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를 사는 대한민국 사람들은 해야 할 걱정이 참 많다. 당장 인공지능이 자기 직업을 위협할 거라고 야단이다. 어린아이들이 줄어 젊은 사람들의 부양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하고,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으러 외국으로 떠나야 하나 걱정한다. 왜 내 부모는 나를 금수저로 태어나게 하지 않았을까 하는 원망도 있다. 어느 시절을 산들 미래에 대한 걱정 없이 산 적이 있었을까.

인공지능이 본격화됐을 때 사라지지 않을 200개 직업 가운데 상위 20개가 예술 관련 직업이란 얘기를 들었다. 필자는 직업상 여기에 미래 운명을 걸고 싶다.

그런데 우리가 우리 음악을 대하는 태도는 어떤가. 국악은 어느 나라 음악인가? 광복 이후 한국인 가운데 몇 퍼센트가 국악을 제대로 공부해봤을까? 아니 몇 퍼센트 정도가 제대로 감상이라도 해봤을까? 아니면 국악을 배워야 할 필요가 있는 장르라고 생각은 해봤을까? 국어와 국사는 필수교육을 하면서 국악은 왜 필수교육을 하지 않느냐고 물으면 이상한 사람으로 여길지 궁금하다.

미래 지구촌을 이끌어 갈 인류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복잡한 계산, 절차가 많은 복합 노동, 열심히 외워야 할 단순 지식 등은 인공지능이 사람을 대신하게 될 것이다. 이때 창조적이고 예민한 감수성을 지닌 생물체인 인간이 인간다운 삶을 누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필자는 속 편하게도 미래에도 없어지지 않을 상위 20개 직업에 큰 기대를 건다. 거대한 우주가 점점 지구촌으로 좁혀질수록, 세상이 발달할수록, 많은 부분이 자동화될수록 만물의 영장인 인간만이 지닌 정체성을 계발해 삶의 낙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미래에 대한 희망적 설계일 터이다.

국악은 당연히 대한민국 사람들의 음악이다. 우리는 손안에 보물을 쥐고 있는데 우리만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다. 비록 작지만 딴딴하고 밀도감 있는 우리 금수강산에서 명석하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예술을 잘할 수 있는 역량을 지니고 있음은 더 이상 시험해보지 않아도 된다.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의미 있는 것, 우리 선조가 물려주신 것, 그 안에서 미래 지구촌의 행복을 찾아가는 길. 이것이 인공지능이 보편화할 세상에서 가꿔 나가야 할 대상이 아닐까. 근거 없는 망상은 아닐 것이다. 다만 우리스러운 예술적 인자가 소멸하기 전에 우리를 회복하고, 우리를 우리답게 교육하는 일에 정성을 쏟아야 함을 명심해야 할 터이다.

김해숙 < 국립국악원장 hskim12@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