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 국민연금이 대체투자 수익률 낱낱이 공개해야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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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대 연기금인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캘퍼스)은 돈을 맡긴 89개 사모펀드(PEF) 운용사의 237개 펀드별 수익률을 낱낱이 공개한다.
예를 들어 캘퍼스는 미국계 사모펀드 칼라일이 운용하는 27개 펀드에 돈을 위탁했는데, 펀드별로 수익률은 기본이고 약정 금액이 얼마인데 실제 얼마가 출자됐고 지금까지 얼마가 회수됐다는 정보까지 확인할 수 있다. 7500만달러를 위탁한 칼라일/리버스톤 글로벌에너지·전력 3호 펀드는 2003년 이후 52.7%의 수익을 낸 반면 같은 액수를 2005년부터 맡긴 칼라일 아시아 그로스 파트너스 3호 펀드는 1%를 까먹고 있다는 식이다. 사모펀드뿐만 아니라 인프라, 부동산, 헤지펀드 등 모든 대체투자 자산의 수익률을 다 이런 식으로 공개한다.
이에 반해 우리 국민의 노후자금 600조원을 굴리는 국민연금은 사회기반시설, 부동산, 기타대체(PEF), 헤지펀드 등 부문별로 투자 금액만 공개하고 있다. 수익률은 4개 부문을 ‘대체투자 부문 운용수익률’로 뭉뚱그려 공개한다. 캘퍼스에 비해 투명성이 크게 떨어지는 이유는 전체 투자 포트폴리오를 이해하지 못하는 국회의원이나 일부 언론이 개별 투자건을 문제삼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일이 대응하려면 일상적인 투자 업무에 지장이 크기 때문에 일견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오히려 공개 수위를 획기적으로 높이면 감사원의 감사 방식을 바꾸고 국회나 언론 간섭에서도 자유로워질 수 있다”(한 외국계 PEF 대표)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감사원 감사가 무서워 위탁업무를 못 하겠다’는 건 국내 연기금 담당자들의 오랜 불만이다. PEF란 여러 기업에 투자한 수익률을 합쳐서 성과를 판단하는 투자 다발인 데도 감사원은 다발의 성과(펀드 전체 수익률)를 무시한 채 한두 개의 낙과(손실이 발생한 개별 투자건)만 문제 삼는다는 것이다.
이런 감사 방식은 PEF의 본업인 바이아웃(경영권 매매) 시장의 성장을 가로막는다. 연기금이 돈을 맡기면서 ‘수익률보다는 절대로 손실을 보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다 보니 국내 PEF들은 고위험·고수익의 바이아웃 투자보다 원금 보장을 위한 온갖 옵션을 갖다붙인 사실상의 대출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외국계 PEF 대표는 펀드별로 수익률을 투명하게 공개하면 감사의 초점도 ‘투자건별’에서 ‘펀드 다발’로 자연스럽게 바뀔 것이라고 말한다. “전 국민이 펀드 수익률을 지켜보고 있는데 펀드에 한두 개 섞여 있는 개별 손실을 문제 삼으면 감사원 스스로 PEF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함을 자인하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는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감사원의 역할은 출자과정에 절차상 문제가 없었는지 등을 따지는 쪽으로 바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도 “정보공개 수위를 결정하는 기금운용위원회가 지난 9월 회의에서 정보공개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말했다.
정영효 증권부 기자 hugh@hankyung.com
예를 들어 캘퍼스는 미국계 사모펀드 칼라일이 운용하는 27개 펀드에 돈을 위탁했는데, 펀드별로 수익률은 기본이고 약정 금액이 얼마인데 실제 얼마가 출자됐고 지금까지 얼마가 회수됐다는 정보까지 확인할 수 있다. 7500만달러를 위탁한 칼라일/리버스톤 글로벌에너지·전력 3호 펀드는 2003년 이후 52.7%의 수익을 낸 반면 같은 액수를 2005년부터 맡긴 칼라일 아시아 그로스 파트너스 3호 펀드는 1%를 까먹고 있다는 식이다. 사모펀드뿐만 아니라 인프라, 부동산, 헤지펀드 등 모든 대체투자 자산의 수익률을 다 이런 식으로 공개한다.
이에 반해 우리 국민의 노후자금 600조원을 굴리는 국민연금은 사회기반시설, 부동산, 기타대체(PEF), 헤지펀드 등 부문별로 투자 금액만 공개하고 있다. 수익률은 4개 부문을 ‘대체투자 부문 운용수익률’로 뭉뚱그려 공개한다. 캘퍼스에 비해 투명성이 크게 떨어지는 이유는 전체 투자 포트폴리오를 이해하지 못하는 국회의원이나 일부 언론이 개별 투자건을 문제삼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일이 대응하려면 일상적인 투자 업무에 지장이 크기 때문에 일견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오히려 공개 수위를 획기적으로 높이면 감사원의 감사 방식을 바꾸고 국회나 언론 간섭에서도 자유로워질 수 있다”(한 외국계 PEF 대표)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감사원 감사가 무서워 위탁업무를 못 하겠다’는 건 국내 연기금 담당자들의 오랜 불만이다. PEF란 여러 기업에 투자한 수익률을 합쳐서 성과를 판단하는 투자 다발인 데도 감사원은 다발의 성과(펀드 전체 수익률)를 무시한 채 한두 개의 낙과(손실이 발생한 개별 투자건)만 문제 삼는다는 것이다.
이런 감사 방식은 PEF의 본업인 바이아웃(경영권 매매) 시장의 성장을 가로막는다. 연기금이 돈을 맡기면서 ‘수익률보다는 절대로 손실을 보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다 보니 국내 PEF들은 고위험·고수익의 바이아웃 투자보다 원금 보장을 위한 온갖 옵션을 갖다붙인 사실상의 대출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외국계 PEF 대표는 펀드별로 수익률을 투명하게 공개하면 감사의 초점도 ‘투자건별’에서 ‘펀드 다발’로 자연스럽게 바뀔 것이라고 말한다. “전 국민이 펀드 수익률을 지켜보고 있는데 펀드에 한두 개 섞여 있는 개별 손실을 문제 삼으면 감사원 스스로 PEF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함을 자인하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는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감사원의 역할은 출자과정에 절차상 문제가 없었는지 등을 따지는 쪽으로 바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도 “정보공개 수위를 결정하는 기금운용위원회가 지난 9월 회의에서 정보공개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말했다.
정영효 증권부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