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등 국내에서 영업 중인 글로벌 거대 정보기술(IT) 기업들에 대한 공정 과세 문제가 국정감사 도마에 올랐다. 지난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감에서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다국적 IT 기업의 편법적인 조세 회피를 막을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는 “여러 나라에 걸쳐 있는 사안인 만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논의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원칙적 답변을 내놨지만, 조세 강화 필요성에는 동의했다.

다국적 IT 기업의 조세 회피는 어제오늘 불거진 문제가 아니다. 국내에서 매출을 올린 외국 법인 9532개 중 4752개(49.9%)가 법인세를 1원도 납부하지 않았다는 분석(2013년 기준)도 있다. 경영 적자로 인해 세금을 내지 못한 곳 외에 법률의 허점을 파고들어 조세를 회피한 기업도 꽤 있었을 것으로 회계업계는 보고 있다. 매출 5000억원 이상 해외 대기업 32개사도 법인세를 내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렇다.

해외 IT 기업은 대부분 주식회사가 아니라 유한회사로 등록돼 있어 외부감사를 받지 않고 공시의무도 없다. 그러다 보니 매출과 이익이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해 세금을 줄이거나 회피하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 구글 등 인터넷 서비스 업체가 고정사업장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인 서버를 법인세율이 낮은 해외에 두고 있는 것도 세금 회피를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는 “글로벌 회사들이 국내에서 돈을 벌면 세금을 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불공정한 싸움이라고 개탄하기도 했다.

유럽연합(EU)은 다국적 IT 기업에 세금을 물리기 위한, 이른바 ‘구글세’ 도입을 논의 중이다. 다국적 기업의 조세 회피가 어느 한 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얘기다. 정부도 국내에서 돈을 벌면서 세금은 다른 나라에 내는 해외 기업에 대한 세금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외부감사인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유한회사도 이르면 2019년 하반기부터 외부감사를 받게 되지만, 그 전에라도 세원 추적을 철저히 해야 한다. 법인세 인상에 앞서 줄줄 새고 있는 세금을 막는 게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