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대형 재건축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서 은행이 이주비 대출 경쟁에 나섰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이자 수익을 올릴 수 있을 뿐 아니라 강남권 부유층을 신규 고객으로 유치할 수 있어 은행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주비만 10조… 은행들, 강남 재건축시장 쟁탈전
강남서 재건축 줄줄이 이어져

은행권은 앞으로 1년간 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장에서만 10조원에 달하는 이주비 대출 시장이 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둔촌동의 둔촌주공아파트는 이주가 시작됐다. 이곳은 이주 대상이 5930가구에 이른다. 현대건설 현대산업개발 대우건설 롯데건설이 시공사로 나선 해당 사업장의 총이주비는 1조9000억원으로 예상된다. 이주비 규모가 큰 만큼 신한 우리 국민 KEB하나 기업 농협 등 6개 은행이 대출사업자로 들어가 있다. 대출금리는 코픽스 신규취급액 금리(지난달 15일 기준 1.47%)에 가산금리 2.28%포인트를 더한 연 3.75% 수준이다.

GS건설이 시공하는 개포동 개포주공4단지 이주비는 1조2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주 대상은 5040가구다. 신한 국민 우리 KEB하나 등 4개 은행이 대출을 맡기로 했다. 가산금리 1.76%포인트를 적용한 연 3.23%로 금리를 책정할 예정이다.

서초동 서초무지개아파트는 이주비 5000억원, 이주 대상 1074가구로 상대적으로 작은 사업장이지만 부유한 서초동 주민을 상대로 영업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은행들의 관심이 높다. 신한·기업은행이 대출 사업자로 나섰다. 코픽스 금리에 가산금리 1.94%포인트를 더한 연 3.53%로 대출해주고 있다.

아직 대출사업자가 확정되지 않은 대형 재건축 사업장에도 많은 은행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반포주공1단지, 한신4지구처럼 한강에 인접한 반포동, 잠원동 등의 대규모 재건축 사업장이 대표적이다. 최근 현대건설로 시공사가 확정된 반포주공1단지는 최소 이주비만 1조원으로 예상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우리 신한 국민 KEB하나 등 대다수 은행이 대출사업자로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GS건설이 수주한 잠원동 한신4지구 역시 큰 관심 지역이다. GS건설은 일찌감치 KEB하나은행과 1조4000억원 규모의 이주비 대출사업 협약을 맺었다. 이 외에도 개포주공1단지, 서초무지개아파트 등의 대규모 재건축 사업 건이 예정돼 있다.

이주비는 이전보다 줄어들어

다만 ‘8·2 부동산대책’으로 담보인정비율(LTV)이 낮아지면서 은행에서 대출해 주는 규모도 이전보다 줄어들었다. 기존에는 60%(기본 이주비 30% 및 추가 이주비 30%)의 LTV가 적용됐지만 8·2 부동산대책 이후 40%로 대폭 쪼그라들었다. 한 은행 관계자는 “LTV 20%포인트가 적은 수치는 아닌 만큼 대출 규모가 줄고 이에 따른 수익도 이전보다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강남권 이주비 대출 시장은 은행권에서 매력적인 사업으로 통한다. 이주비 규모 자체가 큰 데다가 부유한 강남권 거주민을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LTV가 줄어도 이주비 규모가 수조원에 달해 충분한 이익을 챙길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라며 “게다가 강남권 고객은 신용대출에 큰 거부감이 없기 때문에 부족한 이주비 대출을 신용대출로 해결하는 사례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희은/이현일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