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파워독서] 무너지는 직(職)과 업(業)의 장벽… '철밥통'만 믿는 당신에게 권한다
혼란스러운 시대다. 안정적인 것이 최고라는 목소리가 높지만 실제로 무엇이 안정적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시대다. 테일러 피어슨이 쓴 《직업의 종말》은 통념에 반기를 드는 책이다. 독자들에게 선뜻 권하고 싶지 않은 책이기도 하다. 그동안의 믿음이나 생각을 뒤흔들어 놓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사업가이자 비즈니스 컨설턴트인 저자의 경험담은 안정적인 직장에 자리잡고 있는 전문가들에게서는 도저히 들을 수 없는 얘기다. 서문은 “전문직의 신화는 끝났다. 새로운 레버리지 포인트를 설정하라”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저자는 먼저 대학 동기들의 삶을 소개한다. 수십 년간 안정적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직장에 들어간 친구들의 삶이 기대와 딴판으로 돌아가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유는 기술 발전 때문이다.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주변 지역에 있는 수십만 또는 수백만 명의 노동력과 경쟁하는 게 아니라 세계 70억 명과 경쟁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전통적인 전문직과 다른 영역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창업비용은 현저하게 낮아지고, 새로운 시장과 유통망을 갖추는 일이 훨씬 더 쉽고 저렴해지고 있다. 저자는 대학에 들어가 4년을 왜 투자해야 하는가라고 묻기도 한다.

이 책은 실제로 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를 다룬다. 특히 직업 세계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그리고 이런 추세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를 다룬다. 책 내용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은 다섯 장의 주제를 살펴보면 된다. ‘직업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 ‘앙트레프레너의 시대가 온다’ ‘위험한 것이 안전한 것이다’ ‘비즈니스의 한계가 없어진다’ ‘일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등이다.

독자는 이처럼 통념을 깨뜨리는 생각에 무게중심을 잘 잡고 읽어야 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점점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집어삼키는 시대로 변모하고 있다는 것, 사람을 대체하는 인공지능은 더욱 더 가열차게 발전하고 있다는 것, 학위의 가치는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피할 수 없는 불편한 진실이다. 20세기를 지나는 동안 자격주의가 확산된 이유는 난해성 영역에서 활동할 인력의 수요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소프트웨어가 이를 대체할 가능성은 크게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체계에서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능력, 즉 창업가정신이 갈수록 중요도를 더해갈 전망이다.

오늘날의 혼란스러움은 누구의 잘잘못이 아니라 기술 변화가 가져오는 거대한 흐름으로 이해하면 이 시대에 대해 더 정확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저자의 결론은 “위험한 것이 안전한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혼란스러운 시대가 가고 나면 “썰물이 빠져나갈 때에야 비로소 누가 홀딱 벗고 수영했는지 알게 된다”는 워런 버핏의 조언을 새겨야 한다. 통념에 반기를 드는 시대 변화에 대한 정보를 원하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내 직장은 안정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공병호 <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