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꿈과 집요한 실행력…하이퍼루프·화성 정착촌에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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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성장 기업인이 이끈다
지하에서 우주까지 머스크의 '무한도전'
전기차 이어 스페이스X 재활용 로켓 성공시켜
"교통 정체 해결하겠다"…지하도로 건설 계획
AI엔 경계심…뇌와 컴퓨터 연결 기술로 대응
지하에서 우주까지 머스크의 '무한도전'
전기차 이어 스페이스X 재활용 로켓 성공시켜
"교통 정체 해결하겠다"…지하도로 건설 계획
AI엔 경계심…뇌와 컴퓨터 연결 기술로 대응
연쇄창업가(serial entrepreneur)이자 혁신 전문가인 피터 힌센은 경제전문지 포브스 기고에서 ‘혁신은 무지의 기술’이라고 주장했다. 혁신은 세상에 없는 일을 하는 것이어서 자기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는 사람이야말로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인재라는 내용이다. 힌센이 언급한 대표적인 인물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다.
그는 “높이 7m짜리 파도가 춤추는 바다 위 바지선에 재활용 로켓을 수직 착륙시키겠다는 구상은 미친 소리 같았어도 머스크는 이전에 누구도 해보지 못한 일에 도전해 실현했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전기자동차와 재활용 로켓을 상용화한 데 이어 지하터널을 활용한 초고속 이동, 화성 정착촌 건설, 로켓을 이용한 초고속 대륙 간 이동 등 실현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는 프로젝트에 도전하고 있다.
민간 우주개발 사업에 불 댕겨
모바일 결제업체 페이팔로 큰돈을 번 머스크는 2002년 스페이스X를 설립해 우주 개발이라는 신사업에 나섰다. 스페이스X는 2006년 8월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국제우주정거장(ISS)까지 화물을 운송하는 계약을 맺어 지원금 28억달러(약 3조1710억원)를 받았다. 2010년 12월 자체 개발한 무인우주선 드래건의 지구궤도 재진입과 회수에 성공했으며 2012년에는 드래건의 ISS 도킹에 성공했다.
스페이스X는 정부 영역으로만 여겨졌던 우주 분야에서 기술 혁신과 비용 절감이라는 성과를 내고 있다. 스페이스X가 우주 사업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가장 큰 요인은 재활용 기술이다. 스페이스X는 그동안 인공위성이나 우주선을 실어나른 로켓을 회수해 재활용하는 방법을 연구해왔다. 로켓을 재활용하면 6100만달러 선의 발사 비용을 2000만달러 가까이 절약할 수 있다. 재활용 로켓에 재활용 우주선까지 실리면 비용은 더 떨어진다.
스페이스X는 화성에서 자원을 채굴해 지구로 되돌아오는 사업, 장기적으로는 화성에 인류 정착촌을 만든다는 구상까지 세웠다. 이 우주 기술을 지구에 적용해 승객들을 한 시간 안에 지구 반대편으로 실어나르는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스페이스X의 계획이 모두에게 지지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인류 중 달에 처음으로 발을 디딘 닐 암스트롱을 비롯한 미국 우주개발 원로들이 스페이스X의 사업 방식에 반대했다. 평소 암스트롱을 존경했던 머스크는 방송 인터뷰에서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지하터널로 교통 체증 해결 도전
전기차 회사 CEO답게 머스크는 교통 혁신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교통 체증은 나를 짜증나게 한다. 터널을 뚫는 기계를 개발해 땅을 팔 것”이라고 올렸다. 사람들은 그저 푸념이라 생각했지만 그는 현실화에 들어갔다. 차량을 지하터널로 내려 빠른 속도로 도심을 통과하게 하는 구상은 단번에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먼저 달팽이처럼 땅을 파는 굴착기계를 투입해 차들이 움직일 공간을 확보한다. 터널 공사와 함께 차들이 지상 곳곳에서 오르내릴 수 있는 시설을 만든다. 도로 특정 지점에서 지하로 내려간 차량은 전기썰매 방식을 이용해 시속 200㎞로 이동한다. 목적지 근처에 도달하면 다시 지상으로 올라온다.
그가 만든 회사 이름은 보링컴퍼니(boring company)로 땅을 판다는 뜻과 지루하다는 뜻이 함께 담겼다. 보링컴퍼니는 로스앤젤레스(LA) 국제공항과 LA 위성도시 연결을 시작으로 나중엔 LA 전 지역을 지하터널로 연결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머스크가 생각하고 있는 초고속 교통수단은 하이퍼루프다. 진공튜브를 설치해 초고속으로 사람과 물자를 실어나른다는 이 개념은 머스크가 독자적으로 구상했거나 특허를 독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의 구상 발표로 개발에 불이 붙었다는 점이 더 주목된다. 진공튜브 내 운반체(캡슐)는 최고시속 1028㎞까지 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캡슐에는 28명이 탈 수 있어 수송 능력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머스크는 지난 7월 보링컴퍼니의 하이퍼루프 사업 추진과 관련해 미국 정부의 구두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의 계산대로라면 하이퍼루프를 이용하면 뉴욕에서 300㎞ 넘게 떨어진 워싱턴DC까지 29분 만에 갈 수 있다. 보링컴퍼니는 메릴랜드 주정부로부터 볼티모어~워싱턴DC 구간 중 16.8㎞ 착공 허가를 받으며 하이퍼루프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인간과 컴퓨터 연결로 대응
혁신적인 미래 사업에 도전하는 머스크는 유독 인공지능(AI)에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AI 발전이 인류를 위협한다는 우려에서다. 그는 공식석상에서 AI의 위험성을 수차례 강조했다. AI 위협에 대응하는 머스크의 방식은 인간과 컴퓨터의 연결이다.
그는 이를 위해 뉴럴링크라는 회사를 설립해 엔지니어와 과학자를 채용하고 있다. 뇌 속에 ‘뉴럴 레이스’라는 물질을 심어 뇌와 컴퓨터 사이의 직접 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목표다. 머스크는 지난 4월 미국 과학기술 블로그와의 인터뷰에서 “뉴럴링크는 앞으로 4년 내 중증 뇌 손상 치료 기술을 시장에 내놓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AI를 극도로 경계하는 머스크를 겨냥해 “AI가 인류 종말을 일으킬 것이라는 사람들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AI 전문가인 페드로 도밍고스 미국 워싱턴대 컴퓨터과학과 교수도 “그간 많은 사람들이 머스크에게 AI의 위험성을 구별하는 법을 가르치려고 했지만 말이 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알파고 개량판인 ‘알파고 제로’가 AI의 발전 가능성이 무한에 가까울 것이란 점을 보여줘 머스크의 걱정이 모두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나온다. 알파고 제로는 바둑기보 없이 독학해 이세돌 9단과의 대국 때 쓰인 ‘알파고 리’, 중국 커제 9단과 대국한 ‘알파고 마스터’를 모두 완파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그는 “높이 7m짜리 파도가 춤추는 바다 위 바지선에 재활용 로켓을 수직 착륙시키겠다는 구상은 미친 소리 같았어도 머스크는 이전에 누구도 해보지 못한 일에 도전해 실현했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전기자동차와 재활용 로켓을 상용화한 데 이어 지하터널을 활용한 초고속 이동, 화성 정착촌 건설, 로켓을 이용한 초고속 대륙 간 이동 등 실현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는 프로젝트에 도전하고 있다.
민간 우주개발 사업에 불 댕겨
모바일 결제업체 페이팔로 큰돈을 번 머스크는 2002년 스페이스X를 설립해 우주 개발이라는 신사업에 나섰다. 스페이스X는 2006년 8월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국제우주정거장(ISS)까지 화물을 운송하는 계약을 맺어 지원금 28억달러(약 3조1710억원)를 받았다. 2010년 12월 자체 개발한 무인우주선 드래건의 지구궤도 재진입과 회수에 성공했으며 2012년에는 드래건의 ISS 도킹에 성공했다.
스페이스X는 정부 영역으로만 여겨졌던 우주 분야에서 기술 혁신과 비용 절감이라는 성과를 내고 있다. 스페이스X가 우주 사업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가장 큰 요인은 재활용 기술이다. 스페이스X는 그동안 인공위성이나 우주선을 실어나른 로켓을 회수해 재활용하는 방법을 연구해왔다. 로켓을 재활용하면 6100만달러 선의 발사 비용을 2000만달러 가까이 절약할 수 있다. 재활용 로켓에 재활용 우주선까지 실리면 비용은 더 떨어진다.
스페이스X는 화성에서 자원을 채굴해 지구로 되돌아오는 사업, 장기적으로는 화성에 인류 정착촌을 만든다는 구상까지 세웠다. 이 우주 기술을 지구에 적용해 승객들을 한 시간 안에 지구 반대편으로 실어나르는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스페이스X의 계획이 모두에게 지지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인류 중 달에 처음으로 발을 디딘 닐 암스트롱을 비롯한 미국 우주개발 원로들이 스페이스X의 사업 방식에 반대했다. 평소 암스트롱을 존경했던 머스크는 방송 인터뷰에서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지하터널로 교통 체증 해결 도전
전기차 회사 CEO답게 머스크는 교통 혁신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교통 체증은 나를 짜증나게 한다. 터널을 뚫는 기계를 개발해 땅을 팔 것”이라고 올렸다. 사람들은 그저 푸념이라 생각했지만 그는 현실화에 들어갔다. 차량을 지하터널로 내려 빠른 속도로 도심을 통과하게 하는 구상은 단번에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먼저 달팽이처럼 땅을 파는 굴착기계를 투입해 차들이 움직일 공간을 확보한다. 터널 공사와 함께 차들이 지상 곳곳에서 오르내릴 수 있는 시설을 만든다. 도로 특정 지점에서 지하로 내려간 차량은 전기썰매 방식을 이용해 시속 200㎞로 이동한다. 목적지 근처에 도달하면 다시 지상으로 올라온다.
그가 만든 회사 이름은 보링컴퍼니(boring company)로 땅을 판다는 뜻과 지루하다는 뜻이 함께 담겼다. 보링컴퍼니는 로스앤젤레스(LA) 국제공항과 LA 위성도시 연결을 시작으로 나중엔 LA 전 지역을 지하터널로 연결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머스크가 생각하고 있는 초고속 교통수단은 하이퍼루프다. 진공튜브를 설치해 초고속으로 사람과 물자를 실어나른다는 이 개념은 머스크가 독자적으로 구상했거나 특허를 독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의 구상 발표로 개발에 불이 붙었다는 점이 더 주목된다. 진공튜브 내 운반체(캡슐)는 최고시속 1028㎞까지 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캡슐에는 28명이 탈 수 있어 수송 능력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머스크는 지난 7월 보링컴퍼니의 하이퍼루프 사업 추진과 관련해 미국 정부의 구두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의 계산대로라면 하이퍼루프를 이용하면 뉴욕에서 300㎞ 넘게 떨어진 워싱턴DC까지 29분 만에 갈 수 있다. 보링컴퍼니는 메릴랜드 주정부로부터 볼티모어~워싱턴DC 구간 중 16.8㎞ 착공 허가를 받으며 하이퍼루프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인간과 컴퓨터 연결로 대응
혁신적인 미래 사업에 도전하는 머스크는 유독 인공지능(AI)에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AI 발전이 인류를 위협한다는 우려에서다. 그는 공식석상에서 AI의 위험성을 수차례 강조했다. AI 위협에 대응하는 머스크의 방식은 인간과 컴퓨터의 연결이다.
그는 이를 위해 뉴럴링크라는 회사를 설립해 엔지니어와 과학자를 채용하고 있다. 뇌 속에 ‘뉴럴 레이스’라는 물질을 심어 뇌와 컴퓨터 사이의 직접 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목표다. 머스크는 지난 4월 미국 과학기술 블로그와의 인터뷰에서 “뉴럴링크는 앞으로 4년 내 중증 뇌 손상 치료 기술을 시장에 내놓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AI를 극도로 경계하는 머스크를 겨냥해 “AI가 인류 종말을 일으킬 것이라는 사람들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AI 전문가인 페드로 도밍고스 미국 워싱턴대 컴퓨터과학과 교수도 “그간 많은 사람들이 머스크에게 AI의 위험성을 구별하는 법을 가르치려고 했지만 말이 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알파고 개량판인 ‘알파고 제로’가 AI의 발전 가능성이 무한에 가까울 것이란 점을 보여줘 머스크의 걱정이 모두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나온다. 알파고 제로는 바둑기보 없이 독학해 이세돌 9단과의 대국 때 쓰인 ‘알파고 리’, 중국 커제 9단과 대국한 ‘알파고 마스터’를 모두 완파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