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 설치미술가 최재은 씨는 25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서울역사박물관 아주개홀에서 ‘대지를 꿈꾸며’ 진행 상황을 공개했다. 최씨가 구상한 DMZ 프로젝트는 2015년 김선정 광주비엔날레 대표(아트선재센터 관장)가 기획한 ‘리얼디엠지프로젝트’에 작품을 낸 것이 계기가 돼 시작됐다.
최씨는 이날 “남북 분단을 상징하는 DMZ가 생태계 보존지역이 됐다는 사실에 착안해 갈등과 분단을 생명의 힘으로 극복하자는 의미를 담았다”며 “DMZ에 남북을 연결하는 약 15~20㎞ 길이의 공중정원 형태에 통로, 정자, 종자은행, 지식은행 등을 지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지를 꿈꾸며는 고구려의 정통성을 잇기 위해 궁예가 세운 태봉국의 도성인 홍원리 궁예도성을 중심으로 디자인할 예정이다. 건축가와 현대미술가들이 디자인한 높이 3~5m 정자와 탑 12개를 약 1㎞ 간격으로 세우는 게 우선 목표다. 엘리아손, 인도 건축사무소 스튜디오 뭄바이, 이우환, 이불, 가와마타 다다시가 정자 다섯 개 디자인을 이미 제안했다. 향후 여건이 허락되면 참여할지 모를 북한 작가를 위해 일곱 개는 비워둘 계획이다.
또 제2땅굴을 이용한 종자은행과 지식은행 설계는 건축가 조민석(매스스터디 대표)이 맡고, 매뉴얼은 정재승 교수가 기획한다. 이 밖에 지뢰 제거 방안 등도 프로젝트를 통해 제안할 예정이다.
최씨는 철원을 택한 이유에 대해 “한반도 중앙에 있고 궁예도성이라는 유적지가 있어 선택했다”며 “경사가 크게 없는 평강고원이라는 점도 지리적으로 좋은 여건”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최씨의 이 같은 프로젝트가 현실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통일부에 이 프로젝트를 제안했으나 아직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최씨는 밝혔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