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밀집도 세계 최대" vs "저렴·안정적 전력공급"
후폭풍 불가피…'숙의 민주주의' 시도는 긍정적 평가
신고리5·6호기 운명 발표 D-2… 시민참여단의 선택은?
신고리5·6호기 건설을 영구 중단할지, 아니면 재개할지에 관한 공론조사 결과 발표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신고리5·6호기공론화위원회는 18일 현재 1차∼4차 조사결과를 분석하며 '대(對) 정부권고안'을 작성 중이다.

대법관 출신 김지형 위원장과 인문사회·과학기술·조사통계·갈등관리 분야 전문가인 8명의 위원은 전날부터 순차적으로 합숙장소에 모여 외부와 접촉을 완전히 차단한 채 대정부 권고안 작성에 매진하고 있다.

4차 조사결과에서 건설중단·건설재개 응답 차이가 뚜렷하면 권고안 작성이 간단하고, 끝까지 팽팽하게 나왔다면 1차∼4차 조사결과를 종합적으로 분석, 정리해야 한다.

공론조사 과정에서 건설중단 측은 "한국의 원전밀집도가 세계 최대이고, 5·6호기가 추가되면 무려 10기의 원전이 한 곳에 있게 된다.

울산·부산·경남 인근에 400만 명이 살고 있다"며 안전상의 우려를 최대 공격 포인트로 내세웠다.

건설재개 측은 안전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원전은 저렴하고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가능하게 한다.

원전을 짓지 않는다고 당장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게 아니라 가스발전소로 대체하게 된다.

재생에너지에 매년 2조 원이 넘는 보조금이 들어간다"는 논리를 폈다.

공론화위는 오는 20일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에서 권고안을 발표한 뒤 해산한다.

20일은 공론화위가 지난 7월 24일 출범한 지 89일째 되는 날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초 대선 때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을 공약으로 내걸었으나 정부가 이미 1조6천억 원을 투입해 5·6호기의 종합공정률이 29.5%(시공 11.3%)에 달하자 영구중단이냐 건설재개냐의 문제를 공론화를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

정부는 앞서 지난 6월 27일 국무회의에서 이같이 결정하면서 공론화 작업을 보다 중립적이고 공정하게 진행하기 위해 5·6호기 공사를 일시 중단하고 3개월 이내에 공론조사를 마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신고리5·6호기 공론화 예산으로 조사용역 25억 원 등 총 46억 원을 편성했다.

공론조사를 두고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 손에 정부정책 결정을 떠넘긴다', '3개월은 공론조사에 부족하다', '46억 원짜리 면죄부를 받으려는가'라는 등의 비판도 나왔다.

공론화 진행과정에서 건설중단과 건설재개 양측은 자료집 구성, 토론회 발표자 등을 두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고, 공정성에 관해 양측 모두 한때 '보이콧'까지 거론하는 등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한 문재인만큼 공론 조사결과가 어느 쪽으로 나오든 어느 정도 '후폭풍'을 피하기는 어렵겠지만, '숙의(熟議) 민주주의'를 시도하고 경험했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시민참여단의 2박3일 종합토론회에는 당초 예상했던 350명보다 훨씬 많은 471명이 참석했다.

시민참여단에 참여한 일부 인사들은 "분임토의 일정을 모두 소화하기 힘들었다", "양측이 제시한 정보의 팩트확인이 부족했다"는 등 아쉬움을 나타냈지만, 대부분은 "좋은 경험이었다", "민주주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도 수용할 수 있다"는 등의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