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논단] 트럼프는 '달러의 종말'을 앞당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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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의 핵 협상엔 반대급부 필요
아시아 지역 미군감축 카드라면
그 틈새를 중국 위안화가 파고들 것"
배리 아이컨그린 < 미국 UC버클리 교수 >
아시아 지역 미군감축 카드라면
그 틈새를 중국 위안화가 파고들 것"
배리 아이컨그린 < 미국 UC버클리 교수 >
사실 마크 트웨인(미국 작가)은 한 번도 “내 죽음에 관한 보도는 상당히 과장돼 있다”고 말한 적이 없다. (그에 대한 잘못된 부고 기사가 돌았을 때 그가 이같이 비꼬았다는 루머가 돌았다) 그러나 이 잘못된 인용은 아주 매력적이어서 그냥 버리기가 아까울 정도다. 달러의 국제적 역할에 관한 논의에도 적용할 수 있는 표현이다.
전문가들이 달러의 글로벌 장악력이 거의 끝났다고 언급한 것은 1960년대부터다. 구글에서 ‘달러의 죽음(demise of the dollar)’을 영어로 검색해 보면 시기마다 어떤 맥락에서 언급했는지 찾아볼 수 있다.
1969년 8개 중앙은행이 운영하던 달러와 금 간 고정비율 교환 시스템(페그제)인 런던의 공동 금기금이 붕괴됐을 때 처음으로 ‘달러의 죽음’에 관한 언급이 나왔다. 1970년대에는 브레턴우즈 체제가 붕괴되고 물가가 급등세를 보이면서 더 자주 이 표현이 사용됐다. 2001년부터는 훨씬 더 많이 언급됐다. 그해 9월 테러리스트의 공격, 불어나는 미국 재정적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온 것 등이 반영된 탓이다.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달러의 국제적 역할은 지속되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 및 정부의 외환보유액 중 달러 비중은 거의 꼼짝도 하지 않았다. 외환시장에서의 지배적 지위도 잃지 않았다. 베네수엘라 지도자들은 ‘달러의 독재’라고 불평하지만 여전히 세계 원유는 배럴당 몇 달러로 가격을 표시하고 이에 기반해 거래된다.
외화 트레이더들에게는 실망스러운 일이지만 달러 가치는 급격히 오르내린다. 이것이 국제 시장에서 달러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은 아니다. 각국 중앙은행은 여전히 유동성이 풍부한 시장을 거느리고 있는 미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또 미 국채는 안전하다. 미국 연방정부는 1812년 전쟁 후 제때 빚을 갚지 못한 적이 없다.
미국의 외교·군사 관계도 미국의 동맹국들이 달러를 보유하도록 하는 요인이다. 스스로 핵무기를 보유한 나라들은 미국의 안보체제에 의존하는 나라에 비해 달러를 덜 보유하는 경향이 있다. 기축통화 발행국과 군사적 동맹이 되면 해당 국가의 외환보유액 가운데 동맹의 기축통화 비중이 30%포인트가량 상승한다. 이런 (외교적) 효과가 없다면 각국 외환보유액에서 달러 비중은 상당히 감소할 것이라는 뜻이다.
지정학적 동맹과 국제 통화 선택 간의 관계는 여러 요인을 반영한다. 동맹국은 (미국 같은) 통화를 발행하는 나라가 부채를 우선 갚아줄 것으로 기대한다. 그 대가로 통화 발행국은 더 낮은 금리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은 외환보유액의 80%가량을 달러로 들고 있다. 이들 나라의 금융 행동이 드라마틱하게 바뀌어 달러 환율과 미국의 부채조달 금리에 역효과가 발생한다면, 미국의 가까운 군사동맹이 경쟁자가 될 수도 있다.
이런 경쟁이 어떻게 발생할지를 상상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금 지지자들에게 체면을 구기지 않기 위해서는 북한으로부터 핵무기에 관한 양보를 얻어내야 한다. 그의 공격적인 수사와 태도에도 불구하고 그런 양보를 얻어내는 유일한 길은 협상뿐이다. 역설적으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정부의 이란 핵 협상과 마찬가지로 (트럼프 정부가 얻어낼 수 있는) 가장 그럴 듯한 결과는 사찰 제도가 될 것이다.
트럼프 정부가 거기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뭔가 반대급부를 제공해야 한다. 가장 확실한 협상 카드는 한반도 및 아시아 지역에 주둔하는 미군을 감축해서 북한이 더 안전하다고 느끼는 체제를 만들어주는 일이다. 이는 미국이 아시아 지역에 제공하는 안보 수준이 약화된다는 뜻이고 중국은 이런 지정학적 틈새를 파고들 기회를 얻을 것이다. 그리고 중국이 지정학적으로 선도적 역할을 한다면 위안화의 위상도 따라 올라갈 것이다.
ⓒProject Syndicate
정리=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전문가들이 달러의 글로벌 장악력이 거의 끝났다고 언급한 것은 1960년대부터다. 구글에서 ‘달러의 죽음(demise of the dollar)’을 영어로 검색해 보면 시기마다 어떤 맥락에서 언급했는지 찾아볼 수 있다.
1969년 8개 중앙은행이 운영하던 달러와 금 간 고정비율 교환 시스템(페그제)인 런던의 공동 금기금이 붕괴됐을 때 처음으로 ‘달러의 죽음’에 관한 언급이 나왔다. 1970년대에는 브레턴우즈 체제가 붕괴되고 물가가 급등세를 보이면서 더 자주 이 표현이 사용됐다. 2001년부터는 훨씬 더 많이 언급됐다. 그해 9월 테러리스트의 공격, 불어나는 미국 재정적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온 것 등이 반영된 탓이다.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달러의 국제적 역할은 지속되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 및 정부의 외환보유액 중 달러 비중은 거의 꼼짝도 하지 않았다. 외환시장에서의 지배적 지위도 잃지 않았다. 베네수엘라 지도자들은 ‘달러의 독재’라고 불평하지만 여전히 세계 원유는 배럴당 몇 달러로 가격을 표시하고 이에 기반해 거래된다.
외화 트레이더들에게는 실망스러운 일이지만 달러 가치는 급격히 오르내린다. 이것이 국제 시장에서 달러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은 아니다. 각국 중앙은행은 여전히 유동성이 풍부한 시장을 거느리고 있는 미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또 미 국채는 안전하다. 미국 연방정부는 1812년 전쟁 후 제때 빚을 갚지 못한 적이 없다.
미국의 외교·군사 관계도 미국의 동맹국들이 달러를 보유하도록 하는 요인이다. 스스로 핵무기를 보유한 나라들은 미국의 안보체제에 의존하는 나라에 비해 달러를 덜 보유하는 경향이 있다. 기축통화 발행국과 군사적 동맹이 되면 해당 국가의 외환보유액 가운데 동맹의 기축통화 비중이 30%포인트가량 상승한다. 이런 (외교적) 효과가 없다면 각국 외환보유액에서 달러 비중은 상당히 감소할 것이라는 뜻이다.
지정학적 동맹과 국제 통화 선택 간의 관계는 여러 요인을 반영한다. 동맹국은 (미국 같은) 통화를 발행하는 나라가 부채를 우선 갚아줄 것으로 기대한다. 그 대가로 통화 발행국은 더 낮은 금리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은 외환보유액의 80%가량을 달러로 들고 있다. 이들 나라의 금융 행동이 드라마틱하게 바뀌어 달러 환율과 미국의 부채조달 금리에 역효과가 발생한다면, 미국의 가까운 군사동맹이 경쟁자가 될 수도 있다.
이런 경쟁이 어떻게 발생할지를 상상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금 지지자들에게 체면을 구기지 않기 위해서는 북한으로부터 핵무기에 관한 양보를 얻어내야 한다. 그의 공격적인 수사와 태도에도 불구하고 그런 양보를 얻어내는 유일한 길은 협상뿐이다. 역설적으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정부의 이란 핵 협상과 마찬가지로 (트럼프 정부가 얻어낼 수 있는) 가장 그럴 듯한 결과는 사찰 제도가 될 것이다.
트럼프 정부가 거기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뭔가 반대급부를 제공해야 한다. 가장 확실한 협상 카드는 한반도 및 아시아 지역에 주둔하는 미군을 감축해서 북한이 더 안전하다고 느끼는 체제를 만들어주는 일이다. 이는 미국이 아시아 지역에 제공하는 안보 수준이 약화된다는 뜻이고 중국은 이런 지정학적 틈새를 파고들 기회를 얻을 것이다. 그리고 중국이 지정학적으로 선도적 역할을 한다면 위안화의 위상도 따라 올라갈 것이다.
ⓒProject Syndicate
정리=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