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보다 최대 2250원 많은 생활임금… 민간 임금인상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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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지자체 생활임금'
지자체장들 경쟁적 인상…2018년 시간당 1만원 눈앞
지자체 따라 급여 수십만원 차이…상대적 박탈감
공공부문·민간기업 임금 격차 더 커질 가능성
지자체장들 경쟁적 인상…2018년 시간당 1만원 눈앞
지자체 따라 급여 수십만원 차이…상대적 박탈감
공공부문·민간기업 임금 격차 더 커질 가능성
대전시가 15일 내년도 생활임금을 9036원(시급)으로 결정해 발표하면서 내년도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생활임금액이 대부분 결정됐다. 2013년 ‘포퓰리즘’ 논란 속에 서울 성북구 등에서 시작된 생활임금제도는 12개 광역자치단체와 79개 기초 지자체에서 시행 중이다. 몇몇 지자체 차원의 ‘작은 실험’이 4년 만에 전국 정책이 된 것이다. 확산 속도만큼이나 임금 인상 속도도 빨라 9000원대에 오른 곳도 많다.
◆도입 4년 만에 전국 79개 지자체로
한국은 1986년 ‘최저임금법’을 제정하고 1988년부터 최저임금제를 시행하고 있다. 시급 600원이던 1989년 이후 최저임금은 빠르게 올라 올해는 6470원이다. 내년에는 16.4%(1060원) 오른 7530원으로, 제도 시행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오른다.
생활임금제가 단기간에 확산된 것은 임금 개념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노동계의 요구 때문이다. 근로자 한 명의 최저 생활을 보장하는 최저임금을 넘어 근로자 가족의 가계지출을 감안해야 한다는 게 노동계 주장이다. ‘깃발’은 2013년 서울 성북구와 노원구, 경기 부천시가 들었다.
그로부터 4년, 지난 8월 기준 전국 12개 광역자치단체와 79개 기초자치단체에서 생활임금제를 도입했다. 서울시는 2015년 1월 생활임금 조례를 제정하고 그해 3월 전국 광역자치단체 최초로 생활임금제를 시행했다. 적용 대상은 2015년까지는 직접고용 근로자와 민간위탁 근로자로 한정했으나 올해부터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소속 근로자와 뉴딜일자리 참여자 등 1만여 명으로 확대됐다. 강남구를 제외한 24개 자치구도 시행 중이다.
지자체 조례에 근거한 탓에 생활임금은 지역별로 차이가 크다. 서울의 내년도 생활임금은 9211원이다. 올해(8197원)보다 12.4% 오른다. 전라남도는 올해 7688원에서 9370원으로, 인천시는 6880원에서 8600원으로, 광주광역시는 8410원에서 8840원으로 오른다. 생활임금의 원조격인 경기 부천시의 생활임금은 8000원에서 9050원으로 뛴다. 이에 비해 세종시는 7920원으로 5% 오르는 데 그친다. 충청북도 관계자는 “재정이 넉넉하지 않아 도입하지 못하는 곳도 있다”며 “소속 지자체에 따라 급여가 수십만원씩 차이 나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직원들도 있다”고 전했다.
◆하나의 목적, 두 개의 제도
공공부문 근로자의 생활 안정을 돕는다는 차원에서 생활임금제는 여론의 호응을 얻고 있다. 문제는 속도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16% 이상 오르면서 영세 자영업자들의 비명이 나오는 상황에서 최저임금보다 최대 2000원 이상 많은 생활임금이 속속 등장하면서 민간부문의 임금 인상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 최저임금제도 자체가 무력화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각 지자체가 재정 상황을 고려해 생활임금제를 도입하겠지만 최저임금과 생활임금이 경쟁적으로 인상을 유도하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급격한 생활임금 인상이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령 공공기관에서 환경미화 업무를 담당하는 근로자가 민간기업에서 같은 일을 하는 근로자보다 월평균 20만~50만원가량 임금을 더 받는 경우다. 부산발전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일자리브리프에서 “동일업종 저임금 일자리의 경우 공공기관 근로자 임금이 더 높은 경향이 있어 생활임금제 실시 이후 공공부문과 민간기업 간 임금 격차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자체 간에 벌어지고 있는 ‘인상률 경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일부 단체장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생활임금 1만원 시대 개막’이라는 타이틀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 같다”며 “생활임금 재원은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서 지자체 재정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한국은 1986년 ‘최저임금법’을 제정하고 1988년부터 최저임금제를 시행하고 있다. 시급 600원이던 1989년 이후 최저임금은 빠르게 올라 올해는 6470원이다. 내년에는 16.4%(1060원) 오른 7530원으로, 제도 시행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오른다.
생활임금제가 단기간에 확산된 것은 임금 개념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노동계의 요구 때문이다. 근로자 한 명의 최저 생활을 보장하는 최저임금을 넘어 근로자 가족의 가계지출을 감안해야 한다는 게 노동계 주장이다. ‘깃발’은 2013년 서울 성북구와 노원구, 경기 부천시가 들었다.
그로부터 4년, 지난 8월 기준 전국 12개 광역자치단체와 79개 기초자치단체에서 생활임금제를 도입했다. 서울시는 2015년 1월 생활임금 조례를 제정하고 그해 3월 전국 광역자치단체 최초로 생활임금제를 시행했다. 적용 대상은 2015년까지는 직접고용 근로자와 민간위탁 근로자로 한정했으나 올해부터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소속 근로자와 뉴딜일자리 참여자 등 1만여 명으로 확대됐다. 강남구를 제외한 24개 자치구도 시행 중이다.
지자체 조례에 근거한 탓에 생활임금은 지역별로 차이가 크다. 서울의 내년도 생활임금은 9211원이다. 올해(8197원)보다 12.4% 오른다. 전라남도는 올해 7688원에서 9370원으로, 인천시는 6880원에서 8600원으로, 광주광역시는 8410원에서 8840원으로 오른다. 생활임금의 원조격인 경기 부천시의 생활임금은 8000원에서 9050원으로 뛴다. 이에 비해 세종시는 7920원으로 5% 오르는 데 그친다. 충청북도 관계자는 “재정이 넉넉하지 않아 도입하지 못하는 곳도 있다”며 “소속 지자체에 따라 급여가 수십만원씩 차이 나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직원들도 있다”고 전했다.
◆하나의 목적, 두 개의 제도
공공부문 근로자의 생활 안정을 돕는다는 차원에서 생활임금제는 여론의 호응을 얻고 있다. 문제는 속도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16% 이상 오르면서 영세 자영업자들의 비명이 나오는 상황에서 최저임금보다 최대 2000원 이상 많은 생활임금이 속속 등장하면서 민간부문의 임금 인상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 최저임금제도 자체가 무력화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각 지자체가 재정 상황을 고려해 생활임금제를 도입하겠지만 최저임금과 생활임금이 경쟁적으로 인상을 유도하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급격한 생활임금 인상이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령 공공기관에서 환경미화 업무를 담당하는 근로자가 민간기업에서 같은 일을 하는 근로자보다 월평균 20만~50만원가량 임금을 더 받는 경우다. 부산발전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일자리브리프에서 “동일업종 저임금 일자리의 경우 공공기관 근로자 임금이 더 높은 경향이 있어 생활임금제 실시 이후 공공부문과 민간기업 간 임금 격차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자체 간에 벌어지고 있는 ‘인상률 경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일부 단체장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생활임금 1만원 시대 개막’이라는 타이틀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 같다”며 “생활임금 재원은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서 지자체 재정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