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레인 기술주간’ 행사 중 마나마에서 열린 창업경진대회에서 한 기업인이 투자자를 대상으로 자사의 비즈니스모델을 설명하고 있다.  마나마=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바레인 기술주간’ 행사 중 마나마에서 열린 창업경진대회에서 한 기업인이 투자자를 대상으로 자사의 비즈니스모델을 설명하고 있다. 마나마=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우리는 2014년 바레인에서 창업했습니다. 사업이 활발해 현재 75명의 종업원을 두고 있는데 앞으로 3개월 안에 50명을 추가로 뽑을 예정입니다. 사무실도 확장 이전할 생각입니다.”

[BIZ Success Story] 바레인 청년 70%는 창업이 꿈… 외국계 스타트업도 속속 둥지
온라인결제서비스업체 페이탭스의 푸닛 디네쉬 타커 부사장은 신나는 표정으로 자사의 비즈니스를 소개했다. 이 회사의 온라인결제시스템은 제3자에 의한 사취방지기술 등 정교한 기술을 갖추고 있어 세계적인 카드업체로부터 인증을 받았다.

바레인경제개발청 주최로 수도 마나마에서 열린 ‘바레인 기술주간’(9월 25~28일) 행사장에서 만난 타커 부사장은 “우리는 바레인, 인도, 필리핀에 거점을 두고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17개국에서 영업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이를 24개국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매출도 급성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회사의 지분 일부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그룹이 출자했다. 그런데도 사우디에 본사를 두지 않고 바레인의 수도 마나마에 본사를 둔 것은 창업환경이 좋고 정부 지원과 세제혜택도 많기 때문이다. 페이탭스는 바레인에서의 창업 열기를 보여주는 사례다.

바레인은 ‘페르시아만의 진주’로 불린다. 바레인섬과 그 주위의 크고 작은 33개 섬으로 구성된 도서국가다. 1930년대 석유가 발견되기 전까지 이곳 주민들은 얕은 바다에서 진주 채취를 생업으로 삼아왔다. 곳곳에 오아시스가 있어 고대 ‘딜문 문명’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딜문은 인더스와 메소포타미아 지역 간의 교역을 맡기도 했다. 중동과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요지에 자리잡고 있어 교역도 활발했다.

◆투자환경도 ‘으뜸’

바레인은 인구 130만 명에 면적이 770㎢로 서울(605㎢)보다 조금 큰 정도에 불과하지만 걸프협력회의(GCC) 국가 중 ‘포스트오일’ 준비에 가장 활발한 나라다. 걸프지역 최초로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고, 중동지역 최초로 F1 그랑프리를 주최할 정도로 중동 국가 중에서 가장 개방적이고 유연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특히 석유 산업의 의존도가 낮고 금융 서비스 분야는 국내총생산(GDP)의 25%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발달돼 있다. 비자 발급 등 200개 이상의 행정서비스가 국가 온라인포털에서 지원되는 전자정부 시스템을 LG CNS와 구축했고, 유엔 전자정부평가 걸프 지역 1위를 차지했다. 중동국가 중 모바일 및 인터넷 보급률이 가장 높다.

무엇보다 전 국민이 영어를 사용하고 교육 수준도 높은 게 장점이다. 그 덕분에 ‘중동 및 북아프리카(MENA: Middle East & North Africa)’ 진출을 염두에 둔 글로벌 ICT(정보통신기술) 업체가 속속 들어오고 있고 창업도 활발하다. 바레인 젊은이의 70%가 창업의 꿈을 품고 있을 정도다. 법인세 소득세가 없다. 정부도 창업을 적극 권장한다.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담당하는 정부투자은행 BDB(바레인개발은행)를 통해 스타트업을 지원한다.

◆외국인 창업도 몰려

내국인 창업만 활발한 게 아니다. 식료품 유통업체 바칼라를 세운 아부베이키 시난 사장은 인도 출신이다. 이 회사는 배달앱을 활용해 2시간 내 배달해주는 서비스로 승부를 걸고 있다. 가정용품 부엌용품 음료 유아용품 미용용품 등 5000가지가 넘는 제품을 공급한다. 그는 두바이에서 창업을 생각하다가 마나마에 지난해 둥지를 틀었다. 시난 사장은 “바레인경제개발공사의 적극적인 투자유치 노력과 바레인개발은행의 투자에 힘입어 바레인이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가 창업 이후 10개월 동안 올린 매출은 약 10만달러다. 하지만 그는 바레인 시장만 바라보고 창업한 것은 아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GCC 6개국에 진출하는 교두보로 바레인을 생각하고 있다.

바레인개발은행은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나 융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은행의 아레이제 알 샤카르 부행장은 “우리는 단순한 융자뿐 아니라 투자도 하고 있다”며 “특히 창업 초기기업에 대한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은행의 대주주는 정부다.

정부의 지원책만이 창업을 부추기는 것은 아니다. 지난달 초 해외거주자 네트워크 ‘인터네이션(InterNations)’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65개 주요국 가운데 외국인이 가장 거주하고 근무하기 좋은 국가로 바레인(한국은 31위)이 꼽혔다. 이런 면이 종합적으로 어우러져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ICT가 미래먹거리…한국 기업엔 기회

마나마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기술주간’ 행사에서 아마존웹서비스(AWS), 클라우드 컴퓨팅, 핀테크, 자율주행 및 스타트업 관련 세미나 및 전시회는 바레인이 지향하는 방향을 보여준다. 역설적으로 매장량이 적은 원유 때문에 포스트오일 전략을 인근 지역 국가보다 더 빨리 짰다. 대표적인 분야는 ICT와 금융 관광이다. 특히 ICT와 금융의 결합인 핀테크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다. 기술주간의 캐치프레이즈 중 하나가 ‘핀테스틱 바레인’이다. ‘판타스틱’에 ‘핀테크’를 결합한, 재치 있는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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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전략은 한국 기업에 좋은 기회를 가져오고 있다. 바레인 기술주간행사에는 한국의 게임업체 10여 개사가 데모행사를 벌였다. 외국인관광객 유치를 위해선 의료시설 선진화도 필요해 한국의 서울대병원 연세대병원 대전선병원 등이 연내 바레인을 방문해 의료시설 선진화를 논의할 예정이다. 과거 중동 진출이 건설 플랜트에 집중됐다면 이젠 ICT와 의료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 구현모 바레인 주재 한국대사는 “의욕적으로 미래산업에 투자하는 바레인은 한국 기업에 좋은 기회를 가져다 줄 것”이라며 “바레인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