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안필름마켓 참가자들이 영화 콘텐츠 구매 상담을 하고 있다.
15일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안필름마켓 참가자들이 영화 콘텐츠 구매 상담을 하고 있다.
“스릴러, 액션 등 장르가 다양하고 에너지가 넘쳐납니다. 매우 한국적인 콘텐츠들이지만 글로벌시장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고 봅니다.”

지난 14일 개막한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안필름마켓에서 한국 콘텐츠를 살펴본 대만 콘텐츠제작업체 세콰이아엔터테인먼트의 웬칭왕 프로듀서는 “몇 가지 아이템을 한국과 공동개발하고 싶다”며 이렇게 말했다. 17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필름마켓에는 45개국 콘텐츠업계 관계자 1250명이 등록했다. 지난해보다 30%가량 증가한 규모다. 사드(고고도 마시일방어체계) 보복조치에도 빅토리아 혼 베이징하이룬픽처스 부사장, 디안 송 완다미디어 이사 등 중국 영화계 인사 70여 명도 참가했다.

◆소설·웹콘텐츠 저작권 구입에 관심

영화와 드라마, 게임 등으로 만들기 좋은 도서와 웹툰, 웹소설 등 웹콘텐츠를 소개하는 ‘북투필름’과 ‘E-IP피칭’, 창작스토리를 소개하는 ‘스토리 투 필름’, 공동영화 개발프로젝트 코너 등이 참가자들의 큰 관심을 모았다. 국내 영화시장에서 40%가 원작을 토대로 제작되는 만큼 좋은 원작을 찾는 것이 수익 창출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총 9권이 선보인 ‘북투필름’에는 강력한 스토리텔링이 돋보이는 스릴러와 액션, 로맨스물이 많았다. 조선 영조의 금주령 시기, 밀주업자 세계의 비밀을 파헤친 《밀주》, 북한 특수요원 출신 여성이 콜롬비아 마약 카르텔 전쟁에 뛰어드는 《슬픈열대》, 일련의 살인사건과 한국 정치 상황을 맞물려 놓은 《코뿔소를 보여주마》, 개화기 강화도조약을 둘러싼 열강의 침탈을 그린 역사소설 《강화도》 등이 관심을 모았다. 《강화도》를 쓴 송호근 서울대 교수는 “각종 드라마와 영화에서 사극이 강세”라며 “내 소설도 영화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주최 측은 지난 3년간 매년 두 편의 영화화 판권 계약을 맺은 만큼 이번에도 성과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에는 《개와 늑대의 시간》과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등 두 편이 판권 계약을 맺었고, 일부는 협상 중이다.

EIP피칭 코너에서는 레진코믹스의 ‘은수’ 등 9편이 선보였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운영하는 ‘스토리 투 필름’ 코너에서는 멜로 ‘태국소녀’, 스릴러 ‘사냥꾼의 밤’, 첩보물 ‘시베리아횡단열차’ 등 8편이 제작 및 투자사를 찾아나섰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마련한 ‘바다’ 등 12편의 공동 제작프로젝트 코너도 상담 열기가 뜨거웠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 프로듀서는 “이야기는 좋은데 사드 때문에 기회를 봐야 한다”고 털어놨다. 디안 송 이사는 “한국인에게 인기 있는 콘텐츠가 무엇인가 알기 위해 왔다”며 “중국에서 영화 제작 시 반영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한국시장에 진출하는 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페스티벌 부문은 분위기 썰렁

영화 상영 및 각종 관련 행사를 여는 페스티벌 부문은 지난해에 이어 분위기가 다소 썰렁했다. 부산시의 영화제 개입에 항의하는 감독들의 보이콧이 계속되고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때문에 배급사들이 파티를 열지 않아서다. 감독 등과 대화하는 시간이 줄면서 영화제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식었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감독 한 명은 스태프와 배우, 매니저 등 50~100명을 몰고 온다”며 “대부분의 감독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보이콧을 풀지 않아 분위기가 차가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배급사 중에선 CJ E&M가 지인들을 초대하는 소규모 파티를 열었을 뿐 롯데와 쇼박스 등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파티를 열지 않았다. 김영란법에 저촉될까 몸을 사렸기 때문이다. 또 다른 국내 영화사 관계자는 “5년 만에 영화제를 찾았는데 분위기가 썰렁해 놀랐다”며 “파티도 찾기 어렵고 유력 인사 참여도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부산=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