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호통치는 의원, 꼿꼿이 반박하는 증인… 국감장에 선 그들, 어떤 모습이 정상일까
귀를 의심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지난 18일 최저임금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를 보면서였다.

자유한국당이 신청해 참고인으로 출석한 이병태 KAIST 경영대 교수가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필요하다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게 경제에 미칠 부작용을 고려해야 한다며 반론을 제기하고 있었다. 한 민주당 의원이 “발언하는 태도가 좋지 않다”고 지적하자 이 교수는 “제가 내일모레 60입니다. 태도를 코치받을 나이가 아닙니다”고 쏘아붙였다.

이 교수는 “제가 의원님 자식입니까”라고도 했다. 국회에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나온 사람이 ‘존경하는’ 의원의 말을 정색하고 반박하는 것은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광경은 그 반대다. 의원이 국감이나 청문회에 나온 증인을 상대로 호통을 치고 윽박지르는 모습은 수없이 봤다. 올해 국감도 예외는 아니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19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감에서 함승희 강원랜드 사장에게 “지금 뭐하는 거야. 국회의원한테 그따위로 질문을 하나”라고 소리쳤다.

함 사장이 앞선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않은 뒤 “다음 질문 하시죠”라고 말해 정 원내대표의 기분을 상하게 하기는 했지만 반말을 섞어가며 목소리를 높인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제원 한국당 의원은 지난 17일 서울시 국감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이따위 짓을 하고 있어. 정신 나갔어”라고 말해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비난을 받았다.

어떤 모습이 정상일까. 법을 찾아봤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 8조는 국회에 출석한 증인에게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법이 정한 증인의 의무는 거기까지다. 의원에게 공손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거나 의원의 말을 반박해선 안 된다는 등의 조문은 없다. 물론 증인은 폭행·협박·모욕적인 언행으로 국회의 권위를 훼손할 시 처벌을 받는다는 규정도 있다. 하지만 그 판단 기준은 의원의 기분이나 심기가 아니다.

반면 국회법은 ‘의원은 의원으로서 품위를 유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민을 대신해 누구에게라도 국회 출석을 요구하고 질문할 권한은 있지만 호통을 치고 막말하는 것은 의원의 품위 유지 의무에 위배되는 것이 아닐까.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