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간 숨겨졌던 '여의도 지하벙커' 세상 밖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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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전시공간으로 재탄생시켜
70년대 지어진 신설동 '유령 승강장'
일제시대 '경희궁 방공호'도 개방
70년대 지어진 신설동 '유령 승강장'
일제시대 '경희궁 방공호'도 개방
영화 ‘감시자들’에는 배우 정우성과 한효주가 허름한 지하철역 승강장에서 추격을 벌이는 장면이 나온다. 추격신이 펼쳐지는 승강장은 어두컴컴한 데다 벽도 해져 있어 오랫동안 방치된 것처럼 보인다. 음산한 분위기가 나도록 꾸민 영화 세트장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곳은 서울 지하철 2호선 신설동역 지하 깊이 감춰진 실제 승강장이다.
이 신설동역 ‘유령 승강장’이 43년 만에 시민에게 공개된다. 서울시는 21일부터 다음달 26일까지 신설동역 ‘유령 승강장’에서 주말마다 시민 체험 행사를 연다고 19일 밝혔다.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 드라마 ‘스파이’, 걸그룹 트와이스의 뮤직비디오 촬영 장소로 쓰인 적은 있지만 일반에 공개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유령 승강장’은 1970년대 지하철 건설 계획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생겼다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서울시는 지하철 1호선을 건설하면서 연희동에서 종각, 동대문, 천호동으로 이어지는 5호선 노선을 계획했다. 이에 따라 1974년 8월 이 승강장을 비롯해 5호선 지하철이 지나갈 신설동역이 준공됐다. 그러나 이후 5호선이 왕십리에서 청구,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을 지나는 것으로 노선이 바뀌었고, 이때부터 신설동 승강장이 방치돼 ‘유령 승강장’이 됐다는 설명이다.
이날 서울시는 여의도 대중교통 환승센터 아래 40여 년간 숨겨졌던 지하 벙커도 일반에 공개했다. 이 벙커는 2005년 서울시가 환승센터를 세우기 위해 현지조사를 하던 중 발견됐다. 관련 자료가 없어 정확한 준공 시기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1976년 말이나 1977년 초가 유력하다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서울시는 이곳이 1977년 국군의 날 행사 때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호시설로 쓰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도로 2.2m 아래에 있는 이 벙커는 595㎡ 규모다. 지휘대와 화장실, 기계실이 있는 528㎡가량 공간과 소파와 화장실, 샤워실이 있는 66㎡ 정도 크기 방 등 두 개 공간이다. 서울시는 이 벙커를 예술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인 ‘SeMA 벙커’로 새로 꾸몄다. 화장실과 세면대, 소파 등은 발견 당시의 것들로 소파에 직접 앉아볼 수도 있다.
이날 서울시는 ‘경희궁 방공호’도 시민에게 개방한다고 밝혔다. 이 방공호는 일제강점기 말 연합군 공습에 대비해 통신시설(경성중앙전신국 별관 지하전신국)을 갖춰 지은 시설로 추정되고 있다. 총면적 1378㎡ 규모에 10여 개의 작은 방이 있으며 폭격에도 견디도록 외벽을 약 3.0m 두께로 세웠다. 서울시는 다음달 26일까지 한시적으로 공개한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이 신설동역 ‘유령 승강장’이 43년 만에 시민에게 공개된다. 서울시는 21일부터 다음달 26일까지 신설동역 ‘유령 승강장’에서 주말마다 시민 체험 행사를 연다고 19일 밝혔다.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 드라마 ‘스파이’, 걸그룹 트와이스의 뮤직비디오 촬영 장소로 쓰인 적은 있지만 일반에 공개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유령 승강장’은 1970년대 지하철 건설 계획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생겼다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서울시는 지하철 1호선을 건설하면서 연희동에서 종각, 동대문, 천호동으로 이어지는 5호선 노선을 계획했다. 이에 따라 1974년 8월 이 승강장을 비롯해 5호선 지하철이 지나갈 신설동역이 준공됐다. 그러나 이후 5호선이 왕십리에서 청구,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을 지나는 것으로 노선이 바뀌었고, 이때부터 신설동 승강장이 방치돼 ‘유령 승강장’이 됐다는 설명이다.
이날 서울시는 여의도 대중교통 환승센터 아래 40여 년간 숨겨졌던 지하 벙커도 일반에 공개했다. 이 벙커는 2005년 서울시가 환승센터를 세우기 위해 현지조사를 하던 중 발견됐다. 관련 자료가 없어 정확한 준공 시기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1976년 말이나 1977년 초가 유력하다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서울시는 이곳이 1977년 국군의 날 행사 때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호시설로 쓰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도로 2.2m 아래에 있는 이 벙커는 595㎡ 규모다. 지휘대와 화장실, 기계실이 있는 528㎡가량 공간과 소파와 화장실, 샤워실이 있는 66㎡ 정도 크기 방 등 두 개 공간이다. 서울시는 이 벙커를 예술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인 ‘SeMA 벙커’로 새로 꾸몄다. 화장실과 세면대, 소파 등은 발견 당시의 것들로 소파에 직접 앉아볼 수도 있다.
이날 서울시는 ‘경희궁 방공호’도 시민에게 개방한다고 밝혔다. 이 방공호는 일제강점기 말 연합군 공습에 대비해 통신시설(경성중앙전신국 별관 지하전신국)을 갖춰 지은 시설로 추정되고 있다. 총면적 1378㎡ 규모에 10여 개의 작은 방이 있으며 폭격에도 견디도록 외벽을 약 3.0m 두께로 세웠다. 서울시는 다음달 26일까지 한시적으로 공개한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