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조 설립을 주도했던 전임 노조위원장이 “망해봐야 정신 차린다”는 외부의 비판을 충고로 고맙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쓴소리를 해 화제다. 주인공은 현대차 2대 노조위원장을 지낸 이상범 씨다. 그는 2년 전 현대차 해외공장을 둘러보고 느낀 점을 최근 블로그에 보고서 형식으로 올리며 처절한 자기 반성문도 곁들였다. 현대차 노조와 국내 공장의 민낯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러시아 공장은 2011년 연간 20만 대 규모로 지었는데 3조3교대로 근무하며 2015년 100만 대를 생산하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는 점을 밝혔다. 깜짝 놀라 수치를 재확인할 정도였다고 한다. 품질관리도 엄격해 ‘러시아 품질대상(大賞)’을 5연패할 정도였다. “생산직 초임은 월 110만원, 상여금 100%로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았지만 노동조합조차 없었다”는 게 요지다. 그는 “임금, 생산성, 품질, 현지 판매 등 중요한 모든 항목에서 해외공장이 확실한 비교우위라면 어느 경영자가 국내에 공장을 더 지으려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중국 베이징 공장 방문 시 말문이 막힐 정도였다고 고백했다. 국내 공장에 비해 뒤진다고 할 만한 지표가 사실상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다. 이런 현실을 도외시한 채 고용 안정을 보장하라고 머리띠 매고 구호만 외치는 것이 얼마나 공허한 일인지 알겠더라고도 했다. 그는 “현대차 임금 수준은 국내외를 통틀어 최상위 수준인데 해마다 적다고 파업하면 여론이 곱게 봐주겠느냐”고 꼬집기도 했다. 이씨는 “이런 실토를 하는 것이 무척 괴롭지만 내 양심의 소리이자 참회의 글”이라며 올해 말 퇴직하기 전 남기고 싶은 이야기라고 했다.

현대차로 대표되는 한국 자동차산업 위기의 이면에는 고비용 저효율 구조, 그리고 이와 불가분 관계인 경직적 노사관계가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자기 반성이 처음으로 노조 내부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다행이지만 그만큼 위기가 심각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