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발전은 친환경 산업의 대명사격입니다. 이산화탄소나 각종 가스를 배출하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발전 원료가 필요 없으니 불순물도 나오지 않습니다. 게다가 사고위험도 제로(0)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이미지마냥 깨끗하기만 한 것도 아닙니다. 태양광을 모으는 집열판을 제조하는데 상당한 양의 온실가스가 배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태양광 패널도 수명이 있는 만큼, 일정기간이 지난 후에는 폐기처분을 해야 합니다. 특히 태양광 패널에는 카드뮴, 납 등의 중금속이 포함돼 있어 뒤처리에도 신경 써야 한다고 합니다.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지역의 자연환경에도 어쩔 수 없이 손을 대야 하겠지요. 발전효율과 발전단가 문제도 쉽지 않은 숙제입니다.

최근 10여 년간 적극적으로 태양광 시설을 확대해 왔던 일본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태양광 패널 쓰레기가 대거 나오게 되면 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하는 것이지요.

이와 관련해서 일본 기업들이 태양광 패널 재활용 사업에 잇따라 진출할 움직임입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미쓰비시머티리얼은 태양광 패널 재활용 기술 개발을 마친 뒤 2018년에 관련 사업에 참가할 계획입니다. 패널에서 알루미늄 프레임을 1분 안에 분리하는 장치 등을 개발했다고 합니다. 유리와 배터리 부재, 은 등의 금속을 자사 제련소를 활용해 재자원화 하겠다는 생각이랍니다. 연간 6000만장의 패널을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네요.

태양광 패널 제조 장비를 개발하는 NPC라는 회사도 독자 기술을 이용한 재활용 시설을 올 11월부터 가동한다고 합니다. 이 회사 역시 50초에 패널 1장을 분리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분리된 유리 소재를 재판매 하는 것을 추진한다는 계획입니다. 우선 연간 1만장의 패널을 처리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솔라프론티어라는 회사도 자사가 판매하는 특수한 패널을 저비용으로 분해해 사용 소재를 회수하기 위한 기술 개발을 추진한다는 소식입니다.
기존에는 패널 분리 작업이 어려웠던 탓에 분쇄처리를 했는데 카드뮴이나 납 등의 유해 성분이 섞여있는 탓에 매립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이제 기술발전으로 태양광 패널도 재활용이 가능해지자 관련 사업에 뛰어드는 기업이 늘고 있는 것입니다.

기업들이 이런 움직임을 보이게 된 것은 일본 정부가 재생에너지 고정가격 매입제도(FIT)를 실시한 영향이 큽니다. FIT을 시행한 이후 태양광 발전 설비 건설이 급증한 결과, 폐패널 처리가 주요 문제화됐기에 나온 움직임이라는 설명입니다.

일본 정부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원전 사고 이후 2012년 7월부터 FIT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 제도는 태양광, 풍력, 중소 규모의 수력, 지열, 바이오매스 등 다섯 가지 방식으로 생산한 전기를 국가가 지정한 가격으로 각 지역의 전력회사들이 매입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태양광 등의 보급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이에 따라 FIT 도입 전 일본 내 태양광 발전의 총 출력은 500만㎾ 정도였지만, 도입 후에는 3000만㎾ 이상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하지만 단시간 내에 태양광 발전 건설이 급증하면서 비슷한 시기에 대량의 폐기물이 나올 가능성도 높아졌습니다. 태양광 패널의 수명은 통상 20~30년가량이라고 합니다. 일본 환경부는 태양광 패널의 폐기량이 2020년 2808 t에서 패널 수명 만기가 도래하는 2039년에는 무려 280배인 77만t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는 지난 2014년에 1년간 매립된 폐기물의 6%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일본 환경부도 관련 기업에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세상에 ‘100대 0’식으로 일방적으로 좋기만 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 모양입니다. 모든 일에는 명암이 있겠죠. 그리고 그 어두운 측면을 해결해 나가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도 ‘시장의 힘’이라는 점도 일본의 태양광 폐기물 처리 움직임에서 읽을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