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딴판인 한국의 소득주도 성장…감세 대신 재정지출
한국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핵심 경제정책으로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방법론은 미국과 딴판이다. 미국은 대대적 감세를 통해 가계소득 증가를 꾀하고 있지만 한국은 재정 지출을 확대해 가계소득을 직접 늘려주거나 생계비를 줄이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한국이 대기업과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증세를 추진하는 것도 미국과 정반대되는 행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다양한 형태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쏟아냈다. 무엇보다 내년부터 아동수당을 신설해 월 10만원씩 지급하고 현행 20만6000원인 기초연금도 내년 25만원으로 인상하는 등 복지를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지난 9월 초 국회에 제출한 ‘2018년도 예산안’에서 복지 분야 예산을 올해보다 12.9% 늘린 146조2000억원으로 편성했다.

일자리의 양과 질을 개선하는 것도 소득주도성장을 위한 핵심 정책이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중 공무원 17만4000명을 증원하는 등 공공부문에서만 81만 개 일자리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공공기관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내년도 최저임금을 역대 최고인 16.4% 인상해 근로자들의 소득 증가를 유도하고 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자영업자 피해와 저임금 근로자 해고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해 3조원의 재정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에 필요한 재원 보강을 위해 정부는 대기업과 고소득자에 대한 증세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부터 과세표준 2000억원 초과 초우량 대기업(2016년 신고 기준 129곳)의 명목 법인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올리는 세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놓고 있다. 생산성향상시설, 안전설비, 환경보전시설 등 각종 설비투자 세액공제율을 현행 3%에서 1%로 낮추는 등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연구개발(R&D)과 설비투자 관련 세액공제도 대폭 줄이기로 했다.

소득세 최고세율을 현행 40%에서 내년부터 42%로 올리고 대주주 주식양도차익 세율을 20%에서 최고 25%로 인상하는 등 고소득자의 세 부담도 늘릴 방침이다.

하지만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박근혜 정부부터 최저한세율 인상과 대규모 비과세·감면 축소를 시행한 데 이어 문재인 정부도 추가 증세에 나서고 있다”며 “경제 활력이 떨어지면서 성장률이 동반 하락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