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사장을 임명할 때 직원 동의를 받도록 하는 ‘사장 임명동의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사장에 대한 임명동의제 도입은 한국 방송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노조의 과도한 경영 참여 논란도 나온다.

SBS와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이하 SBS노조)는 13일 서울 목동 SBS 사옥에서 이 같은 내용의 합의문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SBS는 사장을 임명할 때 재적인원의 60% 이상이 반대할 경우 임명을 철회한다. 편성과 시사교양 최고책임자는 해당 부문 재적인원의 60%, 보도 최고책임자는 50% 이상이 반대하면 임명할 수 없게 된다. 올해 11월 말~12월 초 정기인사 때부터 이 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SBS노조는 “윤석민 부회장과 전날 2시간30분간 토론한 끝에 임명동의제에 합의하게 됐다”며 “앞으로는 문제가 있는 인사가 사장을 비롯한 주요 보직을 맡기 전 구성원이 제동을 걸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SBS 관계자는 “지난 9월 윤세영 회장의 소유와 경영 분리 선언을 실행하는 후속 조치”라며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SBS 노사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주주자본주의의 기본 가치를 침해하는 발상이라는 비판적 시각이 없지 않다. 이에 대해 김관규 동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공영이 아니라 민영 방송사라 하더라도 지상파 방송사는 공공성과 공익성이 있어야 한다는 특수성이 있다”며 “상법에 따른 이사회의 권한을 존중한다고 하더라도 이사회의 선택이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해 구성원이 검증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SBS 노사는 또 방송통신위원회 재허가 심사위원회에 이 같은 합의문을 제출하기로 했다. 합의를 성실히 이행하고 사회적으로 보증받자는 목적이라고 양측은 설명했다. 방통위는 올해 말 허가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SBS 등 지상파 방송사와 종합편성채널 등에 대한 재허가 심사를 앞두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SBS 노사의 합의 내용이 다음달 예정된 지상파 재허가 심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현재로선 얘기할 수 없다”며 “일단 노사가 방통위에 공식 제출하는 합의 내용을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