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환 원장은 "고려대 그린스쿨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미래 수요가 큰 분야를 타깃팅한 특화 전문대학원"이라고 소개했다.
김동환 원장은 "고려대 그린스쿨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미래 수요가 큰 분야를 타깃팅한 특화 전문대학원"이라고 소개했다.
지난 17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공학관 연구실. 고려대 에너지환경정책기술대학원(그린스쿨) 김동환 원장(사진)을 비롯한 4명의 교수가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국제에너지기술정책전문가과정(GETPPP·Global Energy Technology Policy Professionals Program) 해외 지원자와 영어로 전화 면접하며 집단평가를 하기 위해서였다.

GETPPP는 고려대 그린스쿨이 개발도상국 에너지 관련 정부부처 공무원과 국영기업 임직원 대상으로 개설한 석·박사 학위과정이다. 등록금과 생활비는 산업통상자원부가 댄다. 일종의 국비장학생 형태다. 포스코에너지, 한국중부발전 등 현지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둔 기업이 전략적으로 장학생을 추천·후원하기도 한다. 김동환 원장은 “정부나 기업의 에너지사업 해외 진출에 걸림돌이 많아 핵심 담당자를 지한파(知韓派)로 길러내는 게 효율적 투자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문을 연 GETPPP에는 동남아시아·중앙아시아·아프리카 등 개도국 14개국 16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그린스쿨은 이들이 본국으로 돌아가 실제 정책에 적용할 수 있는 연구를 장려하고 있다.

내년 초 1기로 석사과정을 졸업하는 미얀마 에너지부 소속 티다 뮌트(Thida Myint) 씨의 학위논문 주제는 ‘자국 태양광 패널 세척의 경제성 분석’이다. 인력으로 패널에 낀 먼지를 닦아내 태양광 발전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태양광 전문가인 김 원장은 “패널 세척기술 개발·적용은 어렵고 인건비는 싼 개도국에선 시도해볼 만한 모델”이라고 말했다.

그린스쿨은 2010년 고려대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손잡고 만든 ‘학연 협력모델’이다. 고려대는 연구 인프라 활용, KIST는 우수인력 확보로 상호 윈윈(win-win) 효과를 냈다. 특화 전문대학원 형태의 선도적 시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단순 기술인재를 넘어 전문성을 갖추고 에너지환경정책을 다룰 수 있는 융합형 인재 양성을 목표로 잡았다. 이날 모인 그린스쿨 소속 교수들부터 신소재공학, 자원·환경경제학, 경제학, 경영학 등 전공이 모두 달랐다.

학과 간 장벽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학부 인문·사회계 전공 후 그린스쿨에 진학한 학생들은 기술 분야를 ‘절벽’으로 인식하곤 했다. 김 원장은 “그럼에도 이 방향이 맞다. 여러 방법을 찾아가며 융합교육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인문·사회계 색채가 짙은 고려대가 이공계 강화를 위해 선택한 ‘큰 그림’의 일환인 셈이다. 그린스쿨 설립 논의 단계부터 타 전공 교수들과 머리를 맞댄 김 원장은 “고려대의 기존 강점을 살리고 미래 수요가 크면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키울 수 있는 분야여야 한다고 판단했다”면서 “그린스쿨은 외국인 신입생뿐 아니라 국내 학생들도 20일부터 선발한다”고 귀띔했다.

☞ 개도국 지한파(知韓派) 에너지인재 키우는 '고려대 그린스쿨'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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