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예고] 고통 감내할 준비됐나… 경기 타격 우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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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경기상황 아직 부진한데 금리 올리면 고통과 충격 수반
섣부른 인상의 충격 없도록 재정정책 지원 필요
금융팀 = 국제금융계에 '에클스 실패(Eccles Failure)'라는 말이 있다.
1929년 미국에서 대공황이 발생하자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사회기반시설(SOC)에 대규모 투자를 통해 경제를 부흥시키는 뉴딜(New Deal)정책을 내놓았다.
덕분에 실업률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고 주식시장에선 다우지수가 안정되는 등 경제가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그러자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었던 매리너 에클스(Marriner Eccles)는 풀린 유동성을 흡수하려고 지급준비율을 3회 연속으로 올렸다.
이로 인해 미국 금융시장은 다시 무너져내렸고 대공황은 재연됐다.
성급한 출구전략으로 경기회복세의 불씨를 꺼트린 통화정책의 전형적 실패사례다.
역사상 성급한 긴축으로 인한 실패사례는 찾아보기 어렵지 않다.
일본은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발생한 경기침체에 금리 인하로 대응했다가 물가가 오르고 부동산 거품이 커지자 출구전략으로 금리를 인상했다.
그 결과 자산가치가 급락하고 거품이 붕괴하면서 경기는 다시 가라앉았고 또다시 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강력하게 시사하자 시장 일각에서는 과연 우리 경제가 금리 인상을 받아들이고 감내할 상황과 준비가 됐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대공황이나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때처럼 중앙은행이 경기 상황에 대한 오판을 근거로 섣불리 금리를 인상함으로써 오히려 더 큰 경제적 충격을 불러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국내 경기는 반도체 등 일부 품목의 수출 호조와 부동산가격 상승에 의존하고 있을 뿐 경제 전반에 걸친 뚜렷한 회복세는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의 금리 인상 추진 배경엔 국내 경기의 호전이라는 전통적 요인 외에도 미국 금리 인상이나 국내 부동산가격 상승 등 외적인 요인도 자리 잡고 있어서 더욱 그렇다.
경기가 제대로 살아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외부 요인 때문에 금리를 올리면 자칫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현재 국내 경기는 금리를 올리기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한은의 판단엔 미국 금리 인상 등의 요인이 고려됐을 것"이라면서 "그래서 더욱 가계부채 대책 등을 잘 만들어서 부작용이 없도록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의 강한 신호를 내놓은 것으로 미뤄볼 때 한은은 국내 경기회복을 확신할 수 있는 징후를 포착한 것으로 보인다.
섣부른 인상의 부작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주열 한은 총재가 "여건이 성숙해가고 있다"는 발언을 내놓을 정도라면 최근 경기지표의 미공개 속보치에서 자신감을 얻은 것이 아니냐는 얘기다.
하지만 한은이 금리 인상의 시기를 놓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데서 나타나듯 국내외 경제 상황은 절대 녹록하지 않다.
북핵 리스크가 장기화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에선 외국인투자자들의 투자자금 유출이 나타났고 생산과 소비는 뚜렷한 회복세가 나타나지 않는 가운데 청년 체감실업률은 통계집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최근 경기평가에서 "수출 덕에 회복 흐름은 이어지고 있지만, 내수 회복은 늦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더구나 일단 금리 인상이 시작되면 1천400조원을 넘는 빚을 짊어진 가계의 이자 부담은 커지고 취약계층, 자영업자들의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질 공산이 크다.
자력으로 대출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면서 저금리 덕에 연명했던 '좀비기업'들의 대출 원리금 연체나 연쇄 도산이 발생한다면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증가로 이어져 금융시스템 전반의 위기를 불러올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한은이 일단 금리 인상에 착수하면 추후 경기 상황을 면밀히 살펴 추가 인상 속도를 조절해야 하고 정부가 재정을 동원해 취약계층 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레버리지(차입)가 축소되는 시기엔 경제 전반에 걸쳐 이런저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 "정부가 재정을 동원해 정책금융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섣부른 인상의 충격 없도록 재정정책 지원 필요
금융팀 = 국제금융계에 '에클스 실패(Eccles Failure)'라는 말이 있다.
1929년 미국에서 대공황이 발생하자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사회기반시설(SOC)에 대규모 투자를 통해 경제를 부흥시키는 뉴딜(New Deal)정책을 내놓았다.
덕분에 실업률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고 주식시장에선 다우지수가 안정되는 등 경제가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그러자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었던 매리너 에클스(Marriner Eccles)는 풀린 유동성을 흡수하려고 지급준비율을 3회 연속으로 올렸다.
이로 인해 미국 금융시장은 다시 무너져내렸고 대공황은 재연됐다.
성급한 출구전략으로 경기회복세의 불씨를 꺼트린 통화정책의 전형적 실패사례다.
역사상 성급한 긴축으로 인한 실패사례는 찾아보기 어렵지 않다.
일본은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발생한 경기침체에 금리 인하로 대응했다가 물가가 오르고 부동산 거품이 커지자 출구전략으로 금리를 인상했다.
그 결과 자산가치가 급락하고 거품이 붕괴하면서 경기는 다시 가라앉았고 또다시 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강력하게 시사하자 시장 일각에서는 과연 우리 경제가 금리 인상을 받아들이고 감내할 상황과 준비가 됐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대공황이나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때처럼 중앙은행이 경기 상황에 대한 오판을 근거로 섣불리 금리를 인상함으로써 오히려 더 큰 경제적 충격을 불러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국내 경기는 반도체 등 일부 품목의 수출 호조와 부동산가격 상승에 의존하고 있을 뿐 경제 전반에 걸친 뚜렷한 회복세는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의 금리 인상 추진 배경엔 국내 경기의 호전이라는 전통적 요인 외에도 미국 금리 인상이나 국내 부동산가격 상승 등 외적인 요인도 자리 잡고 있어서 더욱 그렇다.
경기가 제대로 살아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외부 요인 때문에 금리를 올리면 자칫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현재 국내 경기는 금리를 올리기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한은의 판단엔 미국 금리 인상 등의 요인이 고려됐을 것"이라면서 "그래서 더욱 가계부채 대책 등을 잘 만들어서 부작용이 없도록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의 강한 신호를 내놓은 것으로 미뤄볼 때 한은은 국내 경기회복을 확신할 수 있는 징후를 포착한 것으로 보인다.
섣부른 인상의 부작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주열 한은 총재가 "여건이 성숙해가고 있다"는 발언을 내놓을 정도라면 최근 경기지표의 미공개 속보치에서 자신감을 얻은 것이 아니냐는 얘기다.
하지만 한은이 금리 인상의 시기를 놓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데서 나타나듯 국내외 경제 상황은 절대 녹록하지 않다.
북핵 리스크가 장기화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에선 외국인투자자들의 투자자금 유출이 나타났고 생산과 소비는 뚜렷한 회복세가 나타나지 않는 가운데 청년 체감실업률은 통계집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최근 경기평가에서 "수출 덕에 회복 흐름은 이어지고 있지만, 내수 회복은 늦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더구나 일단 금리 인상이 시작되면 1천400조원을 넘는 빚을 짊어진 가계의 이자 부담은 커지고 취약계층, 자영업자들의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질 공산이 크다.
자력으로 대출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면서 저금리 덕에 연명했던 '좀비기업'들의 대출 원리금 연체나 연쇄 도산이 발생한다면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증가로 이어져 금융시스템 전반의 위기를 불러올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한은이 일단 금리 인상에 착수하면 추후 경기 상황을 면밀히 살펴 추가 인상 속도를 조절해야 하고 정부가 재정을 동원해 취약계층 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레버리지(차입)가 축소되는 시기엔 경제 전반에 걸쳐 이런저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 "정부가 재정을 동원해 정책금융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