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7일 1박2일 일정으로 처음 방한한다. 미 정상으로서 1992년 이후 25년 만의 국빈 방문이다. 일각에선 일본보다(2박3일) 짧은 일정 탓에 ‘한국 홀대론’도 나오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와 함께 어떤 메시지를 발신하느냐에 주목해야 한다고 외교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최대 관심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비무장지대(DMZ) 방문 여부다. 1983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방한 이래 역대 미 대통령은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전부 DMZ를 방문했다. 미 대통령이 DMZ를 찾는 것만큼 한·미 동맹의 굳건함을 보여주기에 최적의 장소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북핵 위협이 고조되는 가운데 북·미 간 ‘말 전쟁’이 심해질 상황 등을 우려해 양국 정부 모두 DMZ 방문 여부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달 8일 예상되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 연설 내용은 한·미 동맹의 시금석이 될 수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23일 여야 원내대표와 만나 구체적인 연설 절차를 논의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동맹 강화와 북핵 대응, 동북아시아 정세 및 정책 비전을 얘기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예상치 못한 발언을 수시로 해왔다는 점에서 국회 연설에서 한국 정부 기조와 다른 발언을 할 경우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대화와 제재를 병행한 평화적 북핵 해결을 내세운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기조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강경조치를 거듭 강조한다면 한·미 동맹 이상설까지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 양국 쟁점 현안을 언급한다면 파장은 일파만파 확산될 것으로 예측된다.

북한은 지난달 15일 대륙 간 탄도미사일(ICBM) ‘화성 14형’을 발사한 뒤 한 달여 넘게 잠잠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순방 중 강력한 대북 경고 메시지를 쏟아낸다면 북한이 미사일 도발로 맞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방한을 앞두고 한반도 문제를 다룰 핵심 보직인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와 주한 미국대사를 임명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주한 미국대사는 마크 리퍼트 전 대사가 지난 1월 퇴임한 이래 계속 공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경호는 양국 협동으로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측에선 경호처가 주도하되 DMZ 등 군사기지를 방문할 경우 경찰과 군도 함께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숙소는 경호상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역대 미 대통령들은 남산에 둘러싸여 경호가 용이하고 유사시 인근에 있는 용산 미군기지를 경호부대로 활용할 수 있는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을 주로 숙소로 사용해왔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