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깃을 여미게 되는 계절 가을이다. 가을 바람이 불어오면 옷깃이 스칠 때마다 은은하게 풍기는 향기가 더 깊은 여운을 전해주기 마련이다. 후각을 자극하는 향수는 그 사람에 대한 이미지와 추억까지 한 번에 소환한다.
올가을엔 뭔가 독특한 나만의 향기를 만들어보는 게 좋겠다. 최근 인기를 끄는 니치향수는 저마다의 독창적인 향기를 갖고 있는 것은 물론 다른 향수와 겹쳐 뿌렸을 때 묘한 향기를 뿜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어디선가 맡아본 듯하면서도 기억에 남는 향기, 남녀 구분 없이 중성적이고 묵직하게 오래 가는 향기가 올 하반기 향수 시장을 지배할 것이란 전망이다.
향수를 레이어링할 때 좋아하는 향을 아무렇게나 겹쳐 뿌리면 이상한 조합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일단 신체 각기 다른 부분에 사용해보는 게 좋다. 첫 향수를 왼쪽 손목 안쪽에 뿌렸다면 다른 향수는 오른쪽 손목 또는 목덜미에 뿌리는 식이다. 조합도 중요하다. 올가을 인기를 끄는 우디향을 첫 향수로 선택했다면 이에 어울리는 꽃향기, 상큼한 과일 향수를 겹쳐 쓰는 게 좋다. 산타마리아 노벨라의 ‘아쿠아 디 콜로니아’ 향수 2종은 나만의 향을 만들기 좋은 꽃향기를 머금고 있다. 묵직한 우디계열 베티베르 향과 비누향 같은 프리지어 향 2종으로 나왔다. 이 두 가지 향을 겹쳐 뿌리면 묵직한 우디향과 은은한 비누향이 상큼하면서도 따뜻한 향을 느낄 수 있다.
깊이 있는 나무 향기, 가죽과 머스크향 등 그동안 남성용 향수로 인식됐던 묵직한 향도 인기가 높다. 딥티크, 조말론런던, 바이레도 등 니치향수를 대표하는 브랜드마다 우디, 머스크 계열 신제품을 여럿 내놨다. 딥티크의 ‘베티베리오 오드 퍼퓸’(75mL·19만8000원)은 처음엔 자몽의 상큼한 향기가 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장미의 우아한 향기, 제라늄의 은은함과 머스크, 삼나무 등의 묵직한 향을 느낄 수 있다. 바이레도의 ‘수퍼시더 오 드 퍼퓸’(50mL·18만5000원)도 우디 계열 향수로 인기를 끌고 있다. 바람결에 날아오는 삼나무의 은은한 향기를 담았다는 설명이다. 중성적 느낌을 선호하는 여성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여성스러운 꽃향기도 꾸준히 사랑받는 향수다. 겐조퍼퓸이 출시한 ‘겐조 월드’는 달콤한 라즈베리와 피오니, 재스민, 암브록산 등을 더해 여성스러운 향을 완성시켰다. 영국 브랜드 조말론 런던은 올가을 대표 제품으로 작약과 사과, 재스민, 장미, 카네이션 등을 섞은 ‘피오니 앤 블러쉬 스웨이드’(100mL·18만원)를 꼽았다. 영국 브랜드 러시는 카다멈 커피, 시킴 걸스, 아임 홈, 올 굿 띵스, 러브, 프린세스 코튼그래스 등 27가지 향수의 ‘고릴라 퍼퓸4’ 시리즈를 내놨다.
한국경제신문이 만드는 프리미엄 문화예술 매거진 ‘아르떼’ 9호(2월호)가 발간됐습니다. 이번 호 커버스토리는 ‘발레의 황태자’로 꼽히는 발레리노 전민철(21)을 조명합니다. 전민철은 오는 6월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에 입단합니다. 순혈주의가 강한 러시아 발레단에서 아시아계 남자 무용수를 선발하는 것은 드문 일입니다. 주역을 소화할 수 있는 ‘솔리스트’ 등급으로 입단이 결정된 것도 최근 발레계에서 그의 위상을 방증합니다.‘한국의 빌리 엘리어트’는 그를 부르는 여러 별명 중 하나입니다. 무용과 동떨어진 가정환경에서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발레화를 신은 점이 영국 드라마 ‘빌리 엘리어트’의 서사와 똑 닮아서입니다. 러시아로의 출국을 앞두고 아르떼와 만난 그는 “예술을 대할 때 달라지는 내 모습이 좋아서 한시라도 발레를 놓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미술 분야에서는 올해 세계 각지의 미술관에서 준비한 ‘간판 전시’를 선별했습니다. 테이트모던의 ‘리 보워리’ 특별전, 뉴욕 현대미술관의 ‘루스 아사와’ 회고전 등 미국과 유럽 방문을 계획 중이라면 놓쳐선 안 될 전시를 모았습니다.지난해 12월 타계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일대기도 살펴봤습니다. 정치인이기 이전에 예술가들과 절친한 관계를 맺은 ‘문화 대통령’으로서의 면모를 조명했습니다.음악 코너에선 피아니스트 한동일(1941~2024)의 생애를 돌아봤습니다. 임윤찬과 조성진, 정명훈, 백건우 이전에 그가 있었습니다. 소련군한테 피아노를 빼앗긴 피란민 시절부터 가까스로 미국 유학길에 오른 청년기, 이후
결혼하고 처음 맞는 설날에 세배할 때 아버지는 평소와 달리 덕담을 하지 않았다. 갓 태어난 손자를 안은 아버지는 세배만 받고 말았다. 설날이면 한 해 계획을 으레 물었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있을 때는 이미 대학 시험에 합격한 것처럼 ‘대학생’으로 불러 기정사실화하는 방법으로 격려했다. 은행에 다닐 때다. 아버지의 덕담은 매번 그런 식이어서 한 해 계획을 물어보면 ‘대리 승진’이라고 준비했었으나 묻지 않았다. 방으로 따로 부른 아버지가 그제야 새해 계획을 물었다. 준비했던 대로 대답했으나, 전처럼 ‘대리’라고 불러주는 덕담은 하지 않았다. 명리학에 밝은 아버지는 “네 운을 점쳐보니 올해 대운(大運)이 드는 해다. 몇 가지 징조가 있으니 너도 느낄 거다. 이동 수가 보이는데 너는 이미 마음을 정한 거 같다”라고 했다. 대리 승급을 포함한 전직 제의를 받고 있긴 했지만, 동업계는 시시하고 이종업계는 두려웠다. 말씀드리지는 않았으나, 아버지는 그걸 간파한 것 같았다. 이어 “최선만 택하는 삶이 옳은 것은 아니다. 차선도 얼마든지 빛난다”며 선택을 망설이던 내게 힘을 보탰다. 담배 피우며 뜸 들인 아버지는 “직장의 승진은 목표나 계획이 아니다. 그걸 추구하는 삶은 추하다. 승진은 좇는 게 아니라 따라오는 거다”라고 지적했다. 말씀이 길었다. “목적은 방향을 정하고, 목표는 도달할 대상을 보여준다. 목적은 너를 일으켜 세우고, 목표는 너를 뛰게 만든다”라고 전제했다. “삶의 계획을 세워야 하는 이유는 네가 가진 유한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네 삶의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기 위해서다. 계획이 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