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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자녀에게 고가의 부동산을 증여한 것으로 나타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과거 ‘학력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저서를 쓴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되고 있다. 홍 후보자는 사과했지만 청와대가 저서, 칼럼, 논문 등 과거 글에 대한 검증을 상대적으로 소홀히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홍 후보자는 1998년 경원대학교(현 가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있으면서 '삼수 사수를 해서라도 서울대에 가라'는 제목의 책을 출판했다. 홍 후보자는 책에서 “한국의 빌 게이츠를 꿈꾸며 학교 공부를 등한시하고 컴퓨터와 씨름하는 많은 학생에게 꼭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는데 한국에서는 좋은 대학에 들어가지 못한다면 빌 게이츠가 될 수 없다”고 했다.

명문대를 졸업하지 않은 중소기업인에 대한 언급도 있다. 홍 후보자는 “명문대학을 나오지 않고도 성공한 사람들은 조그만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데 성공했는지 몰라도 그들에게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며 “그들은 세계의 천재와 경쟁해 나갈 수 있는 근본적인 소양이 없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썼다. 그러면서 “혼자서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고졸자가 천재이더라도 첨단 기술을 따라갈 수 없다. 한글과 컴퓨터의 이찬진 사장이 서울공대 출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중소기업 육성을 직접 챙기는 중소벤처기업 장관 후보자로서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다.

홍 후보자는 논란이 일자 지난 27일 입장문에서 “정제되지 않은 표현들로 불편함을 느끼셨을 많은 분들께 책의 취지와 이유 여하를 떠나 사과드린다”며 “책 집필 이후 20여년 간 시대의 변화에 맞게 생각이 변했으며, 기회의 균등과 개인의 특성이 존중받는 세상이 돼야 한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아울러 저에 대한 검증 과정을 성찰의 기회로 여기고 성실히 임하겠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저서나 칼럼 등 글 때문에 곤욕을 치른 고위공직자 후보들이 적지 않다. 주로 교수 출신 인사들이 부적절한 글 때문에 비판을 받았다. 한쪽에서는 글과 행동이 불일치한 점을 지적하며 ‘내로남불(내가하면 로멘스 남이하면 불륜)’이라는 비난도 쏟아내고 있다.

‘몰래 혼인신고’ 논란으로 중도 낙마한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자신이 쓴 칼럼과 책도 비판을 받았다. 그는 2014년 광주일보에 기고한 ‘인사청문회의 허와 실’이라는 칼럼에서 “음주운전? 운 좋게 적발되지는 않았지만 여러 차례 있었다. 만약 청문회에서 물으면 어떻게 대답해야 정직한 것인가?”라며 음주운전을 시인하는 내용을 썼다. 또 지난해 출간한 ‘남자란 무엇인가’란 책에서 여성을 비하하는 듯한 내용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안 후보자는 중년의 부장판사가 성매매 과정에서 적발된 사건을 두고 ‘문제된 법관 연령이라면 아내는 자녀교육에 몰입해 남편 잠자리 보살핌엔 관심이 없다’, 성매매와 관련 ‘젊은 여자는 정신병자만 아니라면 거지가 없다는 말이 있다. 구걸하느니 당당하게 매춘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이다’고 책에 썼다. 안 후보자는 “악의적 발췌”라고 반박했지만 부적절한 여성관을 지녔다는 비판을 받았다.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조국 민정수석은 검증 부실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과거 글이 관심을 받았다. 조 수석은 이명박 정부 장관 후보자들이 인사청문회에서 자녀 학교 문제로 위장 전입한 사실이 드러난 2010년 8월 한겨레신문에 ‘위장과 스폰서의 달인들’이란 칼럼에서 “맹모삼천지교? 맹모는 실제 거주지를 옮긴 실거주자였기에 위장 전입 자체가 거론될 수 없다”며 “인지상정? 이는 좋은 학군으로 이사하거나 주소를 옮길 여력이나 인맥이 없는 시민의 마음을 후벼 파는 소리”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조 수석이 검증한 이낙연 국무총리,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등이 위장전입 논란에 휩싸였다.

중도 낙마한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2007년 혈중중알코올농도 0.1%를 넘는 만취 상태로 음주운전을 해 면허가 취소된 것으로 드러나자 조 수석이 음주운전 이력이 있는 이철성 경찰청장 임명에 대해 “미국 같으면 애초에 청문회 대상도 될 수 없는 사람”이라며 비판한 페이스북 글이 주목을 받기도 했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행정관도 과거 글 때문에 사퇴 요구를 받았다. 2007년 ‘남자 마음 설명서’라는 책에서 ‘콘돔 사용은 성관계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든다’, ‘등과 가슴의 차이가 없는 여자가 탱크톱을 입는 건 테러를 당한 기분’ 등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을 썼다. 또다른 책에서는 “친구들과 여중생 공유했다”고 밝혀 비판을 받았다.

이 때문에 인사검증을 맡은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인사수석실이 ‘5대 비리(위장 전입, 논문 표절, 세금 탈루,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에만 초첨을 맞춘 나머지 고위공직자 후보자들의 글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거세다. 미국에서는 대학생 시절 학보사에 투고한 글까지 검증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