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0월26일 오후 3시21분

기업회생 절차에 걸리는 시간을 대폭 줄이기 위해 지난해 8월 도입한 ‘단기 법정관리(P-플랜)’ 제도 1호 기업이 탄생한다. 자동차 부품회사 성우엔지니어링으로 이 회사의 P-플랜을 준비해온 연합자산관리(유암코)가 최종 인수자로 정해졌다. 1호 기업이 탄생하면서 앞으로 P-플랜을 활용한 구조조정이 활성화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2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창원지방법원이 ‘스토킹 호스(stalking-horse)’ 방식을 통해 성우엔지니어링 매각을 추진한 결과 입찰 마감일인 지난 24일까지 우선 협상자인 유암코 외에 인수 후보가 나타나지 않아 유암코가 최종 인수자로 선정됐다. 스토킹 호스는 인수 의향자와 가계약을 체결한 뒤 추가로 공개입찰을 진행하는 방식의 인수합병(M&A) 기법이다. 유암코는 가계약을 맺고 성우엔지니어링 채권단과 채무조정 협의를 끝낸 뒤 사전 회생 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했다. 법원 관계자는 “사전 회생 계획안의 일부 수정 작업을 거친 후 회생 절차에 돌입할 것”이라며 “P-플랜을 통해 기업 구조조정을 시도하는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P-플랜은 법원이 부실기업의 채무를 강제적으로 조정한 뒤 채권단이 신규 자금을 지원하는 새로운 구조조정 제도다. 채무자가 채무 변제 방안을 사전에 협의해 법원의 승인을 받기 때문에 법정관리 기간이 크게 단축된다는 장점이 있다. 유암코는 ‘유암코옥터스 기업재무안정펀드’를 통해 채무 상환자금과 신규 운영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인 기업회생 절차가 6개월에서 1년6개월가량 걸리는 데 비해 P-플랜은 3개월 안에 끝난다”며 “신규 자금 지원이 가능한 것도 강점”이라고 말했다.

국내 첫 P-플랜 적용 기업인 성우엔지니어링은 150여 종류의 자동차 부품을 생산해 현대위아, 센트랄 등에 납품한다. 연간 매출은 약 800억원 수준이다. 공장 매입 등에 대규모 투자한 상태에서 자동차 부품 산업이 침체에 빠진 탓에 자금난을 겪어 왔다. 유암코 관계자는 “성우엔지니어링이 파산하면 협력업체 및 완성차 업체까지 모두 타격받는다”며 “신속한 자금 지원과 구조조정을 통해 회사를 정상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례는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인 유암코가 법원, 채권단과 함께 기업회생 절차 성공을 위해 힘을 모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법원이 기업회생 절차를 위해 도입한 스토킹 호스와 P-플랜을 모두 활용한 최초의 사례이기도 하다. 회생법원 관계자는 “P-플랜 1호 사례가 나온 만큼 향후 기업 구조조정에 이 제도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커질 것”이라며 “채권단이 다수 지분을 보유한 구조조정 대상 기업은 P-플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 P-플랜

사전 회생계획 제도(pre-packaged plan). 법원 주도의 법정관리와 채권단 중심의 워크아웃 장점을 합친 기업 구조조정 제도. 법원이 강제 채무조정을 한 뒤 채권단이 신규 자금을 지원해 기업을 정상화한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