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이탈리아 금융사 공매도에 나선 세계 최대 헤지펀드
‘이탈리아발 유럽 위기가 다시 오나?’

1500억달러(약 170조원)를 굴리는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릿지워터가 이탈리아 금융사 등에 대해 7억달러 규모가 넘는 숏포지션(공매도)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블룸버그 통신이 지난 13일 공개한 브릿지워터의 투자 목록을 보면 브릿지워터는 이탈리아 최대은행인 인테사 산파올로(Intesa Sanpaolo)와 또 다른 은행 유니크레디트(UniCredit), 이탈리아 최대 보험사인 제네랄리(Assicurazioni Generali) 등 은행 5곳과 1개 보험사에 공매도를 해놓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세계 최대 전선회사인 이탈리아 프리즈미안도 브릿지워터의 공매도 목록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공매도 규모는 인테사 산파울로가 2억7000만달러, 유니크레디트 2억3000만달러 등 모두 7억1300만달러에 달합니다. 이는 브릿지워터가 유럽 주식에 취한 가장 큰 공매도 규모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이탈리아 금융사 공매도에 나선 세계 최대 헤지펀드
이들 금융사들의 이름은 월가 투자자들에게 낮이 익습니다. 2010년 발발한 유럽 위기 때 부실 가능성이 지적되어온 금융사들이기 때문입니다.

월가는 브릿지워터가 이들 이탈리아 금융사에 공매도를 한 이유를 유럽중앙은행(ECB)이 최근 제안한 부실채권 처리 개정안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ECB는 건전성 강화 차원에서 유럽 은행들이 2년 뒤부터는 담보로 뒷받침되지 않는 새로 분류된 부실 채권에 대한 잠재적 손실 전체를 충당하도록 제안했습니다. 세부 내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ECB는 내년 1분기 말까지 ‘적절한 이행 약정’을 포함한 세부 계획을 내놓겠다고 발표한 상황입니다. 이 발표에 따라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곳으로 예상되고 있는 곳이 바로 이탈리아 금융사들입니다.

왜 이탈리아일까요. 이탈리아의 은행 산업은 3180억유로 규모의 부실 채권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유럽 전체 부실 채권의 3분의 1에 달합니다.

다만 기존 은행들이 흔들릴 만큰 ECB측이 급진적으로 부실 채권 처리 규정을 개정할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이 규정은 기존 채권보다는 신규 부실 채권에 대해서 적용될 것으로 유럽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규정이 확정될 때까지 이들 금융사들의 주가는 흔들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에 브릿지워터가 베팅한 것으로 보입니다. 과연 브릿지워터의 공매도는 성공할까요.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