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의 G6 V30 등 고가 스마트폰에는 대부분 퀄컴이 제작한 통신칩 ‘스냅드래곤’이 들어간다. 통신칩이 없으면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은 물론 전화 통화도 할 수 없다. LG전자와 퀄컴이 19일 공동 개발하기로 한 V2X(Vehicle to everything) 통신 모듈은 ‘자율주행차판 통신칩’이라고 할 수 있다. 인텔과 보쉬 등 경쟁사들이 개발하는 솔루션을 성능에서 압도하면 모든 자율주행차에 LG전자의 V2X 통신 모듈이 들어가는 ‘LG 인사이드’가 가능할 수도 있다.
퀄컴과 손잡은 LG전자… "모든 자율주행차에 'LG 인사이드' 노린다"
◆‘LG 인사이드’의 꿈

자율주행차는 자체 카메라와 센서만으로 돌발 상황에 대응하기 힘들다. 교통 흐름 추적장치 등 도로 인프라와 도로 위의 다른 차량, 보행자와도 정보를 실시간으로 주고받아야 사고 없이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V2X 모듈이다. 이 모듈의 개발 성공은 대용량 정보처리 속도에 달려 있다. 자율주행차는 기지국과 주로 소통하는 스마트폰과 달리 사람, 기지국, 차량 등과 동시에 많은 정보를 주고받아야 하는 데다 정보의 양 자체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자칫 사고로 이어질지 모르는 통신 지연도 최소화해야 한다. 통신업계에서는 자율주행차가 운행하려면 V2X 모듈이 1초에 영화 한 편의 용량에 해당하는 1기가비트(Gb)를 처리하면서 처리 지연은 1밀리초(1ms=1000분의 1초) 이내로 줄여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술적 난도가 높은 만큼 상용화에 성공하면 과실도 크다. 특정 업체가 시장을 독점하는 사례가 좀처럼 없는 자동차 부품 분야지만 V2X 모듈은 가능할지 모른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V2X 모듈은 최첨단 전자부품인 만큼 기존 자동차 부품과 다른 시장 패러다임이 형성될 것”이라며 “PC 중앙처리장치(CPU)를 오랫동안 독점한 인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장악한 ARM과 같은 업체가 V2X에서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해 자동차용 통신 모듈 시장의 23.6%를 장악해 콘티넨탈, 덴소 등 자동차 부품 업체들을 제치고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여기에 모바일용 통신칩에서 확인된 퀄컴의 기술력이 결합하면 V2X 기술 개발에서 충분히 앞서나갈 수 있을 전망이다.

◆오너들이 직접 뛴다

2013년 7월 출범 당시 연매출 1조원이 채 안 되던 LG전자 VC사업본부는 올해 3조7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에는 수익이 투자비를 넘어서 200억~3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 품목도 인포테인먼트와 통신 모듈에서 전기차 구동모터, 배터리팩, 자율주행차용 전방 카메라 등으로 넓어졌다.

차량 내 전장부품 비중이 높아지고 있지만 전자업체가 자동차 부품사업에 진출해 성공한 사례는 LG전자를 제외하면 아직 찾아보기 힘들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2004년 자동차 부품이 그룹의 새로운 먹거리가 될 것으로 보고 관련 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V-ENS를 설립했다. 구 회장의 전폭적 지원 아래 V-ENS는 LG 계열사의 전장사업을 위한 로드맵을 구성했다. 2007년 LG이노텍을 시작으로 2009년 LG화학이 전기차용 배터리를 생산하며 시장에 뛰어들었다. 2010년에는 모터부터 내장재까지 모든 부품을 계열사가 제작한 전기자동차 시제품을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시연하기도 했다. 구본준 (주)LG 부회장도 2013년 LG전자 최고경영자(CEO) 시절 VC사업본부 설립을 주도하고 이후에도 꼼꼼히 사업을 챙겼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