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내연 관계인 남성의 아내에게 청산가리를 넣은 소주를 먹여 살해한 40대 여성에 대해 무기징역형을 확정했다.

대법원 2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한모 씨(48)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대법원은 "한 씨의 나이와 범행동기, 범행 후 정황 등을 검토해보면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의 양형은 심히 부당해 보이지 않는다"며 상고를 기각, 무기징역형을 확정했다.

한 씨는 지난 2015년 1월 내연 관계에 있던 유모 씨의 아내 이모 씨(당시 43세)에게 함께 술을 마시자고 제안했다.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로 찾아가 청산가리를 탄 소주를 먹게 해 살해했다.

한 씨는 2014년 2월 초등학교 동창 모임에서 유 씨와 만난 뒤 내연 관계를 시작했다. 한 씨는 내연남과 이 씨를 이혼시키기 위해 불륜 사실을 알리는 등 갖은 방법을 동원했지만, 이 씨는 자식을 생각해 이혼을 거부했다.

오히려 이 씨는 한 씨에게 3억5000만 원을 건네면서 남편과 다시 만나지 않을 것을 약속받기도 했다.

한 씨는 돈을 받은 이후에도 유 씨와 내연 관계를 지속했지만, 이 씨는 결혼생활을 유지했다. 이에 한 씨는 이 씨를 살해할 목적으로 여러 곳에 청산가리 구입을 문의하는 등 범행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긴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 과정에서 한 씨는 이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과 유 씨가 아내를 살해했을 가능성을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은 "불륜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살인이어서 동기가 불량한 데다 한씨의 계획적인 범행으로 아홉 살 난 피해자의 딸은 한순간에 사랑하는 엄마를 잃었다"며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여러 거짓말과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범행을 부인하는 한씨에게 원심이 선고한 형은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그러면서 "한 씨는 '피해자 역시 다른 남자와 친밀한 관계에 있었다'는 취지로 주장하며 고인이 된 피해자를 근거 없이 모독하고 피해자로부터 받은 3억5000만원을 피해자의 딸 등 유족에게 반환할 의사도 없다고 분명히 발언했다"며 "범행 후 정황 역시 참작할 만한 점이 전혀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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