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현 한국금속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금속공업 기술력이 바탕이 돼야 여러 산업 분야에서 혁신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조아란 기자
이의현 한국금속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금속공업 기술력이 바탕이 돼야 여러 산업 분야에서 혁신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조아란 기자
국내 금속가공업계가 제품 표준인증, 공동 기술 개발 등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저가 외국산 제품에 맞서 제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이런 활동은 한국금속공업협동조합이 주도하고 있다.

이의현 한국금속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17일 “금속가공 제품은 교량, 도로, 자동차 등 모든 산업 분야에 부품으로 활용되기 때문에 산업의 혁신을 좌우한다”며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 이익률을 높이는 데 업계가 사활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경쟁 환경 조성

"금속가공 키워야 테슬라 같은 전기차 만든다"
한국금속공업협동조합은 446개 업체를 회원사로 두고 있다. 자전거 보관대, 버스승강장 표지판 등을 제작하는 일반 금속가공업체부터 가드레일, 철문 등을 생산하는 철판제품 생산업체 그리고 볼트, 자동차 부품 등을 제조하는 선재·나사제품 생산업체 등이 회원사다. 규모는 매출 기준 약 3조원에 달한다.

1962년 설립된 금속조합은 단체표준인증사업 직접생산확인사업 등을 통해 회원사들의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해 왔다. 버스승강장 금속제 구조물, 조명타워 등 여덟 가지 품목의 표준인증을 마련해 제조자와 소비자의 투명한 거래를 돕고 있다. 난간, 방음벽 등 중소기업 간 경쟁 제품으로 지정된 22개 물품은 생산확인을 직접 한다. 이를 통해 국내 업체 이름만 빌려 해외에서 생산하는 업체들의 공공시장 입찰을 차단한다.

2015년부터는 공동특허사업을 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저가 제품이 대거 들어오면서 국내 업체들도 20~30%씩 가격을 낮추느라 수익성이 악화됐다”며 “기술력을 앞세운 제품으로 수익성을 회복해야 하지만 독자적으로 연구개발(R&D)을 하기에는 영세한 업체가 많아 공동특허사업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둘 이상의 회원사가 모여 공동으로 연구하고 특허권도 공동으로 출원하는 방식이다.

금속조합은 회원사를 대상으로 강연과 교육도 다수 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회원사들이 한 달에 여러 차례 서울 여의도 사무실을 빌려 세미나를 하고 있다”며 “1주일 전에도 교량의 전선과 배관을 정리하는 케이블스트레이 R&D 모임이 자체 조직돼 세미나를 열었다”고 말했다.

◆금속가공은 산업의 뿌리

이 이사장은 금속가공공업은 산업의 뿌리라고 강조했다. 그는 “금속공업이 발달해야 한국에서도 테슬라 같은 전기차 기업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차가 일정 이상의 연비를 내기 위해서는 차량의 무게를 줄이는 게 관건인데 무게를 줄이는 일은 가벼우면서도 단단한 소재를 개발하는 금속가공업체 몫”이라며 “여러 산업 분야에서 혁신이 나오려면 금속가공 분야의 기술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이사장은 주조, 금형, 용접, 소성가공, 표면처리, 열처리 등 여섯 개 업종만 뿌리산업으로 지정된 데 대해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매뉴얼만 따른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금속공업은 근무환경이 열악해 인력 부족을 겪고 있고 첨단화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뿌리산업으로 지정된 다른 업종과 다를 것이 없다”며 “금속공업 분야에도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아란 기자 ar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