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상의서 강연 >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더불어민주당)이 2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고용노동위원회 61차 회의에서 ‘일자리주도 성장과 노동정책’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대한상의 제공
< 대한상의서 강연 >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더불어민주당)이 2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고용노동위원회 61차 회의에서 ‘일자리주도 성장과 노동정책’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대한상의 제공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인천 부평을)이 25일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선, 주말(휴일)근로 중복할증 불인정, 단계적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계의 기존 요구나 주장과 상충되는 발언을 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동계는 그동안 주말근로 시 일반 연장근로수당에 휴일근로수당을 추가해 통상임금의 200%를 지급하라고 요구해왔다. 또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상여금을 포함시키는 등의 개정에는 ‘절대 불가’ 방침을 유지해왔다.

◆환노위원장 역할 주목

홍 위원장은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평소 지닌 소신들을 작심하고 얘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홍 위원장 측 관계자도 “노동분야의 제도 개선 입법들이 수년 동안 교착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노동계에 욕을 먹더라도 총대를 메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홍영표의 작심 발언 "노동 3대 현안에 경제계 요구 반영하겠다"
일각에선 홍 위원장의 지역구(부평) 내 최대 기업인 한국GM이 고임금에 따른 생산성 저하를 이기지 못하고 한국을 떠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자 노동제도 개선에 팔을 걷어붙인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홍 위원장은 한국GM의 전신인 대우자동차 노조위원장 출신이다.

국회 환노위는 다음달 근로시간 단축과 통상임금 범위 등을 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을 논의할 예정이다. 파견·하도급 등 이른바 비정규직 관련 입법도 환노위 소관이다. 여야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가운데 여당 소속인 환노위 위원장이 경제계 의견을 수용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향후 기업들의 숨통이 트일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저임금에 상여금 포함되나

홍 위원장이 제기한 최저임금 산입범위 문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를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돼왔다. 현재 최저임금 산정은 기본급과 직무·직책수당만 포함하며 상여금과 복리후생비 등은 제외한다. 하지만 대·중소기업을 막론하고 생산직 근로자는 대부분 1호봉이 최저임금 수준에서 시작된다. 최저임금 인상에 맞춰 1호봉을 올리면 그 윗호봉 근로자들의 임금까지 함께 상승한다. 기본급의 수백%에 달하는 상여금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선 빠지지만 기본급 호봉이 오르면 자동으로 올라간다. 이 때문에 경영계는 상여금·식대 등 고정적 급여는 최저임금에 포함하는 방향으로 산입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해외에서도 고정 급여는 최저임금에 넣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노동계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을 극렬히 반대해왔다. ○근로시간 단축은 단계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회에서 근로시간 단축이 합의되지 않으면 행정해석 폐기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근로시간은 주중 정규근로 40시간과 연장근로 12시간,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으로 인정되는 주말(휴일) 16시간을 더해 총 68시간이다. 행정해석을 폐기하면 별도의 주말근로가 사라지고 법정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즉각 줄어든다.

노동계는 행정해석 폐기를 통해 현재 통상임금의 150%인 주말근로수당을 200%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장근로(통상임금의 50% 가산)이자 휴일근로(통상임금의 50% 가산)가 되기 때문에 수당으로 100%를 더 지급해야 한다는 논리다. 일부 여당 의원은 즉각 행정해석 폐기를 주장하고 있으며 홍 위원장도 과거 수차례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하지만 그가 이날 “휴일근로 중복할증은 법 취지에 맞지 않으며 근로시간 단축은 단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중소기업의 부담 등 기업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통상임금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노조들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홍 위원장은 “통상임금이 문제가 되는 곳은 기아자동차 등 대기업이면서 노조가 센 곳들”이라며 “이들에게 통상임금을 그대로 다시 지급하면 임금 10~15%가 더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기업 노조들까지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강현우/심은지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