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 수감은) 비극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회사 경영에) 장애물이 된다.”

지난 13일 전격 용퇴를 선언한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뇌물죄 재판으로 이 부회장의 부재가 장기화되는 것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권 부회장은 19일 미국 워싱턴DC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워싱턴 경제클럽’에서 이 부회장의 구속 수감과 관련한 질문에 “그것은 말하자면 비극”이라며 “하지만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고 했다. 워싱턴 경제클럽은 미국 재계 리더들의 모임이다.

그는 “삼성은 매년 단기 계획과 장기 계획을 짜는데 실적을 보면 알 수 있듯 이 부회장 구속과 상관없이 현재로선 사업이 잘 진행되고 있다”며 “단기적 측면에서는 영향이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는 더욱 많은 조언이 필요할 수 있다”며 “그런 면에서 장애를 안고 있다”고 했다. 이 부회장의 부재로 삼성전자가 중장기 경영전략을 수립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의미다.

권 부회장은 용퇴 결정에 대해 “한국 격언에 ‘가장 정상에 있을 때 내려오라’는 말이 있다”고 소개하며 “내가 입사할 때만 해도 삼성은 국내 기업이었지만 이제 ‘넘버 원’이 됐다. 지금이 떠날 때”라고 말했다. 그는 사상 최고의 분기 실적을 발표한 13일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을 총괄하는 DS(반도체·부품)부문장과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직에서 사퇴하고 삼성전자 등기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은 내년 3월까지만 수행하겠다고 선언했다.

권 부회장은 자신의 후임에 대해선 “후임자를 추천할 계획이며 이사회가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퇴임 후 계획을 묻는 말에는 “구체적인 계획을 누가 알겠느냐”면서도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과 인사들을 멘토링할 생각은 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