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보복 여파로 하락세를 면치 못했던 ‘사드 피해주’들이 26일 일제히 큰 폭으로 반등했다. 얼어붙었던 한·중 관계가 정상 간의 만남 등을 계기로 풀리기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 증시에 훈풍을 불어넣었다.

화장품 면세점 여행 등 사드 피해주로 낙인 찍혔던 종목들은 그간의 충격이 컸던 만큼 반등폭도 가팔랐다. 26일 아모레퍼시픽은 2만1500원(7.24%) 오른 31만850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해 7월 초 43만원을 웃돌던 이 종목 주가는 같은 달 사드 배치 결정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올 3월 한국 여행 금지 등의 조치가 본격화되면서 25만원대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 중국 측의 제재가 완화될 기미를 보이면서 주가도 반등세로 돌아섰다.

아모레퍼시픽을 밀어내고 화장품업종 ‘대장주’ 자리를 꿰찬 LG생활건강(5.95%)은 다른 사드 피해주인 호텔신라(8.61%) GKL(3.06%) 등과 함께 이날 나란히 최근 1년 내 최고가를 기록했다. 하나투어(3.74%)와 모두투어(7.56%) 등 여행주, 대한항공(5.90%)과 제주항공(3.57%) 등 항공주, 에스엠(8.22%)과 와이지엔터테인먼트(4.34%) 등 엔터주, 파라다이스(5.45%) 같은 카지노주도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이날 오후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인 시트립이 최근 롯데호텔에 단체관광 여행상품 구성을 타진했다는 소식도 사드 관련주들의 급등에 방아쇠 역할을 했다. 앞서 중국 허베이성의 한 여행사도 한국 단체 관광객을 모집하는 광고를 냈다. 올 3월 이후 7개월 만에 등장한 한국 단체 관광 상품이다. 이런 움직임을 주식시장에서는 ‘사드 금한령’ 해제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보복 완화가 현실화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연내 한·중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 등이 거론되면서 시장은 사드와 관련된 제재 강도가 정점을 통과했다는데 무게를 두고 반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