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영 송산특수엘리베이터 사장이 시화공장에서 특수엘리베이터 개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김낙훈 기자
김기영 송산특수엘리베이터 사장이 시화공장에서 특수엘리베이터 개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김낙훈 기자
‘30층 이상 고층빌딩에 불이 났을 때 사람을 구하는 엘리베이터’ ‘500명이 한꺼번에 탈 수 있는 골리앗 엘리베이터’ ‘지하 500m까지 내려가는 광산용 골리앗 엘리베이터’….

김기영 사장 "산업용 특수엘리베이터로 해외시장 본격 공략"
경기 시화산업단지에 있는 송산특수엘리베이터가 개발한 제품들이다. 이 회사는 특수엘리베이터를 개발한다. 김기영 송산특수엘리베이터 사장(57)은 고교시절을 포함해 41년째 이 분야를 파고 있다. 충남기계공고, 울산대 기계공학과를 나온 김 사장의 인생은 고교 1학년 때 결정됐다.

김 사장은 “수석 입학자여서 당시 학교를 방문한 박정희 대통령과 만날 기회가 있었고 이때 인생이 결정됐다”고 말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세계 최고의 남다른 기술을 가져라’ ‘우리나라에 꼭 필요한 일을 해보라’고 했고 이를 평생 가슴에 품고 살아왔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엘리베이터업체에 입사해 20대 후반에 연구개발 담당 임원에 오른 그는 자신만의 사업을 구상하며 1994년 송산특수엘리베이터를 창업했다. ‘송산’은 ‘소나무가 있는 산’이라는 의미로 한국을 표현한 말이다. 남들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일반 엘리베이터 대신 특수제품만 개발했다.

김기영 사장 "산업용 특수엘리베이터로 해외시장 본격 공략"
1997년 특수승강기(오토 리프트), 1998년 경사형 엘리베이터, 1999년 기계실 없는 모듈러 엘리베이터, 2001년에는 방폭형 특수엘리베이터를 개발했다. 2002년 제3땅굴 지하 350m 경사형 엘리베이터, 2014년 골리앗 엘리베이터, 2017년 초저온 엘리베이터 등을 개발했다. 이들 대부분 제품에는 ‘국내 최초’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이 회사가 조선소에 설치한 골리앗 엘리베이터는 동시에 300명을 태울 수 있다. 김 사장은 “대형 조선소에서 6000명이 계단으로 작업장으로 올라가는 데만 두 시간 정도 걸리는데 이를 20분으로 줄였다”고 말했다. 이 기록은 곧 깨진다. 이 회사가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에 500인승 엘리베이터를 설치 중이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 기록은 우리가 깬다”고 말했다.

골리앗 엘리베이터는 통째로 옮겨 설치할 수 있는 독립구조이며 거센 바람에도 견딜 수 있도록 통풍구조로 돼 있다. 이와 관련한 특허를 19건이나 보유하고 있다.

김 사장은 “지하 500m까지 내려가는 광산용 엘리베이터를 개발해 러시아에 설치 중”이라고 설명했다. 국영광산인 키로프스크 파사그로 프로젝트다. 클린 엘리베이터도 내놨다. 병원과 반도체, 바이오, 광학, 식품업체에 설치해 공기를 정화하는 엘리베이터다. 엘리베이터 문을 아치형으로 설치하고 천장에 실시간으로 별자리가 나타나도록 한 제품도 선보였다.

김 사장이 요즘 심혈을 기울이는 제품은 방화·방염 기능을 갖춘 ‘엑스베이터’다. 30층 이상 고층빌딩에 불이 났을 때 사람을 구하는 비상구난용 엘리베이터다. 그는 “고층빌딩 화재 시 가장 위험한 것 중 하나가 연기인데 엘리베이터 문쪽에 고압으로 바람을 뿜어내 연기가 엘리베이터 내부로 들어오지 못하게 제작했다”며 “자체 동력장치가 설치돼 있어 정전 시에도 작동한다”고 말했다. 기술 개발자금은 정부에서 받았다.

이 회사는 최근 영업본부장과 경영지원본부장을 영입했다. 러시아 아랍에미리트 중국 터키 베트남 사우디 온두라스 등 20개국에 판매망도 구축했다. 김 사장은 “그동안 기술 개발에 열중하느라 매출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못했다”며 “작년 128억원인 매출을 올해 220억원, 5년 내 1억달러(약 1130억원)로 키우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한국엘리베이터협회 회장도 맡고 있는 그는 “일반용 엘리베이터의 90% 이상을 국내에서 자급자족했지만 지금은 대부분 외국제품에 시장을 빼앗겼다”며 “그 이유 중 하나가 기술 개발을 등한시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