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만 '가혹한 잣대'… K2전차 변속기 '역차별' 논란
정부가 K2전차의 핵심 부품인 변속기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국산 제품에만 ‘가혹한’ 기준을 적용해 역차별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방산 자주화에 앞서야 하는 정부가 외국산을 우대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지난 13일 경기 정부과천청사 방위사업청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의 방위사업청 국정감사장. 김동철 국민의당 의원은 “방사청이 K2전차 2차 양산사업에 적용될 외국산 변속기의 내구도 시험을 면제하고 다른 시험 조건도 완화시켰다”며 “정부가 국산 제품에 대해서만 역차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방사청은 2020년까지 106대 도입을 목표로 한 K2전차에 장착될 변속기로 독일 랭크사 제품을 낙점하고 기술 입증을 하고 있다. 랭크사는 이번 수주로 700억원가량의 매출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2014~2015년 K2전차 1차 양산사업(2014~2015년)에도 102대 분량의 변속기를 납품했다.

K2전차 핵심 장비인 변속기에 대해 정부는 당초 2차 양산사업부터 국내 S&T중공업이 개발한 변속기를 쓸 계획이었지만 S&T중공업 제품이 지난해부터 여섯 차례에 걸친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서 양산이 1년가량 지연되자 국산화를 포기했다. 방사청은 양산 지체로 1000억원대 지체상금을 부과받게 된 K2전차 체계조립업체 현대로템의 건의에 따라 외국산을 쓰기로 지난달 결정했다.

문제는 정부가 S&T사와 랭크사 제품 성능시험에 각기 다른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점이다. 김 의원은 “정부가 랭크사 제품에 대해 직접 내구도 시험을 하지 않은 채 독일 정부의 인증서류만으로 심사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방기술품질원 측은 “해외 실전배치된 장비를 수입하는 경우 관련 시험을 생략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른 것일 뿐”이라는 해명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서류심사로 내구도 시험을 대체했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성능 요구 기준에 대한 차별이 컸다는 것을 지적했다. 외국산 K2전차 변속기는 9600㎞를 주행하는 시험 과정에서 초기 단계 정비를 허용한 반면 국내 변속기는 정비를 일절 허용하지 않았다. 변속기 작동 횟수도 외국산은 1만 회인 데 비해 국산은 다섯 배가 넘는 5만7280회를 요구했다. 김 의원은 “승용차도 9600㎞를 주행하려면 1년 가까이 몰아야 한다”며 “야전의 험지에서 사용되는 전차가 이 기간 일절 잔고장이 없어야 한다는 조건을 국산 부품에만 요구하는 것은 가혹하다”고 지적했다.

외국산을 도입한 결과가 반드시 좋은 것도 아니었다. 지난 2년간 외국산 변속기에서 금속 이물질이 검출되거나 냉각팬이 작동하지 않는 등 10여 차례 고장이 발생했다. 변속기 수입 주체인 현대다이모스 측이 아직 정비기술을 보유하지 않아 독일 랭크사 제품을 정비하려면 6개월이나 걸리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대 의견도 제기됐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S&T가 방사청과 당초 합의한 조건을 지키지 못하자 딴소리를 한다”며 “정부도 S&T의 개발을 기다렸지만 끝내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외국산을 쓰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