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교육감 선거, 이대로 또 해야 하나?
내년 6월13일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진다. 이날 광역자치단체 교육감도 뽑는다. 우리나라 교육자치제도는 시·도 등 광역자치단체의 교육감만 직선으로 선출하되 무소속으로만 입후보할 수 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 하여 국가의 명운을 좌우하는 중요한 과제다. 이렇게 중요한 교육정책을 결정하는 우리나라의 교육감 선거제도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제도다.

우선 직선제 교육감 선거는 비현실적이다. 교육은 주민의 중요한 관심사이므로 도지사, 시장과 같이 주민이 직접 선거해야 하되 정치적인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하므로 정당 공천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 현행 제도의 논리다. 정치인이 아닌 교육전문가가 개인으로서 시·도 단위에서 직접 선거를 치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는 대규모 조직과 막대한 경비가 필요하다. 경기도의 경우 선거사무소를 60개 개설해야 하고 공식 선거비용만 40억원이다. 개인이 이와 같은 선거운동을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동안 전국 시·도 교육감 중 절반 이상이 선거 부정이나 뇌물수수 등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교육감은 정당인이어서는 안 된다는 규정도 논리적 타당성이 없다. 교육정책에 가장 영향력이 있는 사람은 대통령과 교육부 장관이다. 또 지방교육예산 등은 광역 지방의회 의원이 결정한다. 이들은 대부분 정당 소속 정치인이다. 교육정책을 결정하는 모든 사람이 정치인인데 왜 교육감만 정당 소속이면 안 된다는 것인가?

많은 사람이 헌법 제31조에서 규정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거론한다. 이 조항의 뜻은 교육감은 정당인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아니고 교육이 정치적으로 편향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교육감 후보자는 대부분 인지도가 높지 않은데, 정당 공천도 없어 후보자의 성향 파악이 어렵다. 많은 사람이 후보자가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투표하는 것이 현실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지방교육자치가 지방자치와 완전히 분리돼 있다는 것이다. 지방 주민의 가장 큰 관심사는 자녀 교육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하고 막대한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공고육 충실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재정적이나 행정적으로 지자체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주민의 가장 중요한 문제인 교육에 대해 시장, 군수, 도지사는 관심이 적다.

우리나라 지방교육재정은 대부분이 중앙정부의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이고 일부가 수업료 등이다. 교육감은 지자체의 재정 지원이 없으면 시설 개선, 무상급식, 무상보육 등 교육행정을 제대로 할 수 없다. 과거 무상급식 추진 과정에서 교육감과 지자체장의 불협화음이 컸다. 교육감이 무상급식 공약으로 생색을 내고 지자체에 돈을 내라 하니 지자체장이 불평할 수밖에 없었다. 이와 같은 근본 원인은 현행 제도상 지방교육은 교육감의 권한과 책임이고 지자체장은 지원만 할 수 있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큰 틀에서 지자체장이 교육을 책임지도록 지방교육자치와 지방자치를 통합해야 한다.

세계 각국의 예를 봐도 프랑스 외에는 대부분 국가에서 지자체장이 교육을 책임지고 있다. 일본은 지자체장이 교육위원을 임명하고 그중에서 교육감을 호선해 결정한다. 영국, 독일, 북유럽 국가들은 지자체장이 교육을 책임지고 교육행정 책임자도 지자체장이 임명한다. 미국도 대부분 주와 도시들은 지자체장이 교육을 책임지고 있다. 미국 뉴욕시는 과거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이 교육개혁을 지휘했고, 과감한 교육개혁으로 유명한 한국계 미셸 리 전 워싱턴DC 교육감도 시장이 임명했다.

이와 같이 제도적 근거도 약하고 비효율적인 지방교육자치제도는 바꿔야 한다. 장기적으로 지자체장이 교육을 책임지도록 근본적 제도 개선을 추진하되 단기적으로는 내년도 교육감 선거부터 없애야 한다. 즉 광역지자체장이 교육전문가 중에서 광역의회의 동의를 받아 4년 임기 교육감을 지명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이럴 경우 교육감 직접 선거로 인한 폐단을 막고 지자체와 교육행정기관 간의 업무 협조도 원활해질 것이다.

교육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면서 교육감 선거제도에 국민적 관심이 적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를 조속히 공론화해 불합리한 교육감 선거를 더 이상 하지 않도록 올해 안에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

최종찬 <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원장·전 건설교통부 장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