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름의 지갑을 열며] '무제한 피자' 이 메뉴가 전부 9900원…이거 실화냐?
[지갑을 열며]는 한경닷컴 유통·소비팀 세 명의 기자들이 독자에게 건네는 '쇼핑 목록'입니다. 세상은 넓고 신상품은 많지만 우리의 지갑은 얇기만 하죠. 허투루 지갑을 열어서는 안되는 이유입니다. 이 상품 사야 돼 말아야 돼, '지갑을 열며'가 대신 고민해 드립니다. 이제 똑똑한 '호모 콘수무스'(Homo Consumus:소비하는 인간)로 거듭나 볼까요. [편집자주]

처음 국내에 도입될 때만 해도 피자는 '외식'에 속하는 음식이었다. 85년 1호점을 연 피자헛은 '생일에 가는 고급 레스토랑' 이미지였고 90년대까지 이런 '고급 외식' 콘셉트가 이어졌다. 하지만 경쟁사들의 등장과 배달 문화의 정착, 패밀리 레스토랑의 등장 등으로 인해 피자의 경쟁자는 스테이크가 아닌 치킨이 돼 버렸다.

2010년대 들어 피자의 위상은 더 하락했다. 피자헛과 미스터피자 등 주요 피자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피자헛은 주인까지 바뀌었다. 업체들도 새로운 시도에 나서고 있다. 미스터피자는 지난 9월 서울 대학로점을 뷔페 스타일 매장으로 전환했다. 신메뉴 개발만으로 타개할 수 없는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다. [지갑을 열며]가 지난 19일 직접 매장을 찾아 '피자 뷔페'의 미래를 점쳐 봤다.
[김아름의 지갑을 열며] '무제한 피자' 이 메뉴가 전부 9900원…이거 실화냐?
◆이 메뉴가 전부 9900원…이게 REAL?

미스터피자 뷔페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가격이다. 평일 점심이 9900원. 평일 저녁과 주말은 1만4900원이다. 웬만한 식당의 점심 1인분 가격이 6000~7000원 이상, 브랜드 피자가 한 판에 1만원 후반~2만원대라는 것을 고려하면 가격 경쟁력은 상당하다.

특히 매장이 대학로에 위치한 만큼 무제한 뷔페가 1인당 1만원 이하라는 것은 호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학생들에게 무시할 수 없는 매력이다.

실제 이날 찾은 매장도 1시 즈음까지 대기 손님이 있을 정도로 북적거렸다. 대부분 20대 초중반의 젊은 고객이었다. 미스터피자가 타깃 고객을 정확하게 예측했다는 방증이다.
[김아름의 지갑을 열며] '무제한 피자' 이 메뉴가 전부 9900원…이거 실화냐?
가격이 저렴하니 메뉴 구성이 부실할 수 있다는 우려도 들었지만 기우였다. 전문 뷔페 레스토랑처럼 가짓수가 많지는 않지만 '양보다 질'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다.

미스터피자는 예전에도 일시적으로 9900원 런치 뷔페를 운영한 바 있다. 하지만 피자 종류가 적고 평일 점심에만 이용 가능해 널리 퍼지지는 못했다. 이번에 생긴 미스터피자 뷔페는 모든 메뉴가 뷔페식으로 운영되는 첫 매장이다.

일반적인 뷔페와 달리 다 먹은 접시와 음식물을 따로 치워주지 않고 직접 처리해야 한다. 패스트푸드점이나 카페와 같은 방식이다. 인건비를 줄여 낮은 가격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15가지 피자 파티에 샐러드바와 세계뷔페까지

피자는 콤비네이션·치즈·페퍼로니 등 클래식 피자 6종과 시크릿가든·포테이토골드 등 프리미엄 4종, 씬 3종 등 13종이 제공된다. 여기에 에그타르트와 크림치즈 피자가 디저트 피자로 1시간마다 나온다. 골드엣지 피자는 5000원이 추가되는 저녁·주말에만 만나볼 수 있다.

토핑이나 치즈가 단품 피자보다 적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접어놔도 좋다. 평소에 먹던 피자와 차이점을 느낄 수 없었다. 이랜드가 운영하는 동일한 가격대의 피자몰과 비교하면 피자 자체의 퀄리티는 미스터피자 뷔페 쪽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김아름의 지갑을 열며] '무제한 피자' 이 메뉴가 전부 9900원…이거 실화냐?
단, 피자가 채워지는 속도는 다소 늦다. 쉬지 않고 피자를 구워내지만 한창 바쁜 12시 타임에는 피자가 채워지기 무섭게 빠져나간다. 특히 선호도가 높은 프리미엄 피자는 그야말로 '선착순'이다. 대량으로 만들어 쌓아둘 수 없는 메뉴이니만큼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개선책을 찾을 필요는 있다.

미스터피자의 자랑이던 샐러드바 메뉴는 푸딩젤리와 푸실리 등 6가지만 남겼다. 대신 분기별로 바뀌는 콘셉트 메뉴로 아쉬움을 달랜다. 지금은 '동경 야시장'을 콘셉트로 잡고 야끼소바와 크림 파스타, 튀김만두, 타꼬야끼 등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저녁·주말에는 돈코츠 라멘을 제공한다는 점이 특이하다. 점심 시간에 방문에 먹어볼 수는 없었지만 가장 인기있는 메뉴 중 하나라는 후문.

디저트 메뉴도 작지만 알차게 꾸며져 있다. 에스프레소 머신과 케이크, 과일이 제공되는데 퀄리티가 높다.

미스터피자 뷔페는 기본으로 제공되는 음식과 음료 외 맥주류와 씨푸드 메뉴를 갖추고 있다. 피자와 맥주를 함께 먹는 '피맥'을 노린 선택이다. 호가든과 세븐브로이 필스너, 버니니 등 젊은 층이 선호하는 주류를 갖췄다.

저녁에만 판매되는 씨푸드 메뉴는 빕스의 스테이크처럼 뷔페와 별도 가격으로 제공된다. 랍스타 세트와 홍새우 세트가 1만원대로 저렴하다.

◆가성비 끝판왕…서비스는 보완 필요

1만원 이하에 다양한 피자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은 무시하기 어려운 장점이다. 피자와 함께 구성된 메뉴들 역시 나쁘지 않다. 음식만 놓고 보면 흠잡을 데가 없다.

다만 서비스 초기인 만큼 서비스면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 13종의 피자가 교대로 제공되지만 당일 어떤 피자가 나오고 어떤 피자가 서비스되지 않는지 알기 어렵다. 당일 제공되지 않는 메뉴가 그대로 안내되고 있기도 했다. 로테이션 메뉴라면 그날그날 메뉴판을 변경하는 '센스'가 필요하다.
[김아름의 지갑을 열며] '무제한 피자' 이 메뉴가 전부 9900원…이거 실화냐?
김아름 한경닷컴 기자 armij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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