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등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의 70%(7명 중 5명)가 3년 뒤 무더기로 교체될 전망이다. 2020년에 한은 부총재와 4명의 금통위원 임기가 동시에 몰려서다. 금통위원 과반이 한꺼번에 바뀌면 통화정책 결정에 공백이 생길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금통위원의 임기를 분산시키는 한국은행법 개정이 시급하지만 다른 경제 현안에 묻혀 매 회기 국회에서 폐기와 재발의만 반복되고 있다.
금통위원 5명이 한꺼번에 임기 끝나는데…한국은행법 개정안은 국회서 '낮잠'
◆현실화된 ‘금통위원 리스크’

18일 한은에 따르면 5명의 금통위원 임기가 2020년 동시에 끝난다. 지난해 4월 임명된 조동철·이일형·고승범·신인석 금통위원에다 올해 8월에 임명된 윤면식 한은 부총재까지다. 금통위원 임기는 4년이고, 한은 부총재 임기는 3년으로 금통위원보다 1년 짧다. 총 7명의 금통위원 중 당연직인 한은 총재·부총재를 제외하면 외부 출신 금통위원은 2018년 5월 임기가 끝나는 함준호 위원을 제외한 전원이 한꺼번에 교체된다.

이는 이명박 정부 당시(2010년) 임기 만료된 금통위원 임명을 2년여간 이유없이 미루면서 이미 예고된 것이다. 한 명의 금통위원을 2년간 임명하지 않다 보니 당초 2~3명씩 바뀌던 금통위원이 지난해에만 4명이 교체됐다. 여기에다 부총재 임기까지 맞물리면서 2020년부터는 4년마다 금통위원이 한꺼번에 70%가량씩 바뀌게 된다.

한 증권사 채권 운용역은 “대거 바뀌는 신임 금통위원의 성향을 잘 모르기 때문에 시장의 불안감은 커질 것”이라며 “무더기 금통위원 교체로 발생할 수 있는 통화정책의 변화 가능성 자체가 또 다른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금통위원 임기 분산 시급”

이 같은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한은법을 개정해 개별 금통위원의 임기 만료 시점을 분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금통위원 2명에 대해 일단 2년 임기를 부여한 뒤 다시 4년 임기로 연임할 수 있는 규정을 부칙에 명기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또 임명되는 시점부터 개인별로 4년의 임기가 적용되는 현행 방식 대신 당연직을 제외한 금통위원의 경우 임기를 정해 교체 때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상근위원에 대해선 각각 2년 단위로 교체하도록 명문화해 자발적으로 사임하지 않는 한 한 번에 위원이 바뀌는 걸 제도적으로 막고 있다. 영국 중앙은행도 위원마다 임기에 차이를 두고 있다. 한은법에 따르면 금통위원은 연임이 가능하다. 하지만 1998년 금통위원이 상근이 된 뒤 연임 사례는 없다.

금통위원 구성은 통화정책 방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금통위원 조직 개편을 다룬 한은법 개정안이 때마다 발의됐다.

하지만 시급성이나 현안의 중요성에 대한 국회의 공감을 얻지 못해 대부분 자동 폐기됐다. 지난 3월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병국 바른정당 의원이 금통위원 과반이 한꺼번에 바뀌는 상황을 막기 위해 한 차례에 한해 앞으로 임명되는 정부 추천 금통위원의 임기를 현행 4년에서 3년으로 줄이는 내용을 담은 한은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한은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흐름을 감안하면 앞으로 금통위원의 역할과 책임이 더 막중해질 것”이라며 “내부에선 한은법 개정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고 있지만 국회에선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