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이 27일 제주 서귀포시 핀크스GC에서 열린 SK핀크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1라운드 10번홀에서 그린 굴곡을 살피고 있다. 옆으로 경사를 읽는 자세가 특이하다.  KLPGA  제공
이정은이 27일 제주 서귀포시 핀크스GC에서 열린 SK핀크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1라운드 10번홀에서 그린 굴곡을 살피고 있다. 옆으로 경사를 읽는 자세가 특이하다. KLPGA 제공
‘핫6’ 이정은(21·토니모리)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의 새 역사에 바짝 다가섰다. 3개 대회를 남겨놓은 가운데 역대 최다점수 대상 수상은 물론 한 시즌 사상 최다 상금 기록도 넘어설 기세다.

이정은은 27일 제주 서귀포시 핀크스GC(파72·6489야드)에서 열린 SK핀크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총상금 6억원) 1라운드를 5언더파 공동 7위로 마쳤다. 보기 없이 버디만 5개를 잡아 67타를 적어냈다. 7언더파를 적어낸 단독 선두 이효린(20·미래에셋)과는 2타 차다. 2, 3라운드에서 뒤집기가 가능한 출발이다.

이정은이 역전 우승까지 내달을 경우 흥미로운 기록이 쏟아진다. 우선 역대 아홉 번째 트리플 크라운(대상, 상금왕, 최저타수상)이다.

시즌 4승 고지에 가장 먼저 오른 이정은은 이미 대상(MVP)을 확정했다. 이 대상은 남은 대회를 거치면서 더 특별해질 공산이 크다. KLPGA투어 역대 최다 대상 포인트 경신이다. 지금까지는 2014년 대상 수상자 김효주의 점수(610점)가 가장 높았다. 이정은은 607점을 쌓아놓고 있어 이번 대회까지 우승하면 50점을 또 받아 기존 기록을 훌쩍 뛰어넘는다.

상금왕도 이변이 없는 한 1위(10억1233만원)인 그의 차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남은 대회가 3개인 가운데 2위 김지현(26·한화)과 상금 차가 2억4000만원이 넘는다. 김지현이 1개 대회 이상 우승하고 이정은이 막판 부진에 빠지지 않는 한 뒤집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정은의 상승세가 마지막 2개 대회까지 이어지면 ‘남달라’ 박성현(24·KEB하나은행)이 세운 최다 상금액(약 13억3300만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트리플 크라운의 마지막 퍼즐인 최저타수상도 현재 샷감을 계속 유지한다면 다른 선수들보다 유리하다. 이정은은 평균타수 부문에서도 69.80타로 1위를 달리고 있다. 하반기 무섭게 상승세를 탄 고진영(69.82타)에게 0.02타 차로 쫓기고 있긴 하다. 하지만 이 역시 성적이 고르게 나오는 이정은의 꾸준함을 감안할 때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다. 올 시즌 이정은은 한 차례의 커트 탈락도 없었다.

KLPGA투어에서 대상을 도입한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17년간 트리플 크라운이 나온 것은 여덟 번이다. 2001년 강수연(41)을 시작으로 신지애(29)가 2006~2008년까지 3년 연속 금자탑을 세웠고, 2009년 서희경(27), 2010년 이보미(29), 2014년 김효주(22·롯데), 2015년 전인지(23) 등이 트리플 크라운을 완성했다. 지난해 7승을 거둔 박성현은 대상 부문에서 고진영(22)에게 타이틀을 내줘 트리플 크라운 달성에 실패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