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 꿈 이룬 고진영… 8전9기 끝에 미국 LPGA 직행 티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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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온 LPGA' KEB하나은행챔피언십 2타차 우승
박성현·전인지와 '살얼음 승부'
경기 초반 선두 빼앗겼다가 '강철멘탈' 앞세워 재역전승
쇼트퍼트 흔들린 박성현 2위
'세계 1위' 기회 아쉽게 놓쳐
K골프, LPGA 14승 합작
시즌 최다승까지 1승 남아'
박성현·전인지와 '살얼음 승부'
경기 초반 선두 빼앗겼다가 '강철멘탈' 앞세워 재역전승
쇼트퍼트 흔들린 박성현 2위
'세계 1위' 기회 아쉽게 놓쳐
K골프, LPGA 14승 합작
시즌 최다승까지 1승 남아'
고진영(22·하이트진로)의 ‘고진감래’다. 2년 전 브리티시여자오픈 준우승으로 눈앞에서 놓친 미국행 티켓을 결국 손에 쥐었다. 한국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총상금 200만달러)에서다. 한때 선두를 빼앗겼다 다시 승부를 뒤집는 ‘강철 멘탈’로 재역전 드라마를 썼다.
◆만년 2인자 설움 ‘훌훌’
고진영은 15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CC 오션코스(파72·6316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보기 2개, 버디 6개를 묶어 4언더파 68타를 쳤다. 최종합계 19언더파 269타를 적어낸 그는 막판까지 치열한 우승 경쟁을 벌인 2위 박성현(24·KEB하나은행)과 3위 전인지(23)를 각각 2타와 3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우승상금은 30만달러(약 3억4000만원). 3년째 국내 투어를 뛰며 틈틈이 LPGA 문을 두드린 고진영은 아홉 번째 도전 끝에 꿈을 이뤘다. LPGA는 우승자에게 당해 시즌 남은 대회와 이듬해 시즌 전 대회 출전권을 준다. 2015년 국내 투어에 데뷔한 고진영은 그동안 9승을 올린 K골프의 대표주자다. 하지만 2015년 전인지, 지난해에는 박성현에 가려 ‘2인자’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이번 대회에서 두 선수를 압도하며 그간의 설움을 훌훌 떨쳐냈다. 고진영은 “워낙 실력이 좋은 언니들이라 우승할 거란 기대도 못했다”며 “많은 팬이 응원해준 한국에서 LPGA 첫승을 따내 뜻깊고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미국 무대 진출 여부와 시기는 천천히 결정할 계획이다.
고진영의 우승으로 한국 선수들은 올 시즌 LPGA 투어 14승을 합작했다. 한 시즌 사상 최다승(15승)을 기록한 2015년에 근접한 승수다. 남은 대회는 5개다.
◆“기회 또 있다” 되뇌며 위기 넘겨
슈퍼 장타와 송곳 아이언의 정면승부였다. 고진영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에서 가장 정확하게 치는 ‘컴퓨터 히터’다. 드라이버 정확도 1위(82.19%), 아이언 정확도 1위(79.73%)다. 박성현은 LPGA 투어 장타 서열 9위(270.89야드)의 ‘슈퍼 장타자’다. 결과는 정확도의 승리였다.
승부는 살얼음판을 걷듯 아슬아슬하게 전개됐다. 시작은 박성현의 독주. 2타 차 선두로 경기를 시작한 고진영이 초반 2홀 연속 보기를 범한 반면 박성현은 2번, 4번, 5번 홀에서 버디를 솎아내며 2타 차 단독 선두로 내달았다.
첫 번째 승부의 갈림길은 7번 홀. 고진영이 이 홀부터 9번 홀까지 세 홀 연속 버디를 쓸어담은 반면 박성현은 퍼트와 웨지샷이 흔들리면서 모두 파에 그친 것. 고진영이 순식간에 선두자리를 탈환했다.
살얼음 선두 공방을 주고받던 승부가 고진영 쪽으로 기운 곳은 14번 홀이었다. 1타 차로 뒤처져 있던 박성현이 14번 홀에서 3m 정도의 버디 퍼트를 놓친 뒤 1m도 안 되는 파퍼트마저 오른쪽으로 밀어친 탓에 3퍼트 보기를 적어내며 주춤했다. 고진영이 다시 2타 차로 달아났다. 박성현은 이후 짧은 파4홀(275야드)인 15번 홀에서 드라이버 티샷으로 1온에 성공한 뒤 버디를 잡아내며 추격의 고삐를 조였다. 하지만 고진영 역시 버디로 응수하며 박성현의 추격을 뿌리쳤다. 고진영은 “연속 보기 후 너무 당황했는데 혼자 프레셔를 주고 있더라”며 “어떤 상황이 와도 또 기회가 올 것이라고 되뇌면서 경기했던 게 도움이 됐다”고 위기 상황을 돌아봤다.
고진영은 16번, 17번, 18번 홀을 파로 잘 막아 생애 첫 LPGA 챔피언에 등극했다. 16번 홀에서 보기를 범한 박성현은 마지막 홀에서 2온을 시도해 버디를 잡아냈지만 2타 차를 극복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박성현은 세계랭킹 1위 등극을 아쉽게 놓쳤다. 박성현은 우승할 경우 LPGA 상금왕과 올해의 선수, 평균타수, 신인상을 휩쓸 유리한 고지에 오를 수 있었다. 신인왕과 올해의 선수 동시 수상은 1978년 낸시 로페스(미국) 이후 39년 만의 일일 만큼 뜻깊은 기록이다.
◆사상 최다 관중…‘빅3’ 응원전 후끈
대회장은 이날 대회 사상 처음 챔피언 조로 묶인 ‘빅3’의 우승 경쟁을 보기 위해 몰려든 갤러리로 뒤덮였다. 이날 하루에만 3만1726명이 몰렸다. 하루 기준 사상 최다 갤러리다. 주최 측은 “나흘간 총 6만1996명의 갤러리가 입장한 것으로 집계됐다”며 “2002년 대회 창설 이후 사상 최대 관중이 집결했다”고 밝혔다.
필리페 핀턴 월드프레스에이전시 기자는 “아시아권에서 열린 많은 LPGA 대회를 취재해봤지만 (갤러리가) 이렇게 많은 경우는 처음”이라며 “팬클럽이 응원전을 펼치는 것도 다른 투어에선 보기 힘든 흥미로운 광경”이라고 말했다.
영종도=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만년 2인자 설움 ‘훌훌’
고진영은 15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CC 오션코스(파72·6316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보기 2개, 버디 6개를 묶어 4언더파 68타를 쳤다. 최종합계 19언더파 269타를 적어낸 그는 막판까지 치열한 우승 경쟁을 벌인 2위 박성현(24·KEB하나은행)과 3위 전인지(23)를 각각 2타와 3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우승상금은 30만달러(약 3억4000만원). 3년째 국내 투어를 뛰며 틈틈이 LPGA 문을 두드린 고진영은 아홉 번째 도전 끝에 꿈을 이뤘다. LPGA는 우승자에게 당해 시즌 남은 대회와 이듬해 시즌 전 대회 출전권을 준다. 2015년 국내 투어에 데뷔한 고진영은 그동안 9승을 올린 K골프의 대표주자다. 하지만 2015년 전인지, 지난해에는 박성현에 가려 ‘2인자’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이번 대회에서 두 선수를 압도하며 그간의 설움을 훌훌 떨쳐냈다. 고진영은 “워낙 실력이 좋은 언니들이라 우승할 거란 기대도 못했다”며 “많은 팬이 응원해준 한국에서 LPGA 첫승을 따내 뜻깊고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미국 무대 진출 여부와 시기는 천천히 결정할 계획이다.
고진영의 우승으로 한국 선수들은 올 시즌 LPGA 투어 14승을 합작했다. 한 시즌 사상 최다승(15승)을 기록한 2015년에 근접한 승수다. 남은 대회는 5개다.
◆“기회 또 있다” 되뇌며 위기 넘겨
슈퍼 장타와 송곳 아이언의 정면승부였다. 고진영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에서 가장 정확하게 치는 ‘컴퓨터 히터’다. 드라이버 정확도 1위(82.19%), 아이언 정확도 1위(79.73%)다. 박성현은 LPGA 투어 장타 서열 9위(270.89야드)의 ‘슈퍼 장타자’다. 결과는 정확도의 승리였다.
승부는 살얼음판을 걷듯 아슬아슬하게 전개됐다. 시작은 박성현의 독주. 2타 차 선두로 경기를 시작한 고진영이 초반 2홀 연속 보기를 범한 반면 박성현은 2번, 4번, 5번 홀에서 버디를 솎아내며 2타 차 단독 선두로 내달았다.
첫 번째 승부의 갈림길은 7번 홀. 고진영이 이 홀부터 9번 홀까지 세 홀 연속 버디를 쓸어담은 반면 박성현은 퍼트와 웨지샷이 흔들리면서 모두 파에 그친 것. 고진영이 순식간에 선두자리를 탈환했다.
살얼음 선두 공방을 주고받던 승부가 고진영 쪽으로 기운 곳은 14번 홀이었다. 1타 차로 뒤처져 있던 박성현이 14번 홀에서 3m 정도의 버디 퍼트를 놓친 뒤 1m도 안 되는 파퍼트마저 오른쪽으로 밀어친 탓에 3퍼트 보기를 적어내며 주춤했다. 고진영이 다시 2타 차로 달아났다. 박성현은 이후 짧은 파4홀(275야드)인 15번 홀에서 드라이버 티샷으로 1온에 성공한 뒤 버디를 잡아내며 추격의 고삐를 조였다. 하지만 고진영 역시 버디로 응수하며 박성현의 추격을 뿌리쳤다. 고진영은 “연속 보기 후 너무 당황했는데 혼자 프레셔를 주고 있더라”며 “어떤 상황이 와도 또 기회가 올 것이라고 되뇌면서 경기했던 게 도움이 됐다”고 위기 상황을 돌아봤다.
고진영은 16번, 17번, 18번 홀을 파로 잘 막아 생애 첫 LPGA 챔피언에 등극했다. 16번 홀에서 보기를 범한 박성현은 마지막 홀에서 2온을 시도해 버디를 잡아냈지만 2타 차를 극복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박성현은 세계랭킹 1위 등극을 아쉽게 놓쳤다. 박성현은 우승할 경우 LPGA 상금왕과 올해의 선수, 평균타수, 신인상을 휩쓸 유리한 고지에 오를 수 있었다. 신인왕과 올해의 선수 동시 수상은 1978년 낸시 로페스(미국) 이후 39년 만의 일일 만큼 뜻깊은 기록이다.
◆사상 최다 관중…‘빅3’ 응원전 후끈
대회장은 이날 대회 사상 처음 챔피언 조로 묶인 ‘빅3’의 우승 경쟁을 보기 위해 몰려든 갤러리로 뒤덮였다. 이날 하루에만 3만1726명이 몰렸다. 하루 기준 사상 최다 갤러리다. 주최 측은 “나흘간 총 6만1996명의 갤러리가 입장한 것으로 집계됐다”며 “2002년 대회 창설 이후 사상 최대 관중이 집결했다”고 밝혔다.
필리페 핀턴 월드프레스에이전시 기자는 “아시아권에서 열린 많은 LPGA 대회를 취재해봤지만 (갤러리가) 이렇게 많은 경우는 처음”이라며 “팬클럽이 응원전을 펼치는 것도 다른 투어에선 보기 힘든 흥미로운 광경”이라고 말했다.
영종도=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