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에 있을 때 내려오라' 격언 인용…"차세대 리더십 위해 떠난다"
떠나는 권오현, 이재용 수감에 "장기적 관점에서 회사에 장애"
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은 19일(현지시간)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수감과 관련, "장기적 관점에서는 (회사경영에) 장애물이 된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경영일선 퇴진을 전격 선언한 권 부회장은 이날 워싱턴 DC의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재계 리더들의 모임 '워싱턴 경제클럽'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권 부회장은 워싱턴 경제클럽 설립자인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카일리그룹 대표의 사회로 토크 콘서트 형태로 진행된 일문일답에서 이 부회장의 구속수감에 대한 질문을 받고 "그것은 말하자면 비극이다. 하지만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했다.
떠나는 권오현, 이재용 수감에 "장기적 관점에서 회사에 장애"
그는 "삼성은 매년 단기 계획과 장기 계획을 짜고 있는데, 이 부회장 구속과 상관없이 실적에서 보듯 현재로선 사업이 잘 진행되고 있다"며 "단기적 측면에서는 영향이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는 더욱 많은 조언이 필요할 수 있다"며 "그런 면에서 장애를 안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퇴진선언에 대해 "한국 격언에 '가장 정상에 있을 때 내려오라'는 말이 있다"고 소개하고 "내가 처음 입사할 때만 해도 삼성은 국내 기업이었지만 '넘버 원'이 됐다. 내가 운이 좋은 것 같다. 지금이 떠날 때"라고 설명했다.

후임 선정에 대해선 "후임자를 추천할 계획으로, 이사회에서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퇴임 이후 계획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을 누가 알겠느냐"라면서도 "스타트업 기업과 인사들을 멘토링 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권 부회장은 "IT 산업은 너무 빨리 변해서 앞으로 10년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거기에서 어떻게 살아남을지가 항상 제일 큰 도전이었다"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남느냐, 그리고 최고의 위상을 어떻게 유지하느냐, 즉 '생존'과 '유지'가 양대 미션"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삼성 '갤럭시'와 애플 '아이폰' 중 어떤 게 더 좋다고 생각하느냐는 '짓궂은' 질문에 "일장일단이 있다. 하드웨어는 삼성 갤럭시가, 서비스는 애플 아이폰이 좀 더 나은 것 같다"며 "둘 다 좋다. 스시와 김치 중 뭐가 좋으냐고 묻는 것처럼 그건 취향의 문제"고 받아넘겼다.

권 부회장은 기조연설에서는 퇴진 결심 배경과 관련, "차세대 리더십을 위해 물러나는 것"이라며 "새로운 리더십이 미래를 창조해나가는 노력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