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협회장 후보 대부분 '관출신'… 관치금융 부활하나
손해보험협회와 전국은행연합회의 차기 회장 선출 작업이 진행되는 가운데 관료 출신 인사들이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관치를 벗어나려는 취지에서 어렵게 민간 출신 회장을 뽑아놓고도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손해보험협회는 23일 2차 회장추천위원회를 열어 김용덕 전 금융감독위원장, 방영민 전 금융감독원 감사, 유관우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등 관료 출신 인사 세 명을 후보로 뽑았다. 김 전 금감위원장은 행정고시 15회로 재경부 국제금융국장과 국제업무정책관, 건설교통부 차관 등을 지냈다. 방 전 감사는 행시 17회로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과 금감원 감사, 서울보증 사장 등을 지냈다. 유 전 부원장보는 금감원 보험감독국장과 보험담당 부원장보 등을 거쳤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정부와의 소통 능력 등을 따져 관료 출신으로 후보를 채웠다”고 설명했다. 손보협회는 오는 26일 3차 회추위를 열어 후보 두 명을 추려낸 다음, 이르면 이달 말 투표를 통해 차기 회장을 뽑을 예정이다.

차기 은행연합회장에도 관료 출신 인사들이 후보로 거론되기는 마찬가지다. 우선 재무부 관료 출신인 김창록 전 산업은행 총재가 유력하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김 전 총재는 금감원 부원장과 산은 총재를 지냈다. 금감위 부위원장을 지낸 윤용로 전 기업은행장도 거론되고 있다. 은행연합회는 다음달 중순 단독 후보를 선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연합회장 후보에는 여전히 민간 후보가 언급되고 있다.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민병덕 전 국민은행장, 이종휘 전 우리은행장, 김주하 전 농협은행장 등이 거론됐다. 하지만 관료 출신이 차기 손보협회장에 오르는 게 확실시되면서 은행연합회장 후보 선정에도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은행장은 “관료 출신 후보가 더 많이 거론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금융계 스스로 정권 눈치를 보는 것도 문제점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한 보험회사 임원은 “3년 전 세월호 사태를 계기로 어렵게 민간 출신 인사들이 각 협회장에 올랐다”며 “금융회사가 새 정부 눈치를 보느라 너무 쉽게 회장 자리를 내주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신영/안상미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