를 대거 매입했다. 클린룸 전문 제조업체인 신성이엔지도 2006년 귀뚜라미그룹이 회사 지분 9.0%를 확보하면서 경영권 분쟁 조짐이 보이자 2007년에만 자사주 175만3780주(지분율 5.24%)를 사들였다.
대구백화점의 2대 주주인 CNH리스는 2014년 대구백화점 지분을 15.98%까지 끌어올리며 최대주주인 구정모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율(19.70%)을 바짝 추격했다. 대구백화점이 공개매수 방식으로 CNH리스가 보유하던 자사주를 사들이고 나서야 분쟁이 잦아들었다.
◆과도한 자사주 보유는 주주 가치 훼손
이렇게 최대주주의 경영권 방어를 돕기 위해 기업들이 자사주를 매입해 보유하는 관행이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공격 대상이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업들은 보유한 자사주의 장부가치만큼 자기자본에서 차감하는 방식으로 회계처리하고 있다. 소액주주의 자산 가치도 줄어드는 셈이다. 삼성전자,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이 주주환원을 위해 자사주를 매입할 때 매입과 동시에 소각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경우 유통 주식 수가 줄어들어 주당 가치가 올라가게 된다.
미국계 헤지펀드 SC펀더멘털은 같은 논리로 2015년과 2016년 두 차례에 걸쳐 코스닥 상장사 모토닉에 자사주 소각을 요구했다. 지난해부터 국내 운용사도 행동주의 펀드를 속속 내놓고 있고, 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지침인 스튜어드십 코드도 확산되고 있어 이런 사례가 급증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라임자산운용이 지난해 의결권 자문회사인 서스틴베스트와 함께 내놓은 ‘라임-서스틴 데모크라시 사모펀드’, 메리츠자산운용이 지난 7월 출시한 ‘메리츠코리아인게이지먼트 사모펀드’ 등이 대표적 행동주의 펀드다.
조승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제안 활동이 2015년 두 번에서 지난해 다섯 번으로 늘었다”며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행동주의 펀드 활동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 행동주의 펀드
투자한 기업에 배당을 늘리거나 지배구조를 개선할 것을 요구하는 등 적극적으로 주주권리를 행사해 투자 수익을 얻는 펀드.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