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0월13일 오후 6시7분

국내 유일 원양 컨테이너선사인 현대상선이 운영자금 마련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약 7000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현대상선은 보통주 1억2000만 주를 새로 발행하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13일 공시했다. 전체 발행주식수 1억9366만여 주의 62%에 해당하는 규모다. 우리사주조합 우선배정분(10.37%)을 제외하면 기존 주주는 주당(우선주 동일) 새 보통주 0.555주를 배정받는 구조다.

예상 발행가액은 주당 5780원이다. 이날 종가인 8040원과 비교해 28.1% 싸다. 최종 발행가액은 오는 12월1일 기준주가 대비 20% 할인율을 적용해 확정한다. 신주상장 예정일은 12월27일이다. 발행 대표주관은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이 공동으로 맡았다.

현대상선은 신주 발행으로 들어오는 현금 가운데 약 4000억원은 시설투자에 쓰고 나머지 3000억원 정도는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중장기 원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선박과 터미널을 매입하고 남은 돈은 연료비와 용선료 등 운영자금으로 쓸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경영정상화를 위해 현대증권 지분을 매각(현금유입액 기준 약 1조2000억원)하고 1조4000억원 규모 빚을 주식으로 바꾸는 출자전환을 했다. 이 과정에서 최대주주는 현대엘리베이터에서 산업은행으로 변경됐다. 산업은행은 6월 말 현재 20.3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글로벌 경쟁사들에 비해 열악한 재무구조 탓에 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 상반기 2조5444억원의 매출에 259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6월 말 현재 자기자본은 7015억원, 부채비율은 387%다.

지난 7월 컨설팅회사인 AT커니는 세계 14위인 현대상선이 글로벌 선사가 되려면 컨테이너선 발주 5조6000억원, 컨테이너 구입 3조3000억원, 터미널 지분 인수 및 고비용 용선 정리 1조원 등 10조원 이상이 필요하다는 진단 결과를 내놨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