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보다 과거에 묻힌 '반반(半半) 국감'…송곳 검증·굵직한 '한방'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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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無 국감' 자초한 정치권
대형 이슈는 없고…
적폐청산 vs 정치보복 공방에
검찰·공론화위에만 관심 집중
국민은 국감 하는지도 잘 몰라
야당은 정계개편 '콩밭'에…
합종연횡·내홍으로 준비 소홀
저격수 없는 '맹탕 국감' 전락
대형 이슈는 없고…
적폐청산 vs 정치보복 공방에
검찰·공론화위에만 관심 집중
국민은 국감 하는지도 잘 몰라
야당은 정계개편 '콩밭'에…
합종연횡·내홍으로 준비 소홀
저격수 없는 '맹탕 국감' 전락
‘적폐청산 대 정치보복(신적폐)’ ‘과거 정권 국정감사’ ‘오만한 여당, 존재감 없는 야당’.
한국경제신문 국감평가단 전문가들이 22일 올 국감을 한마디로 표현한 말이다. 새 정부 출범 5개월 만에 열린 이번 국감은 지난 12일 시작해 이날로 절반이 지났다.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가 함께 도마에 오른 ‘반반 국감’이 여야 간 정쟁의 장으로 변질되면서 국민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는 게 평가단의 중간평가다. ◆안보·경제 등 현안은 뒷전에
이정희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최진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등 5명은 올 국감의 특징을 ‘정치(정쟁) 국감’으로 꼽았다. 더불어민주당이 정보 우위를 바탕으로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적폐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면 자유한국당은 정치보복이라고 맞서는 행태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전·현 정부에 대한 국감이 동시에 진행되다 보니 여야 구분 없이 공세적이었다”고 말했다. 권순정 리얼미터 조사분석실장은 “적폐청산 대 정치보복의 프레임 속에 국감이 정치 공세로 채워졌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국감은 과거 어느 때보다 국민들 관심에서 멀어졌다. 현직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건을 거친 다음 열린 국감이어서 비중이 떨어진 데다 국감에서 거론된 내용들도 새 정부가 주도하는 ‘적폐청산’ 과정에서 나온 부수적인 내용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국민적 관심이 적폐청산을 주도하고 있는 검찰과 신고리 5·6호기 공사 재개 여부를 결정한 공론화위원회에 집중된 점도 주목받지 못한 이유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국민이 국감을 하는지 안 하는지도 잘 모를 것”이라고 평가했다.
안보나 경제 등 정책 현안은 정쟁 속에 파묻혀 버렸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입법부가 현 정부를 감시하라고 만든 제도가 국감”이라며 “지난 5개월간 국정을 지적해야 하는데 5~10년 전 일을 들추니 국민이 관심을 가질 리 없다”고 말했다.
◆내홍 겪는 야당, 준비 소홀
평가단은 부실 국감의 주된 이유 가운데 하나로 ‘여당 같은 야당’을 꼽기도 했다. ‘송곳 질문’으로 피감 기관장의 넋을 쏙 빼놓는 사례가 보기 드물다는 지적이다. 홍금애 국감NGO모니터단 집행위원장은 “야당에서 정부나 기관이 잘못한 게 있으면 끝까지 물어지는 근성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내부 단속하느라 야당이 국감 준비에 소홀했다는 평가도 있다. 자유한국당은 탄핵 후폭풍과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 등으로 내홍에 시달렸다. 이 때문에 원내대표가 국감 전략을 세우고 ‘저격수’를 중심으로 한 역할 분담이 쉽지 않았다. 바른정당은 통합파와 자강파 간 이견으로 당 자체가 흔들렸다. 지난주엔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 통합 때 지지율 시너지가 높다는 자체 여론조사 결과가 공표되면서 정국은 정계개편의 회오리 속으로 빠져들었다. 의원들 마음이 콩밭으로 가 버린 셈이다. 이정희 교수는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 간 통합문제에 국감이 사로잡히면서 제대로 된 정부 견제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평가단은 피감기관 수 축소나 상시 국감을 개선 방안으로 제시했다. 고성국 정치평론가는 “수백 개 피감기관을 20~30명 의원이 20일 만에 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상시 국감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모든 기관이 국감을 준비하도록 하고 피감기관은 한도를 정해 추첨식으로 기관을 선정해 국감을 하면 보다 내실화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 국감평가단 전문가들이 22일 올 국감을 한마디로 표현한 말이다. 새 정부 출범 5개월 만에 열린 이번 국감은 지난 12일 시작해 이날로 절반이 지났다.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가 함께 도마에 오른 ‘반반 국감’이 여야 간 정쟁의 장으로 변질되면서 국민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는 게 평가단의 중간평가다. ◆안보·경제 등 현안은 뒷전에
이정희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최진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등 5명은 올 국감의 특징을 ‘정치(정쟁) 국감’으로 꼽았다. 더불어민주당이 정보 우위를 바탕으로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적폐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면 자유한국당은 정치보복이라고 맞서는 행태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전·현 정부에 대한 국감이 동시에 진행되다 보니 여야 구분 없이 공세적이었다”고 말했다. 권순정 리얼미터 조사분석실장은 “적폐청산 대 정치보복의 프레임 속에 국감이 정치 공세로 채워졌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국감은 과거 어느 때보다 국민들 관심에서 멀어졌다. 현직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건을 거친 다음 열린 국감이어서 비중이 떨어진 데다 국감에서 거론된 내용들도 새 정부가 주도하는 ‘적폐청산’ 과정에서 나온 부수적인 내용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국민적 관심이 적폐청산을 주도하고 있는 검찰과 신고리 5·6호기 공사 재개 여부를 결정한 공론화위원회에 집중된 점도 주목받지 못한 이유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국민이 국감을 하는지 안 하는지도 잘 모를 것”이라고 평가했다.
안보나 경제 등 정책 현안은 정쟁 속에 파묻혀 버렸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입법부가 현 정부를 감시하라고 만든 제도가 국감”이라며 “지난 5개월간 국정을 지적해야 하는데 5~10년 전 일을 들추니 국민이 관심을 가질 리 없다”고 말했다.
◆내홍 겪는 야당, 준비 소홀
평가단은 부실 국감의 주된 이유 가운데 하나로 ‘여당 같은 야당’을 꼽기도 했다. ‘송곳 질문’으로 피감 기관장의 넋을 쏙 빼놓는 사례가 보기 드물다는 지적이다. 홍금애 국감NGO모니터단 집행위원장은 “야당에서 정부나 기관이 잘못한 게 있으면 끝까지 물어지는 근성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내부 단속하느라 야당이 국감 준비에 소홀했다는 평가도 있다. 자유한국당은 탄핵 후폭풍과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 등으로 내홍에 시달렸다. 이 때문에 원내대표가 국감 전략을 세우고 ‘저격수’를 중심으로 한 역할 분담이 쉽지 않았다. 바른정당은 통합파와 자강파 간 이견으로 당 자체가 흔들렸다. 지난주엔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 통합 때 지지율 시너지가 높다는 자체 여론조사 결과가 공표되면서 정국은 정계개편의 회오리 속으로 빠져들었다. 의원들 마음이 콩밭으로 가 버린 셈이다. 이정희 교수는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 간 통합문제에 국감이 사로잡히면서 제대로 된 정부 견제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평가단은 피감기관 수 축소나 상시 국감을 개선 방안으로 제시했다. 고성국 정치평론가는 “수백 개 피감기관을 20~30명 의원이 20일 만에 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상시 국감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모든 기관이 국감을 준비하도록 하고 피감기관은 한도를 정해 추첨식으로 기관을 선정해 국감을 하면 보다 내실화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