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유 한국 주식 255조원…외국인의 42% 차지
제로금리 뒤 9년간 순매수한 덕…금리 역전시 자금유출 가능성
美 금리인상 기정사실화… 국내 증시자금 유출에 촉각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확실시되는 올해 12월이 가까워질수록 한국과 미국의 정책금리 역전에 따른 외국인의 증시 자금 유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계 자금의 이동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은 '제로금리' 이후 9년간 한해도 빠지지 않고 한국 주식을 순매수했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미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2008년 12월 제로금리 정책에 나선 뒤 올해 9월까지 한국 증시에서 64조17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2009년 한해 7조4천억원 순매수한 것을 시작으로 2010년에는 사상 최대인 14조9천억원의 매수 우위를 보이는 등 매년 한국 주식을 사들였다.

이에 따라 지난달 말 현재 미국이 보유한 국내 주식 규모는 255조4천570억원으로 2008년 말(64조5천80억원)의 약 4배로 늘었다.

이는 외국인의 국내 주식 보유액(613조3천280억원) 중 41.7%에 달한다.

미국 다음으로 보유 비중이 큰 영국(7.7%)과도 큰 격차를 보이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미국 자금의 국내 증시에 대한 영향력은 매우 크다.

올해도 미국은 9월까지 국내 증시에서 11조4천억원의 매수 우위를 보여 코스피 의 랠리에 크게 기여했다.

전체 외국인 순매수 규모(7조9천530억원)를 훨씬 웃도는 규모다.

같은 기간 미국 다음으로 한국 주식을 많이 사들인 프랑스의 순매수 규모는 1조3천870억원에 불과하다.

미국의 제로금리 정책 이후 풍부해진 글로벌 유동성은 한국 같은 신흥국으로 꾸준히 유입돼왔다.

그러나 올해 12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이 확실시되면서 한미간 금리 역전에 따른 자금 유출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1.00∼1.25%, 한국은 연 1.25%다.

연준이 시장의 예상대로 12월에 0.25%포인트를 올리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늦어진다면 양국간 정책금리는 10년 만에 역전된다.

여기에 연준이 자산축소 계획까지 밝힌 상태여서 미국의 '돈줄 죄기'는 한층 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국내 증시에서 미국의 순매수 규모는 올해 3월 3조9천340억원에 달했지만 코스피가 조정을 보이며 8월에는 8천80억원 순매도로 돌아섰고 지난달에는 매수 우위로 복귀는 했지만 그 규모는 3천450억원에 그쳤다.

일단 한국은행도 금리 역전에 따른 자본 유출 가능성 등을 고려해 금리인상을 준비하기 위한 깜빡이는 켠 상태다.

시장에서는 미국에 앞서 이르면 11월에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을 전격 단행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첫 기준금리 인상은 11월로 예상한다"며 "이미 금리인상 신호를 시장이 충분히 선반영한 상태에서 인상 시점을 뒤로 늦춘다면 불확실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국내 경제 기초여건이 탄탄하고 주요 기업이 호실적을 내고 있는 점은 해외자본의 유출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최근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와 무디스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종전처럼 AA-와 Aa2로 제시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은 잇따라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